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문화운동의 주축이 된 '여성' 사진가들

- <한국여성사진사 1; 1980년대 여성 사진운동>

by 톺아보기

우리가 알고 있는 '인상파' 화풍의 등장은 '사진'의 발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 이전만 해도 대상을 사실적으로 화폭에 옮기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를 인정받던 미술은 사진술의 등장으로 더 이상 대상의 '모사'만으로 존재 의의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대상의 사실적 모사 대신, 그리는 이의 '주관적 해석'이 더해진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사진은 그 이전 '미술'의 영역을 대신하며 자신의 문화적 영역을 개척해나간다.



16세기부터 시작된 '사진술'의 단초는 19세기 대중화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많은 기술적 진보의 과정을 거쳐 명실상부한 현대 문화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1839년 허셀이 처음 사용한 이래 이제는 세계인들의 공용어가 된 사진(Photography)은 우리나라에서도 '근대'의 문명의 일환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서울 사진 축제는 12회를 맞이하여 서울 북시립 미술관에서 한국 여성 사진사의 첫 번째 장면으로 1980년대 여성 사진가들을 '운동'적 차원에서 조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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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진가의 등장


이미 1900년대에 여전히 '내외법'이 존속하는 근대 조선에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여성들의 수요에 맞춰 여러 명의 여성 사진사들이 경성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그 중 이홍경이라는 여성은 1921년 종로에 '부인사진관'을 연 지 10개월 만에 2층까지 사진관을 확장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었단다. 당시 조선일보는 당시 여성직업인으로 '사진사'를 소개하기도 했고 1930년대 들어서는 사진사라는 직업이 여성들에게 유망한 직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고 전시회는 설명하고 있다.



근대 여성과 사진이라는 조합 자체가 일반의 대중에게는 생소한 인식인데 이미 근대의 초입부터 여성 사진사가 활약했으며 당시 촉망받는 여성의 직업이었다는 사실은 신선했다. 전시회는 근대 문명과 함께 시작된 여성 사진가의 활약을 현대로 이어받는다.



대표적인 여성 교육 기관인 이화여자 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사진 전공이 신설된 것은 1954년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사진으로 '석사' 학위를 딴 껀 이혜숙으로 그녀는 대학원을 졸업후 조선일보에서 사진 기자로 활동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등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여성 사진가 1세대로 활약했다.



전후 대중잡지들이 창간되며 붐을 이뤘지만 거기서 활약하는 사진가들은 아직 대다수 남성 사진가들이었다. 그런 가운데 패션잡지와 사진기자로 활약하던 김용순은 그 시절의 독보적인 '여성 카메라맨'으로 소개된다.



1964년 서라벌 예술 대학을 시초로 각 대학에서 사진과가 개설되었고, 대학에서 사진 동아리들이 등장하며 석사 학위를 받거나, 동아리 출신의 사진가들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각종 사진 공모전에서 입상하며 아직까지도 대다수가 남성들이 중심인 사진가들의 영역에서 전문 사진가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성 사진사라는 제목에 걸맞게 전시회는 근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사진'이라는 문화적 영역에서 어떻게 그 활동성을 확장해 왔는가를 시대별로, 인물별로 연대기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남편에게 배워 사진 기술을 익혀 사진가가 됐던 여성들은 현대 교육 과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전문 사진가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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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여성 사진 운동


지금이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게 너무도 평범한 '범사'가 되었지만, 카메라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였다. 카메라의 대중적 확산은 더불어 아마추어 사진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낳았고, 이와 비례하여 여성 사진가들이 급증하게 되었다고 전시회는 밝힌다.



더불어 여성 사진가들의 양적 확산은 질적인 발전을 낳는다. 작가로서의 고유한 작품 세계를 가져야만 가능한 '개인전'은 1960년대 단 1회에 불과했고,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60여 명의 여성 사진가들의 개인전이 한마당 화랑, 사진 공방 타임스페이스 등의 개관과 함께 활성화되었다.



지금의 시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여성인가, 남성인가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여성이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다는 게 더는 생소한 여역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근대 조선에서 여성이 해볼만한 직업인 여성 사진가였지만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 사진가는 문화적 영역에서 '드문' 분야였던 것이다. 그런 드문 활동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시대가 1980년대였고, 또한 다양한 분야, 다양한 주제에서 여성 사진가들의 활약이 돋보이며 여성 사진의 질적인 발전을 이룬 시기이기에 '전시회'는 1980년대의 여성 사진을 '운동'의 차원에서 다루고자 한다.



전시회는 1980년대의 대표적 여성 사진가 10 명의 작품을 통해 1980년대 여성 사진 운동사를 설명한다. 특히 1983년 한마당 화랑의 두번 째 개관 기념 <여류 사진가>전을 주목한다. 당시 활동하던 6명의 여성 작가들을 한데 모은 사진전에서는 포스트모던한 사진 기법은 물론, 당시로서는 '생소하기'까지한 여성주의 사진에 대한 본격적인 모색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1983년 첫 개인전 <굿판>의 개최와 함께 <굿판> 사진집을 출간한 김동희는 1970~80년대 굿판을 찾아 현장을 기록한다. 이제는 우리에게는 익숙한 토속 문화 '굿'이 김동희 손을 통해 세상에 생생하게 전달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와이에서 느낀 자연의 숭고함을 담은 연작과 함께 '이매방의 승무'를 선보인 이은주의 작품 역시 그 자체로 우리의 문화 현대사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 한국일보에서 근무하며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김민숙은 '다중 이미지를 콜라주하는 방식으로 불교의 세계를 시각화'한 '만다라'연작을 전시한다. 또한 역시나 미국에서 거주한 김테레사의 작품은 1970년대에서 9.11 테러이후까지 워싱턴 스퀘어 연작을 통해 미국 현대 사회를 조명한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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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사 사진 기자로 오래 활동한 류기성의 패션 사진들은 그 자체로 1980년대의 문화사가 된다. 그리고 박영숙이 오랜 시간 동안 천착한 <36인의 포트레이트>나, 포토 에세이 형식의 <변관식 초상 연작>은 또 다른 우리 현재 문화 현장의 '기록'이다.



<폴라로이드 sx-70> 등을 통해 사진의 시각적 확장과 변주를 보여준 송영숙, 자신의 유학 시절 이야기를 콜라주 한 후 다시 복사기로 프린트한 카피 아트, 일렉트로그래피를 선보인 홍미선은 '실험'으로서의 사진 운동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어느 예술가의 초상> 연작과 <COSMOS> 를 통해 자신만의 탐구 방식을 보여준 임향자와 식물의 추상적 형태를 시바크롬 프린트 특유의 컬러로 재현한 정영자의 작품에서 예술로서 사진의 확장성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문화에서 엄연한 한 장르임에도, 사진에서 활약한 여성 사진 예술가들의 존재가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전시회를 통해 여성 사진사의 역사를 꿰어보고자 한 전시회, 그를 통해 지난 근현대의 시간을 통해 '사진 예술'의 분야에서 여성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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