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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Sep 06. 2017

게스트하우스, 2층 침대

부자여행 : 전주편 #14

우리가 묵은 방은 6명이 함께 자는 도미토리형식이었다. 


2층 침대 세 개가 놓여있고 한 편엔 조그만 개인용 락카와 거울이 붙어있는 방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진우에게 숙소 얘기를 해줬다. 우리가 이용하는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이고 이곳에서는 모르는 형들이랑 한 방에서 자야 하지만 2층 침대가 있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진우는 2층 침대라는 말에 눈동자까지 커지면서 좋아했다. 안동 외갓집에 가면 2층 침대가 있어서 그곳에 갈 때마다 2층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했지만 침대 주인 형아가 언제나 양보하지 않아 한번도 자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2층 침대에 대한 바람이 컸었나 보다. 숙소에 가면 2층 침대는 자기가 자도 되냐고 몇 번이고 되물었다.


“근데 너 2층 침대에서 자다가 떨어지면 어떡하냐”

“에이~ 안떨어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막상 2층 침대에 올라가보니 겁이 나긴 한 모양이었다. 오르락 내리락하던 침대에서 잘 때가 되어 올라가니 나를 찾는다.


“아빠 같이 자요”

“무서워? 아빠가 재워줘?”


8살이 되도록 진우는 혼자서 잠을 자본 적이 없다. 그런데 전주라는 낯선 곳에 와서 낯선 집에서 혼자 자야한다고 생각하니 겁이 나기도 했을 터였다. 2층 침대에 나란히 누워 사진도 찍고 파주의 집에 영상통화도 하면서 진우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같은 방에 묵는 청년들은 거실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고 진우와 나는 둘 만이 한 방을 다 차지하고 낄낄거리며 놀았다. 불을 끄고 같이 누워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오늘 어땠어? 안 힘들었어? 등등 아빠로서 듣고 싶은 얘기 그리고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은 밤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우는 단 오 분도 지나지 않아 깊은 호흡을 하며 꿈나라로 빠져들어 가버렸다.


아무래도 싱글침대고 2층이다 보니 둘이 자기엔 무리가 있어서 진우가 잠이 들자마자 아래로 내려왔다. 그때도 여전히 거실에선 웅성웅성 웃고 떠들며 즐거워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그들 틈에 끼여들어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싶었지만 내가 가면 그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행동하기 어려워할 것 같고 또 내일 일정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나야말로 진우보다도 빨리 잠이 들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집에서처럼 새벽에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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