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tv와 넷플릭스에서 5월 23일 부터 방송된 <이 구역의 미친 x>는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노휘오와 강박 장애를 가진 이민경이 홍직 아파트 506호와 507호, 옆 집에 살게 되며 만들어 가는 로맨틱멜로 드라마이다.
공황 장애가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닌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휘오와 이민경이 각자 겪은 개인적 아픔으로 인해 심리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건 이제 생소한 상황이 아닌 것처럼 다가온다. 그러기에 두 사람을 서로를 통해 '치유'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이 그들의 사랑 만큼이나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변탠가? 또 한 사람의 이웃일뿐
그런데 <이 구역의 미친 x>은 정신적 아픔을 가진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외 등장 인물을 통해서도 우리의 마음을 덥혀준다. 두 사람이 사는 곳은 홍직 아파트, 아직도 어두운 밤 뒷골목에서 바바리맨이 등장하는 변두리의 아파트 단지이다.
첫 번 째 해프닝은 느닷없이 출몰하기 시작한 바바리맨은 잡기 위해 아파트 부녀회가 야간 순찰을 돌며 시작된다. 노휘오(정우 분)가 전직 형사였다는 걸 알게 된 부녀회장은 다짜고짜 노회오를 찾아가 함께 야간 순찰을 돌 것을 '종용'했고, 노휘오는 아줌마들의 격려에 힘입어 못이기는 척 야간 순찰에 합류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녀회장, 부회장, 총무, 이른바 부녀회 3총사가 한 사람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보고 노휘오가 다가간다. 부녀회가 붙잡고 바바리맨으로 몰고 있는 사람은 남장 여자였다. 남자인데 여자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아줌마들은 그를 '변태'로 몰아갔고, 당연히 '바바리맨'이란 논리약 비약의 결론을 내리며 그를 '죄인'다루듯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가간 노휘오는 아줌마들의 편견을 나무라며 단지 여자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다루듯 해서는 안된다며 그의 편을 들어준다. 그리고 다가온 바바리맨을 목격한 바 있는 편의점 알바가 그가 자신이 본 바바리맨이 아니라며 그의 편을 들어준다.
우리가 으슥한 골목에서 남장 여자를 만나면 어떨까? 우리도 저 아파트 부녀회 3총사처럼 편견어린 시선으로 대하지 않을까? 드라마는 남장 여자 이상엽(안우연 분)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정의'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성적 정체성을 가졌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는 알고보면 멀쩡한 노휘오나, 이민경처럼 또 한 사람의 우리의 이웃일 뿐이다.
그렇게 아줌마들에 의해 범인으로 몰릴 뻔 했던 남장 여자는 그 이후 아파트 이웃으로 활약을 톡톡히 한다. 잠입 수사를 하려는 노휘오에게 그가 가진 여성복을 빌려주고, 여성답게 분장을 시켜주는가 하면, 그가 범인이 아니라며 편을 들어주었던 편의점 알바를 여자 친구와 함께 등장한 예전 남자 친구와의 조우에서 남자 친구인 척 자존심을 세워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를 변태로 몰았던 부녀회를 도와 이민경을 폭력적으로 괴롭혀 그녀를 도망치게 했던 전 남친 모친의 실체를 밝히는데 일조한다.
물론, 그가 그의 컴퓨터 활용 능력으로 부녀회를 돕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부녀회의 사과가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초반부터 홍직 아파트 부녀회는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그랬듯이 이른바 '동네 아줌마'들의 클리셰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뻔한 아줌마들? 정의의 사도 삼총사
자기 집 거실에 앉아서도 소리만 듣고도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다 아는 오지라퍼 부녀회장, 이곳저곳 인터넷을 서핑하다 거기에 나온 이민경을 연상케 하는 내용에 댓글을 달고 퍼다 맘까페에 나르는 온라인 오지라퍼 부회장, 전업 주부로서의 헛헛함을 낮에는 열렬한 부녀회 활동과 밤에는 음주로 달래는 총무, 이들 3총사의 첫 인상은 우리가 '아줌마'라는 그 상투적 시선의 잣대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 부녀회 삼총사 '아줌마'들은 극중 종종 트러블메이커가 된다. 앞서 '남장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다짜고짜 '변태'로 몰아간다거나, 이민경을 찾아온 폭력적인 전 남친의 모친이 하는 연극에 속아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며 이민경에게 이사를 가달라고 통보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많은 드라마들이 '아줌마'들을 트러블메이커로 '소모'하는 것과 달리, 이 '아줌마'들을 '진정성 있는 이웃'의 모습으로 승화시킨다.
남장 여자를 변태로 몰았던 부녀회 아줌마들은 노휘오의 충고에 따라 빵까지 사들고 가서 사과를 한다. 덕분에 남자 여자 이상엽은 이후 이민경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는데 톡톡히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또한 이민경에 대해 오해를 하고 이사를 가달라고 했던 아줌마들은 이상엽의 도움과 편의점 알바의 '팩폭'에 힘입어 진실을 알게 되고 이민경에게 사과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민경을 부녀회에 스카웃함은 물론, 직접 이민경을 '나쁜 년'으로 만들었던 전남친의 모친을 찾아가 그녀에 대한 '마타도어'를 종식시키도록 만드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이 구역의 미친 x>는 미친x처럼 보이던 두 주인공이 알고보면 그들이 빠진, 혹은 그들에게 가해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인 걸을 밝혀내듯이, 두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 역시 우리 사회가 흔히 가진 '편견'어린 시선을 넘어 그들의 '진짜' 모습을 찾아간다.
덕분에 밤마다 여자 옷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이상한 남자는 편의점 알바에게 따듯한 위로를 주고, 컴퓨터 활용 능력으로 정의의 사도가 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따뜻한 이웃이 된다. 아파트 값에 일희일비하던 할 일 없어 보이던 아줌마들 역시 알고보면 자신들의 색안경에 의연히 사과할 수 있고, 누군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아파트 이웃을 위해 날마다 아파트 주변을 '방범 순찰'하듯 지켜주는 '보디가드'가 될 수 있는 정의로운 이웃임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다들 미친 x같던 사람들이 한 걸음 다가가 보면 다들 따수운 우리의 이웃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