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 250mm

by 이재

날씨 앱이 예보한 그날 강수량은 250mm였다. 그게 얼마나 많은 비인지 감이 없었다. 일어난 직후에는 맑았고 비도 거의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처음에는 툭툭이나 택시를 타려 했다. 오늘 가야 할 거리가 27km나 되는 데다, 비가 많이 온다고 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모두 운행을 거부했다. 길이 미끄러워, 차량이 이동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날씨가 괜찮을 때 가능한 한 걸어가기로 했다.


10km가량을 금방 걸어 이동했다. 가랑비 수준이고, 체력도 멀쩡했다. 간판 없는 현지식당에서 커리, 로띠, 밀크티를 250루피에 먹었는데, 이제껏 먹은 현지음식 중 최고였다. 이때 처음으로 현지인들처럼 오른손만으로 커리를 먹기 시작했다. 양념 섞기 편해서, 이후로는 계속 맨손으로 먹었다.


여기서 기분 좋게 멈추고 근처 숙소를 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이 기세를 몰아 계속 걸어갔다.


몇몇 현지인들은 걸어가던 내게 조심하라고, 혹은 돌아가라고 경고했었다. 택시 운행 거부 사유와 동일했다. 비가 오고 길이 미끄럽다는 이유였다. 나는 그 경고를 이해하지 못했다. 길이 미끄러운 게 걸어가지 못할 이유가 되나? 체력적으로 비가 오지 않을 때보다 더 힘들겠지만 가능할 거라 판단하고 계속 걸어갔다. 이때는 몰랐다. 길이 미끄러운 게 전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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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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