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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Aug 21. 2017

3. 어릴 적 내 여행의 추억

아빠와 아들만의 특별한 1박 2일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떠났던 여행도 돈이 넉넉했거나 시간이 넘쳐나서 떠난 여행은 한번도 없었다. 


그때는 떠나고 싶었고 돈과 시간이 없어도 떠날 수 있는 용기라는 게 있었던 것같다.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지는 못했었다. 시골 간이역 앞 허름한 여인숙에서 여러 명이 뒤엉켜 잠을 청하고 백 원 이 백원 길거리 간식을 먹으며 끼니를 대신했어도 행복하고 즐거웠다. 사실 그 때 뭘 보고 뭘 먹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같이 여행을 즐겼던 사람들과 함께 했던 따뜻했던 기억들은 또렷하다. 그리고 그 추억을 떠올리면 가슴 어딘가가 벅차오른다. 


젊었기 때문이라기 보다 돈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을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은 역시 돈과 시간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면 그때는 있었고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용기라는 건 무엇일까.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 일상의 익숙함과 편안함에서 벗어나 다른 공간과 시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돈과 시간의 부족함에서 그 이유를 찾지만 사실은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현재의 익숙한 공간에서 잠시 떠나 새로운 곳에서 나와 아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려는 의지, 그것이 여행을 떠날 수 있게하는 용기가 아닐까. 20대 청춘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어려움이 생겨도 항상 나를 믿어주는 아들과 함께라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아버지니까 말이다. 그래 나와 아이를 위해서라도 다시 용기를 내보자!라고 다짐했다.


이것으로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용기의 문제는 해결되었다. 하지만 이제 바쁜 시간과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나는 여유있는 중산층처럼 여행을 하는 동안 쓸 수 있는 넉넉한 돈이 있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집은 엥겔지수가 높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적은 돈으로 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한 객관적인 조건들을 따져보았다. 교통비, 식비 그리고 숙박비만 어림해도 적지 않은 예산이었다. 이 돈이면 며칠 간의 식비가 된다. 애들한테 맛있는 간식을 사줄 수도 있고 계절에 맞는 옷 한벌씩 사줄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런데 이 돈으로 여행을 가면 그것들은 할 수 없는 것들이 되어버린다.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면 돈은 그냥 이번달 생활비의 일부가 될 것이고, 시간은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산산히 부서져 의미없는 시간의 조각이 될 것이다. 집을 나와 생활하는데 드는 비용은 아무래도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는 많이 든다. 여행에 소요되는 시간 또한 여행 중에 일을 하지 못하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두 가지 기회비용을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일상적인 생활이 주는 안도감과 평온함 그리고 예측가능한 시간의 활용과 생활비의 지출에 자족하면서 여행을 포기해야할지. 아니면 여행이라는 예측불가능한 변수에 나를 맡기고 여행이라는 예측불가능한 추억 내지 자기활력을 기대하며 떠나야할지. 여행에 대한 고민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런 생각에 도달하면 결국 떠날 수 있는 용기는 사그라져 버린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들이야 금방 소모되거나 소비되거나 소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 돈으로 추억을 살 수 있다면 그건 돈으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지 않을까. 우린 소비하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여행에 대해 자기 최면을 걸고 또 걸었다. 그러고보니 내 인생에서 첫번째 여행은 언제 어디였던가. 가만히 어린 시절의 그 때로 돌아가 보았다. 기억이 날듯 말듯했다.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내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갔다. 그렇게 잊고 있었던 30년 전 내 첫 여행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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