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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Aug 21. 2017

2. 가난한 아빠,
행복한 여행을 꿈꾸다

아빠와 아들만의 특별한 1박 2일

나는 내 아이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고 싶었다. 


그것이 곧 행복하지 못했던 내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생이 된 진우에게 사랑과 관심을 듬뿍 전해주기 위해 더 많이 소통하고 싶었다. 아마도 초등학생이 된 진우의 성장과 변화를 보면서 조만간 다가올 아이의 사춘기를 나 스스로가 너무 아프지 않게 거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런 변화의 필요성이 무의식에서 ‘여행’을 떠올리게 한 것이 아닐까.


육아방식은 아이의 성장수준에 따라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부모의 생각과 의도를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가 그때그때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상대적인 문제이면서 각각의 가정마다 천차만별인 지극히 개별적인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육아책들은 대부분 원칙론만을 반복하면서 제목만 다르게 꾸준히 출판되고 있다. 


물론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마음을 공감해 주는 원칙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배우는 면이 많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훈련하거나 연습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부모가 된 우리 아빠들에게는 그것조차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알면서도 실천하는 법을 모르는 것. 어떻게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어떻게 공감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원칙적인 문제만 이야기하다보니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가장 소중한 존재인 내 아이에 딱 맞는 육아지침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그렇듯이 원칙은 알지만 행동에 옮기기 쉽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육아서는 제시해주지 못한다. 어쩌면 육아서는 자식계발서이기도 하지만 자기계발서와 같다. 어쩌면 나를 관리하는 자기계발서보다 나 아닌 다른 존재의 행동과 인식까지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주제임에는 틀림없다.


나 또한 진우의 변화를 그때그때 인지하고 그에 걸맞는 새로운 육아방식을 찾고 있었다. 진우는 외부의 자극에 대해 겁을 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아이. 원래 하던 것들이 주는 편암함도 즐길 줄 알지만 전혀 몰랐던 새로운 것에 대해서도 호기심 왕성한 눈빛으로 살펴볼 줄 아는 아이. 새로운 지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익혀 자기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고 엄마 아빠와 함께 푸는 즐거움을 아는 아이. 진우가 가진 장점과 특징을 잘 살린 진우만을 위한 육아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떠오른 것이 바로 아빠가 가장 좋아했던 여행이었다. 진우 또래의 아이들에게 여행은 아홉살인생 중에서 최고의 모험이 될 것이다. 어디로 가든, 무엇을 보든, 어떤 것을 먹든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고 모든 것이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큰 진우 또래의 아이들에게 여행만큼 특별한 세계가 또 있을까. 짧은 시간이지만 집을 떠나 아빠와 단 둘만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접해야 한다는 것에 진우라면 아마도 정말 좋아하지 않을까 상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진우와 함께 단둘이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만약 그 상상이 틀렸다고 해도 어떤가. 조금은 고생스럽겠지만 한 차례 여행을 통해 그동안 내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 여행은 내게 값지게 다가올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큰 목적없이 그냥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는 것에 만족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여행은 일상과 달리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일방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즉 아빠와 아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부모가 아이에게 쏟는 가르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공동성장의 마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행은 그 자체로도 정말로 매력이 넘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이 있으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여행’을 첫 번째로 꼽는다. 그만큼 여행은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나 하기를 바란다. 여행은 특별한 재능이나 성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꺼이 즐기는 놀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학시절 배낭하나 울러매고 유럽이든 미국이든 아시아 각국의 어디든 떠나는 것이 우리 시절의 큰 유행처럼 일었던 적이 있었다. 나야 해외로 떠날 돈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친구나 선후배들이랑 눈맞고 마음맞으면 그날로 떠나는 여행이 즐거웠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면서도 잘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 돈이 문제고 시간이 문제라는 말로 여행을 미루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있는 사람들에게 여행은 사치로 여겨질 정도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여행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되어버린 지 오래인 것같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역 지하철 광고판에 붙어있던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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