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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Sep 07. 2017

게스트하우스의 아침 그리고 아침식사

부자여행 : 전주편 #15

부스스 일어나 어둠 속에서 안경을 찾아쓰고 외투를 걸치고 2층으로 올라가 진우 옆에 누웠다. 


내 기척을 느꼈는지 진우도 일어났다. 


“아침이에요?” 

“응”

“내려가요”


자고 있는 다른 게스트들을 위해 진우와 나는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나와 거실로 나왔다. 거실엔 불이 켜져 있었다. 어제 마신 술과 안주들은 잘 정리되어 거실 옆 쓰레기통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컵과 접시들은 설거지를 해서 선반에 뒤집어서 올려두었다. 어제 잠깐 마주쳐서 잘 몰랐지만 여기 있던 청년들은 참 바른 사람들이구나를 느꼈다. 


나는 책을 집어 들었고 진우는 리모콘을 집어 들었다. 아침에 하는 교육방송 만화에 채널을 고정시켰다. 그러는 사이 주인아주머니께서 토스트와 계란 등을 가지고 오셨다. 진우를 보고 잘 잤냐는 인사를 하고 내게도 말을 걸었다. 어제 보지 못한 터라 새로 인사를 나누고 조식을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지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아들과 여행하는 재미가 참 좋겠다며 자기 젊었을 때에는 먹고 살기 바빠 애들이랑 제대로 여행도 못다녔단다. 그러면서 애들 어릴 때 부지런히 다니시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아저씨도 그렇고 아주머니도 사람좋게 보였다.


진우는 아주머니가 가져온 계란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진우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아빠랑 엄마고 그 다음 좋아하는 건 계란이란다. 매일 아침 계란 반찬을 해주는 걸 제일 좋아한다. 계란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기사도 있고해서 되도록이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진우의 욕심에 비하면 계란 하나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본 계란은 그릇 가득 담겨있었을 뿐 아니라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나 보다. 어서 먹자고 난리다.


진우가 갤러리라 부르는 이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시스템은 간단하다. 네모난 식빵과 삶은 계란 그리고 커피가 전부였다. 진우와 나는 토스트를 두 개 굽고 그 위에 쨈을 발랐다. 빵 먼저 허겁지겁 먹고 나서 테이블 가운데 수북하게 쌓여있는 삶은 계란을 집어 들었다. 룰루랄라 계란 애호가 최진우 군은 이날 계란을 세 개나 먹었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쓱 해치우고 더 먹어도 되냐고 내게 물었다. 그만 먹고 물이나 드셔. 


우리가 제일 먼저 아침상을 차릴 때 쯤 남자 게스트들도 한두 명씩 일어나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여자들도 그러했다. 부시시한 남자들도 그렇지만 어제는 옅은 화장기였던 여자 게스트들을 부시시한 민낯으로 만나니 더 반가웠다. 어제 그분 맞죠라는 내 농담에 얼굴이 빨개지는 모습을 보니 젊음이 좋구나라는 노인네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 명 두 명 각자 먹을 토스트를 들고 우리 앞에 앉아 같이 식사를 했다. 잘 잤느냐는 안부인사와 오늘은 어디로 떠날 것인지 서로 물었다. 대부분 비슷한 곳을 각자의 순서대로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운이 좋으면 또 만나리라는 인사를 남기고 진우와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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