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벽, 편견

by 농부사랑

생각의 벽, 편견

‘안전’을 검색하니, “위험 원인이 없는 상태 또는 위험 원인이 있어도 사람이 위해(危害)를 받는 일이 없도록 대책이 세워져 있고 그런 사실이 확인된 상태”라 한다. ‘안전’의 반대말은 ‘불안’이고, 위험이 생길 우려가 없어 불안하지 않은 것이 ‘안전’이란다. 불안을 두려움으로 바꾸어도 별문제는 없을 것 같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이 성경에 365회나 나온다는데, 우리 인생이 그만큼 두려워하기 때문에 반복해서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밤늦게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안전한 나라'가 많지 않다고 한다. 아니 몇 나라 되지 않는단다. 거기에 우리나라가 포함된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도 ‘묻지마 폭행, 살인 사건들’이 일어난다.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들 안전을 바라는데 불안한 사회로 변질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며칠 전에 막내딸이 밤 11시가 넘어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주 1회 청주에서 강의를 듣고 KTX 타고 올라오는데 몇 시쯤 도착한다고 미리 연락하던 아이였다. 몇 번을 전화해도 받지 않으니 불길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경찰에 신고해서 위치 추적해 볼까 하던 차에 딸이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 물었더니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해놓고 피곤해서 깜빡 졸았단다.


<무슨 벽일까?> 그림책에는 벽으로 인해 안전한 곳과 위험한 곳으로 나뉜다.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벽’에게 고마워한다. 갑자기 안전지대라 여겼던 곳에서 위험에 부딪히자 순식간에 벽을 넘어 위험지대로 진입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곳은 위험지대가 아니라 안전한 곳이었다. 환경이 바뀐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자기 생각(편견)이 바뀐 것이다.


작년 겨울방학 때 딸과 함께 베트남(달랏, 나트랑)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보통 여행사 상품은 2무 2박 5일 코스인데, 우리는 2무 5박 8일로 여유 있게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2무 2박 5일 패키지 여행상품 가격 정도로 여행다운 여행을 하였다. 현지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현지 여행상품을 신청하여 베트남 사람들과 부대끼며 체험하였다. 바쁜 딸이 아빠를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주었기에 웬만하면 딸이 하자는 대로 따라 다녔다.


그런데 의견이 달라 딸과 갈등하였던 코스가 두 곳 있었다. 바다체험과 놀이공원 체험이었다. 바다체험은 내가 수영을 못하고 물을 무서워하였기 때문이었고, 놀이공원은 얘들이 노는 곳인데 가격도 비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체험을 통해 내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나트랑 여행하는 분들에게 특히 나이 지긋한 시니어들에게 꼭 체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바다체험은 배를 타고 에메랄드빛 바다로 나가서 배와 물에서 놀고 점심까지 먹여주는 여행상품이다. 숙소까지 와서 데려가고 데려다준다. 거기다 점심까지 주는데 우리 돈으로 고작 5~6만 원 정도, 가성비가 너무 좋다며 딸이 함께하자고 했다. 물이 무서워 싫다고 했다가 배에서 내리지 않는 조건으로 수락했다. 그런데 옵션으로 씨워크(Sea Walk), 바닷속을 걷는 체험이 있었다.


우주복 같은 기구를 쓰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산호며 물고기를 직접 보는 것이다. 안전요원이 1:1로 뒤에서 잡고 안내하기에 위험하지 않았다. 줄로 연결된 호스를 통해 계속 신선한 공기가 주입되어 우주복 같은 기구(앞은 투명유리)만 머리에 쓰면 되었다. 바다는 무섭다는 생각이 씨워크 체험을 통해 완전히 바뀌었다.


놀이공원, <빈펄랜드> 체험 후에도 생각이 달라졌다. 빈펄랜드는 섬 전체가 리조트인 놀이공원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섬에 들어가고 나온다. 하루 코스, 반나절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일요일 오전 예배에 참석하고 오후 반나절 코스 이용권을 샀다. 신나게 놀이기구 타고 동물원 구경하고 저녁 공연까지 보았다. 공연장은 광장 전체와 건물 전체를 배경으로 하는 규모가 정말 큰 공연이었다. 반나절 코스가 우리 돈으로 7~8만 원 정도였는데,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생각이 굳어지기 쉽다. 많은 것을 경험했기에 ‘나 때는 말이야~ ’하면서 젊었을 때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자기 생각에 갇혀 살기 쉽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 유연하지 못해 젊은 세대가 부담스러워하고 피하게 되어 외톨이가 되기 쉽다. 그래서 우리가 참여하는 ‘인생나눔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수필 쓰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나누며, 자기 세계(편견)에 갇혀 있지 않고 유연한 생각을 갖게 하려고 말이다.

(2024.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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