괜찮니?

by 농부사랑

괜찮니?


< 1 >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이라는 동화책이 있습니다. 강아지똥, 참새, 흙덩이, 엄마닭, 가랑잎 등을 의인화하였습니다. 강아지똥과 가랑잎의 대화에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찬바람이 불어오자 강아지똥이 추위에 떨며 울고 있습니다. 감나무에서 떨어져 나뒹굴던 감나무 가랑잎이 강아지똥에게 묻습니다. “얘야, 너 울고 있니?” 강아지똥은 대답이 없습니다. 가랑잎이 또 묻습니다. “애야, 왜 우느냐니까?” 강아지똥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 가랑잎으로 인해 큰 위로를 얻게 됩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지요. 그러므로 사랑의 다른 말은 관심입니다. 사랑이 없다는 말은 관심이 없다는 말입니다. “괜찮니?”라고 물어주는 사람이 생명을 살립니다. 나에게 “괜찮니?”라고 물어주며 관심을 보여준 사람은 누구였나요? 그 사람으로 인해 오늘 내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관심을 갖고 “괜찮니?”라고 물어주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 2 >

둘째 딸아이를 1년 일찍 학교에 보냈더니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했습니다. 3학년 때 겨우 한글을 깨쳤고 3학년부터 배운 영어를 겨우 알파벳을 익히고 초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고집이 센 딸아이는 학급에서 따돌림당하고 선생님께 지적받곤 하였습니다. 집에 와서 힘든 학교 생활을 이야기하면 공감해 주지 못하고, ‘너가 문제다. 너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아이는 더 이상 속 마음을 털어놓지 않았고, 더욱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아져 힘들어 했습니다.


아이에게 사실에 기초한 권면이 상담을 배우면서 잘못임을 알았습니다. 밖에서 까지고 온 이마를 집에서 또 깐 격이었습니다. 이후부터 공감과 칭찬의 말을 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부를 때마다 ‘머리 좋은 〇〇’라고 하였습니다. 한글을 깨치지 못해 (저학년 때) 모두 외워서 발표했던 것을 칭찬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뇌되어, 딸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새롭게 도전하는 아이로 변해갔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박사과정 2년 차에 있습니다.


< 3 >

순이(가명)는 어려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교통사고 보상금도 친척들이 횡령해서 어머니, 동생과 함께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장녀인 순이에게 기대를 많이 하였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였지만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입시는 가까워오는데 책을 붙들고 씨름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기대와 입시에 대한 부담감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몸이 아프다며 조퇴해서 한강변을 거닐며 죽음만을 생각하였답니다.


가정 환경 때문에 지방대에 갈 수 없고, 그렇다고 자신의 실력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수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 나이에 왜 그토록 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얼마나 힘드니, 정말 힘들겠구나’ 공감하는 것 외에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여러 번의 만남을 통해 힘든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싶었을 때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삶, 주저 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여기서 일어서기만 한다면 누구보다 힘든 사람을 잘 이해하고 잘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순이는 진지하게 들었고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지금쯤 어딘가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열심히 살아가리라 기대합니다.

(2024.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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