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앱이 예보한 그날 강수량은 250mm였다. 그게 얼마나 많은 비인지 감이 없었다. 일어난 직후에는 맑았고 비도 거의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처음에는 툭툭이나 택시를 타려 했다. 오늘 가야 할 거리가 27km나 되는 데다, 비가 많이 온다고 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모두 운행을 거부했다. 길이 미끄러워, 차량이 이동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날씨가 괜찮을 때 가능한 한 걸어가기로 했다.
10km가량을 금방 걸어 이동했다. 가랑비 수준이고, 체력도 멀쩡했다. 간판 없는 현지식당에서 커리, 로띠, 밀크티를 250루피에 먹었는데, 이제껏 먹은 현지음식 중 최고였다. 이때 처음으로 현지인들처럼 오른손만으로 커리를 먹기 시작했다. 양념 섞기 편해서, 이후로는 계속 맨손으로 먹었다.
여기서 기분 좋게 멈추고 근처 숙소를 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이 기세를 몰아 계속 걸어갔다.
몇몇 현지인들은 걸어가던 내게 조심하라고, 혹은 돌아가라고 경고했었다. 택시 운행 거부 사유와 동일했다. 비가 오고 길이 미끄럽다는 이유였다. 나는 그 경고를 이해하지 못했다. 길이 미끄러운 게 걸어가지 못할 이유가 되나? 체력적으로 비가 오지 않을 때보다 더 힘들겠지만 가능할 거라 판단하고 계속 걸어갔다. 이때는 몰랐다. 길이 미끄러운 게 전부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