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듣는 너의 생각

by 누리달


요즘 아이의 잠자리 독서는 늘 아빠 몫이었다.

오늘은 모처럼 연차를 내고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서인지, 엄마가 책 읽어주면 좋겠다며 내 손을 방으로 잡아끌었다. 밀린 집안일로 조금 피곤함을 느끼던 찰나라 당근으로 들여 책장 한편에 세워져 있던 핸디북을 집어 들고 함께 누웠다.

‘어떤 상상을 하면 불편한지 얘기 나눠 보세요’

라는 문구와 함께 빈 말풍선이 여러 개 띄워져 있었다.


- 엄마가 회사에 시간 맞춰 가야 하잖아. 근데 늦게 나가서 차도 많이 막히고 시간이 없어서 초조한 상황이 불편해. 너는 어떤 상황이 불편해?


- 나는 어린이집에서 수저통에 수저 넣고 그걸 가방에 넣고, 물통에 물 버리고 가방에 넣고 닫아서 의자에 올려놓고 엄마 아빠 올 때까지 앉아서 책 읽는데, 엄마 아빠가 일찍 온 친구들이 집에 갈 때 마음이 불편해


이 작은 아이가 어쩌면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이 고개를 돌려 나란히 누워 있는 아이 얼굴을 보았다. 그 말이 끝나고 나는 몇 초 정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랬구나.. 그런 생각을 했구나. 사실 수저통도 물통도 다 선생님이 정리해 주는 줄 알았고, 나오기 전엔 책을 보며 부모님을 기다리는 시간인 줄도 잘 몰랐다.

잘 몰랐다. 잘 모르는 게 많았다.

- 그래도 너는 엄마 아빠가 빨리 데리러 가잖아?

라고 했으나, 아이들이 체감하는 하원 시간은 또 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책장을 넘겨 마주한 이번 말풍선은

‘어떤 상상을 하면 기분 좋아지는지 말해보세요’


- 엄마는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들 친구들과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얘기 나누고 웃을 때 기분이 좋아!


- 음.. 나는 카페 갔는데 모르는 사람이 나 칭찬해 주면 기분이 좋아!


- 맞아. 네가 예쁘게 인사하면 어른들 기분이 좋아져서 칭찬해 주시고, 그러면 너도 엄마도 모두 기분이 좋아져! 내일 친구들한테도 칭찬해 주자!


- 어떻게 해야 해?


- 오늘 머리핀이 참 예쁘다, 눈이 예쁘다, 선생님 웃는 게 예뻐요. 내일 만나는 사람을 잘 관찰해 봐~


나도 내일은 10명한테 칭찬해 주기 미션을 해보아야겠다.

칭찬하기. 감사함 표현하기.

낯간지럽고 어려우면서도 참 쉬운 말인데 말이다.


아이와의 잠자리 대화에서 또 하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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