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유림(김지연 분)과의 결승 경기에서 희도가 금메달을 따자, 세상은 희도가 유림이의 금메달을 빼앗은 것처럼 난리를 쳤다. 그렇게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던 고유림이 이제 러시아 선수로 가겠다고 하자 이제 또 세상은 들끓는다. 마치 나라를 팔아먹기라도 한 듯 '반역자', '매국노' 취급이다. 짐을 챙기러 온 체육관,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이 달려왔다. 당황한 유림, 체육관 구석에 쭈그려 앉은 유림이 연락을 한 건 그녀가 사귀는 문지웅이 아니라 나희도였다. 그리고 유림의 연락을 받은 희도는 달려와 그녀를 구출한다.
14회 <스물 다섯 스물 하나>가 끝나자 난리가 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메달을 딴 나희도 선수와 인터뷰를 하던 백이진 앵커가 '결혼을 축하합니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애틋하게 사랑을 가꾸어 가던 두 사람이 결혼을 안한다고? 게다가 기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백이진으로 인해 이진- 희도의 애정 전선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그런데 14화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사랑'이 있다. 이진- 희도의 관계만큼이나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이제 깊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희도와 유림의 '우정'이 바로 그것이다.
고단한 금메달리스트의 라이벌
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유림, 그녀의 얼굴이 아이스크림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아이돌급 운동 선수이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벗어난 고유림 개인으로 돌아오면 삶은 여전히 퍽퍽하다. 유림에게 운동은 가난한 집안을 버텨주는 유일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그 조차도 쉽지 않다. 금메달을 땄어도 어머니가 의 계주가 야반도주를 하는 바람에 다시 쪼달리는 신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화물 트럭을 모는 아버지가 사고를 냈다. 아버지가 다친 줄 알고 혼비백산 달려간 병원, 다행히 아버지는 무사했지만, 아버지의 무사함을 감사할 수 없었다. 피해 운전자가 사경을 헤매고, 그걸 감당해낼 돈이 유림이네는 없었다.
결국 그런 경제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유림이 뿐이다. 그래서 유림이는 선택했다. 온국민이 자랑스러워 하는 태극 마크 대신 '돈'으로 살 수 있는 다른 국가의 선수가 되기로. 결정을 한 유림이는 희도를 찾아간다. 그리고 말한다. '다이빙대에 서지 않았다'고.
친구들과의 송별 파티에서 유림은 말한다. 자기의 삶은 그저 운동을 하고 메달을 따고, 그걸로 가정을 지탱하는 것 뿐이었다고. 이제 겨우 스무 살이 된 유림의 삶은 고단했다. 고단함이 넘쳐 스스로 견딜 수 없을 때면 홀로 다이빙장을 찾았다. 그 높은 다이빙대에서, 스스로 내던 질 수 없는 삶대신, 자신을 던졌다. 다이빙장의 물인지, 눈물인지 구분이 안되는 시간을 보내고, 침착하고 냉정한 금메달리스트이자, 대견한 딸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제 다이빙장 대신 희도를 찾았다. 차가운 물 대신 따뜻한 희도의 품 안에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이런 우정의 품이 쉬이 온 건 아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희도였다. 어린 시절 천재적인 능력을 지녔다고 찬사를 받았었지만 이제는 재능이 없다고 선생님이 단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희도는 여전히 펜싱이 좋았다. 그래서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고유림의 팬이 되었다. 자신은 비를 맞고가도 자신의 우산을 유림이 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깨춤을 출 정도로. 희도의 소원은 유림의 라이벌이 되는 것이다.
희도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는 했다. 유림이 너무 좋아서 유림이네 학교로 전학을 간 희도, 하지만 그런 희도에 대해 유림은 냉랭하다 못해 시베리아 찬바람이 저리 가라 할 정도이다. 유림의 냉대는 희도의 '화이팅'을 제고시켰지만, 희도가 열렬히 운동에 매진 할 수록, 유림에 대한 희도의 마음은 얼어붙어갔다. 결국 두 사람의 한랭 전선은 아시안 게임 결승전에서 유림의 금메달을 희도가 빼앗았다는 해프닝을 초래하기에 이른다.
끝없이 극으로 치달으려 했던 두 사람의 관계, 유림의 이의제기 때문에 전국민적 손가락질을 받게 된 희도는 당연히 유림이 원망스럽다. 그런데 그런 원망도 잠시 유림은 홀로 다이빙장에서 물에 뛰어드는 유림을 목격한다. 그저 '메달'이 아니라, '메달'이 곧 집안의 버팀목인 유림에게 메달을 따지 못하는 절망감은 상실감 이상의 압박감인 것이다. 유림을 미워하기로 마음 먹었음에도 희도의 마음은 어느새 유림만이 짊어진 무게를 가늠하고 있다.
그렇게 라이벌로써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던 두 사람이 서로의 아픔을 헤아리게 된다. 유림의 뒷담화를 하던 아이들을 희도가 나서고, 거기에 유림까지 가담하며 한바탕 몸싸움을 하며 두 사람의 앙금이 봄눈 녹듯 풀어진다. 거기에 오랫동안 피씨 통신으로 라이더 37과 인절미로만 만났던 두 사람, 자신의 일처럼 나서준 희도에게 비로소 유림이 '커밍아웃'을 한 것이다.
여성 캐릭터의 성장
사돈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 그처럼 우리 사회에서 같은 길을 걷는 이들 사이의 '우정'은 참 어렵다. 등수를 나란히 하거나, 같은 목표를 달리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진심의 우정을 나눈다는 건 '득도'의 경지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스물 다섯 스물 하나>는 한참 섬세한 감정의 소녀들을 주인공으로, 펜싱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서로 다른 처지의 유림과 희도를 내세워 '우정의 가치'를 말한다.
그들이 오랜 시간 피씨 통신을 통해 진득한 우정을 다져왔지만 정작 현실이라는 장 안에서 마주하자 서로가 가진 '인간적 면' 대신에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늘 이러기가 십상이다. '사람'을 보는 대신 '주판알'을 튕기는데 유리하다는게 편리한 셈법이라는 식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던 유림은 어린 시절 자신을 대번에 눌러버린 천재 펜싱 유망주였던 희도의 등장이 마냥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전학온 희도를 알지도 못하는 선수인양 기세를 눌러버리려 했다고 고백한다.
이진과 희도의 사랑도 늘 에두르기보다는 담백하게 직진했던 것과 달리, 첫회 부터 인절미가 누굴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희도와 유림의 우정은 길고 지난한 고비를 넘긴다. 그리고 14회, 가장 어려울 때 유림은 희도를 찾는다. 그리고 그런 유림의 손을 희도는 기꺼이 잡는다.
드라마 상에서도 보여지지만 결국 또 펜싱을 들고 결승에서 만나게 될 두 사람의 우정은 어떤 것일까? 러시아로 떠나는 유림에게 희도는 울먹인다. 이제 네가 아니면 누구랑 펜싱 얘기를 하냐고. 그 힘든 선수촌 생활을 어떻게 견디냐고. 이진조차도 쉬이 '유림이 잘못했네'라고 말해주지 않을 때, 피씨 통신의 인절미 유림은 선뜻, 희도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오래도록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깊은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이제 그 누구도 쉬이 이해하기 힘든 고단한 메달리스트의 길에 나란히 걸어간다. 흔히 드라마에서 여주인공과 또 다른 여성 캐릭터의 관계를 한 남자를 둔 '견원지간'처럼 묘사하는 관성을 넘어, <스물 다섯 스물 하나>는 사랑보다 더 소중한 여성들간 우정의 의미를 그려내며 여성 캐릭터의 성장을 일궈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