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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Jun 29. 2024

잔망

잔망

 창작이란 무엇일까? 나는 나를 마주보는 걸 주저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난 과거의 유산으로부터 무언갈 끌어온다. 어제 인스타그램을 보다 느낀 게 있었다. '그림이란 자신을 마주하는 행위이다.' 그걸 글로 바꾸면 '글이란 자신을 써내려가는 행위이다.' 현재의 나를 끌어내려면 우선 거울을 마주해야 한다.

 

김민우 2024년 6월 28일

 오똑하고 넓은 콧대와 여러 점들. 살짝 누런 빛이 뜬 눈. 반듯하지 못한 머리카락. 그리고 낡은, 할아버지가 입을 만한 옷들. 그게 현재의 나다. 그건 껍데기인데, 난 껍데기가 나름 괜찮은 인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속은? 

 

 달마의 행려에서 읽은 구절이 있다. "선위를 자연적으로 하라." 난 선위를 베풀 줄 아는 사람인가? 난 선위를 베풀어도 스스로 가식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예의 바른 척을 하는 것인가? 그건 오직 필요에 의해 나온 선위가 아닐까? 


 친구가 말했다. 너가 바뀌고 환경을 바꾸라고. 맞는 말이다. 침대의 안락함을 애기하는 나에겐 어려운 말이지만. 


 185cm인 내게는 침대가 좁다. 어느 때는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만족한다. 방 안이니깐. 내 안의 지상생활자는 이 방 안에서 계속 생활한다. 앞으로 가고 밖으로 나가도 지상생활자는 이 방에서 말을 쓰어내 밖에 있는 껍데기에게 전달한다. 좁고, 비틀린 사람은 너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셀프 가스라이팅이다. 실제로도 꼬였기도 하니깐 가스라이팅은 아닌가. 그럼에도 구절은 고쳐쓰지 않겠다.


 난 애매한 인간이다. 아니, 잉여 인간이라 비하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게 낮다. 근데,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라면 이건 단순한 병든 인간의 푸념이라는 걸 알거다. 맞다. 난 심히 병들었다. 병든 인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니 병들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지랄맞다 진짜. 


 나는 입이 뛰어나다. 변명도 잘하고. 가정사도 좋다. 특별하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다. 생각도 애매하다. 하다가 만다. 사실 남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상태로 가만히 있으면 짜증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과거와의 인연을 청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에 대한 의문이 들고 그리고 갈피를 다시 잃는다. 사랑을 하고 싶다. 그냥, 연애가 아닌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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