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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을 살다 낭만을 쓰다

by 고하

우연히 태어나다

나는 우리들의 출생은 모두 필연적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남녀의 화학적 결합이 필연이지만, 어떻게 태어날지는 99.9% 우연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0.1%? 유전적 특성과 미래 인류가 각자의 우연한 출생조차 필연으로 바꿀 수 있겠다 싶어서 여지를 둔 것 일 뿐, 우리가 언제 어디서 누구로 태어나는지는 온전히 우연이다.


우연(偶然)을 살다

그래서 우리는 우연히 살기 시작한다. 풍족하게 살든 부족하게 살든 선택권 1도 없이 운에 따라 우연히 각자 태어나 -심지어 내 의지와 관계없이- 먹여지고 입혀지고 씻겨지고 사랑을 받으며 우연히 살기 시작한다. 나보다 먼저 우연히 태어난 나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삶을 거울삼아 나의 우연에 다양하고 애정 어린 색깔을 입혀준다. 우연히 태어났으니 우연한 색깔을 입으면 큰 일 난다는 듯이! 우연히 태어난 아가사람의 입장에서는 막 살아가는 것이리라! 다가올 스펙터클(spectacle)한 세상도 모른 채.


필연을 강요받다

그렇게 우연히 막살고 있던 아가사람은 인류가 만들어 놓은 무수한 필연들을 조금씩 만나게 된다. 소위 '뭣도 모르고' 헤죽거리다 강풍을 마주 대하는 것이다. 먹을 수 있도록 돈을 벌어야 하고, 부끄럽지 않도록 입어야 하고, 심지어 예쁘고 멋지게 입어야 하고, 사람구실을 하려면 잘 씻어야 하고, 이제 사랑도 스스로 해야 한다. 그리고 또 그 우연한 출생도 스스로 만들어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굴레인지 숙명인지 우연히 시작한 삶이 어느새 온갖 필연을 자격증처럼 차지하며 살도록 강력하게 강요받고 쇠뇌받는다. 과연 우리는 우연한 삶의 기회를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우연을 살다가 낭만을 쓰다

딱 한 번, 그나마 100년이 될까 말까 한 삶을 살면서, - 내가 1도 보태지 않았고 1도 의견이 가미되지 않은- 이미 만들어진 이 세상에 구속되어 그나마 젊은 수십 년을 적응하며 살아가는 지구 사람들. 이제 좀 허리를 펴고 숨 좀 쉴라치면 이미 준비된 무덤에 가까워져 있다는 염세적(厭世的) 사실! 365일 가위눌림을 당하고도 남을 우리 모두의 삶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사람을 안쓰럽게 생각한다. 돈 많고 건강한 사람들은 그래도 덜하지만 안쓰러움의 본질은 같다. 나는 가능한 우연히 태어난 순수한 무대를 느끼며 살다 가고 싶다. 사람들은 이것을 '낭만'이라 느끼는 것 같다. 현실은 그거 하지만 사람들과 같이 쓰고 싶다.


한 명 두 명 세 명 접속하여

낭만을 쓰면서

우연을 살다보면

작게는 밤 별처럼 위안(慰安)이,

크게는 불필요한 무수한 필연들이 소멸되지 않을까?



P.S

이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Log-in은 우연을 살다 낭만을 쓰는 사람들끼리 '접속'하자는 의미이며, 이 찐한 마음을 각색하지 않고 전하기 위해, 단 1초도 편집 없이 그대로 'log-in(접속)'을 발행합니다.


매거진 '우연을 살다 낭만을 쓰다'는 살아가면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우연히 살다 가기 위한 생각을 각본 없이 발행해보고자 합니다.


Kind Editor 고하(古夏)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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