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식탁
멘토님께서 ‘대충 먹으면 안 된다. 식사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몇 번씩이나 말씀하시는데, 자식들은 열심히 챙기면서 자신은 대충 끼니를 때우는 베이비붐 세대, 특히 혼자 사는 저에게 하신 말씀 같았습니다. 대충 먹는 식탁을 아름답다고 할 수 없어 부담스러운 글쓰기입니다.
밥 먹는 것, 참 중요합니다. 잘 먹어야 건강합니다. 40대 중반에 건강만큼은 과신하고 식사를 자주 거르다 영양실조로 임파선결핵을 앓았습니다. 폐결핵이나 흉막결핵은 수술 후 약물 치료하기에 치료 기간이 짧습니다(6~9개월). 하지만 임파선결핵은 약물로만 치료하기에 치료 기간이 깁니다. 결핵균은 강해서 꼭 공복에 약을 먹고 하루라도 거르면 안 됩니다. 14개월 이상 독한 약을 먹으며 건강문제로 고생했었기에 반찬이 있든 없든 끼니는 꼭 챙겨 먹고자 합니다.
아내 떠나고 딸들이 요리 좀 배워 보라 하였지만 듣지 않았습니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고 관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딸이 재료 사다 놓고 아빠가 요리해 보라면 인터넷을 검색합니다. 어쩌면 그리도 친절하게 자료와 영상들을 올려놓는지 놀랍습니다. 몇 개 클릭해서 참고하면 그런대로 요리가 만들어집니다.
작년에는 마늘장아찌와 매실장아찌를 손수 담가 보았습니다. 마늘장아찌는 예전에 시골 친구(아내)가 한 통 주어서 잘 먹었는데, 밑반찬으로 두고 먹기 좋았습니다. 건강에도 좋다는 마늘장아찌,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하던 차에 아파트 입구에서 햇마늘을 길에 놓고 파시는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아저씨도 도와드릴 겸 반접(50개)을 샀습니다.
껍질을 벗기고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완전히 말린 후 식초와 소금, 물을 넣고 너무 맵지 않게 1차 절였습니다. 다음에는 진간장, 식초, 소주, 소금, 설탕 등을 넣고 끓인 후 식혀서 마늘에 부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 마늘 건지고 양념물만 다시 끓여 식힌 후 부으면 마늘장아찌가 완성됩니다. 유리병은 미리 끓는 물이나 소주로 소독하고, 마늘을 담은 병은 빛을 차단해야 합니다. 빛이 들어가면 파란빛을 띠는데, 독소가 있는 건 아니기에 먹어도 된다고는 합니다.
매실장아찌는 우연히 담그게 되었습니다. 시골 친구가 매실 밭이 있는데 가지치기를 좀 도와주었더니 추수할 때 매실 한 자루(대략 20kg)를 주었습니다. 엑기스 담그기는 쉽지만, 매실이 너무 많아서 장아찌에 도전하였습니다. 씨 빼는 기구도 구입하고 인터넷에서 매실장아찌 만드는 법도 검색하였습니다.
먼저 매실을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완전히 말려야 합니다. 언젠가 엑기스 담그면서 물기를 완전히 말리지 않아서 큰 통 두 개를 모두 버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꼭지도 제거합니다. 장아찌는 씨 빼는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기구를 사용하였지만 하루 온종일 작업을 하였더니 손에 물집이 잡혀 15kg 정도 하고 나머지는 엑기스를 담갔습니다.
매실장아찌는 1차 소금으로 약하게 절이는데, 일반 소금이 없어 맛소금으로 절이고 망칠까 봐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 1차 절인 후 하룻밤 지나서 2차 설탕으로 절이는데, 4-5시간 간격으로 몇 번 뒤집어 줍니다. 2개월 후 어머니 기일을 맞아 형제들이 시골에 모였을 때, 매실장아찌가 맛있다고 합창하여 다 나누어 주었습니다.
손가락에 물집까지 잡히며 힘들게 만든 매실장아찌를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며 기뻤습니다. 무더운 여름 뙤약볕에서 땀 흘리며 수확한 것들을 고향에 온 자식들에게 보따리 보따리 싸 주시며 흐뭇해하시던 어른들이 생각났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 되다’는 성경 말씀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마늘장아찌와 매실장아찌가 식탁에 오르곤 합니다. 묵은김치에 돼지고기나 참치, 양파를 썰어 넣고 찌개를 끓이기도 합니다. 나이 들면 근육이 빠지기 쉬우므로 단백질 보충을 위해 두부나 달걀을 자주 먹고자 합니다. 마그네슘, 칼슘, 비타민 C도 식사 후에 열심히 챙겨 먹습니다.
이렇게 차려진 나의 식탁은 객관적으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식탁에 오르기까지 사연들을 돌아보니 주관적인 관점에서 다른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노점 아저씨를 생각하며 구입한 마늘, 친구의 넉넉한 마음이 담긴 매실, 반세기나 지나서 만난 옆집 소꿉(여자)친구가 특별히 챙겨다 준 묵은김치, 진간장보다 찐한 마음들이 담긴 반찬들이 놓였기에 나의 아름다운 식탁입니다.
(2024. 10. 2.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