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어제보다 더 쏟아져 내렸다. 강수량이 어제는 47mm, 오늘은 81mm다. 오늘은 15km를 걸어서 이동한다. 오르막길 구간이 많아 구글 맵 기준 4시간 소요될 예정이었다.
처음 3km가 고통스러웠다. 이른 시간에 출발해 사람도 적었고, 구글 지도가 없는 길을 2번이나 안내해서 당황했다. 비는 쏟아져내리고, 가방이 젖을까 봐 걱정되고, 남은 도보 시간은 4시간이라는 게 포기하고 싶게 만들었다. 누가 옆에서 그냥 택시 타자고 말했으면 순순히 응했을 것만 같다.
3km를 지나고 나니 괜찮아졌다. 몸도 풀리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얘기하면서 나아졌다. 허기를 채우려 슈퍼에 들어간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로 맞이해 준다. 스리랑카에는 한국에서 일했거나, 할 예정인 사람들이 많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스리랑카인들이 꽤 많다. 나도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비스킷, 초코바, 애플 주스를 먹는다. 스리랑카의 가공 식품은 모두 설탕이 상당하다.
8km를 더 걸어가서는, 어제처럼 가판대에 들어가 250루피에 카레빵, 피자빵, 물한병을 먹었다. 어제와는 달리 여기는 맛있었다. 카레빵은 매콤하면서 빵 안의 감자가 따뜻하게 씹혀 맛있었고, 피자빵은 소스를 뿌려먹을 수 있었는데 단짠 조합이 좋았다. 이곳은 건물 내부에 제빵시설을 따로 갖추고 있었다.
휴식을 섞어가며 걷다 보니 어느새 15km를 걷고, 오늘 머무를 Rakiligaskada 마을의 오팔 호텔에 도착했다. 휴식 포함해 4시간 30분 걸렸다.
저녁식사 포함 7,000 루피 하는 저렴한 현지 숙소였다. 방은 춥고, 어매니티는 없고, 대신 날벌레는 좀 있었는데 가격 대비 합리적이라고 느꼈다. 잘 찾아보면 숙박비 x30 계산해도 서울 원룸 월세보다 저렴한 곳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는 동안 온몸이 젖어 감기를 예상했다. 양말과 신발은 진작에 포기했다. 그렇지 않으면 밟을 수 있는 지면이 없었다. 내일도 이 짓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내일은 27km를 이동해야 하는데, 비만 없었어도 27km쯤은 별 것 아닐 텐데.
그럼에도 저녁식사로 치킨볶음밥, 밀크티를 먹고 몸도 따뜻해지고 배도 부르니, 다시 자신감이 생겼다. 내일 27km 가능하겠는데? (여행이 끝나고 지금 다시 읽어보니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