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1중대 1소대 1생활관 분대장 훈련병으로

by 윤원

일기에 중구난방으로 내용이 쓰여 있는 것 같다. 하루에 한 사건만 적어보려 한다. 이번주부터 일기는 조금 정적이며 짧아질 수도 있다. 부지런하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왼쪽 무릎에 대한 부상의 여파는 꽤 오래 갔다. 소대 걸음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고 분대장 훈련병임에도 가장 뒤에서 천천히 따라다녔다. 소대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버렸다.

오늘은 공포탄 사격을 하는 날이었다. 사격을 하게 되면서 무릎 한 쪽을 굽혀 앉는 무릎 앉아 대기를 많이 하게 된다. 다행히 몇번쯤은 참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에 없던 얼차려가 내려졌다. 소대 전체의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였고 이를 악물고 버텨야 했다.

"일어서! 엎드려! 일어서! 엎드려!"

반복될수록 무릎의 통증 때문에 눈이 커져갈 때쯤 얼차려가 다행히 멈췄다. 오전 공포탄 사격 때문에 오후 의무반에 배정되어 군의관 앞에 앉자마자 나의 선택과 무관하게 국군 병원으로 가자는 진단서를 써주었다. 근육의 문제인지라 외관상으로 알 수 없어서였다.

다치면 불편하다. 그래서 안 다치려는 것이었다. 씁쓸하면서도 이번 부상으로 앞으로가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첫 사격이었다. 1조 8사로에서 동기들 중 처음으로 사격을 실시했다. 공포탄과 반동과 차이가 없다는 분대장님의 말을 듣고 사격 실시라는 소대장님의 말을 따라 조준 이후 숨이 완전히 나가 공백의 시간에 방아쇠를 당겨 격발하다. 탕-!이 아니라 쾅-! 소리와 함께 눈앞에 탄피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앞은 뿌옇게 흐려졌다. 손이 크게 떨렸다. 이제 겨우 9발 중 첫 발을 쏜 거였지만 떨림은 멈출지 몰랐다.

"조금 더 낮게 잡고 쏴!"

총은 사람을 죽이는 도구다. 그것이 내 손에서 하여금 표적을 적중했을 때보다 짜릿함보다는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럼에도 다른 동기들의 이른 퇴장을 위해서라도 쏴야 했다. 반동은 컸고 그만큼 어깨에 가까이 견착해 반동을 최소화했다.

사격을 마치고 떨리는 손은 7조가 쏠 때까지 계속됐다. 이 모습을 본 책임 분대장님은 재밌다면서 똑똑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른 동기들의 탄알집 수거와 운반을 맡겼다. 꽤나 할만 하다 생각해 다행이다.


영점 조준 사격, 이틀째. 어제 합격을 받아 우리는 사격술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물론 나는 도착하자마자 불합격자들을 탄알집을 수거하러 사격장으로 향했다.

내가 멍하니 나무를 바라보고 있을 때 책임 분대장님께서는 선임에게 하면 좋은 말에 대해 알려줬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식사 맛있게 하십쇼." 이 2개가 쉬우면서도 좋은 말이라고 한다. 나는 곧장 그에게 편히 주무셨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말하다가 살짝 웃으면서 잘 잤다며 내게 되물었다. 잘 잤다라고 말하자 꿈을 꿨는지 물었다.

오늘 나는 눈이 가득 쌓인 숲 속 한가운데서 노트에 사람 이름을 적는 꿈을 꾸었다. 나의 가족, 친구, 작품 속 인물들도 아니었고 심지어 한국어도 아니었다. 이렇게 잘 추려서 얘기하자 책임 분대장님께서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셨다.

총소리가 가득한 이곳에서도 나는 꿈을 꾼다.


나는 사과를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사과를 잘한다는 건 빈번하게 아닌 필요할 때의 사과를 얘기한다.

어젯밤 분대장님의 말과 동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게 겹쳐 "왜요?"라고 말했다. 분대장님께서는 왜요라는 한 마디에 화난 모양이다. 저녁 점호 제식 동작까지 느슨하다며 화를 냈고 밤 사이 나는 화가 났다. 들어온지 3주차, 그동안 잘하다가 단 한 번의 실수와 빗나간 타이밍에 의해 내가 왜 혼나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일어났을 때 그럼에도 저 사람과 20일을 더 봐야한다는 생각에 오해를 풀고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탄알집 수거 도중 분대장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 그는 의외라는 듯 알겠다며 열심히 할 것을 약속했다. 아무래도 어젯밤 내 이름을 부른 동기가 오해를 먼저 풀어준 모양이다. 그 덕분에 수월하게 풀 수 있었다.

사과,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두 가지의 언어는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다. 타인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마법의 언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왼쪽 무릎에 대해 외진 판정을 받고 의무반에 대기 중이다.


민간병원에 가 왼쪽 무릎의 근막이 튀어나왔다고 한다. 근육은 약파열, 보기에도 무릎이 많이 부었다고 한다. 물리치료와 약을 처방받은 후 나라사랑카드로 결제해야하는데 적금을 드느라 돈이 없었다. 병원 전화로 아빠와 전화해 돈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화를 도저히 끊고 싶지 않았고 분대장님이 다른 훈련병들을 데리고 2층 물리치료실로 올라가는 걸 보고 일상적인 얘기로 주제를 돌렸다. 다행히 간호사 분들이 전화 편하게 쓰라며 웃으셨고 감사하다고 한 후 더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잘 지내?"

"내일 토요일인데 엄마랑 같이 있어?"

이런 얘기를 하다가 분대장님이 보이자 사랑한다고 한 뒤 급하게 전화를 끊고 결제를 한 후 2층으로 올라갔다.

'아, 아빠. 생각해보니 화생방 물었었지? 나 화생방 시간 빼고 외진 나온 거야.'


군대에서는 특히 훈련소에서는 돈의 의미가 크지 않다. 어차피 6천원 한도가 있고 사는 물폼도 한계가 있다.

오늘 각각 중대장 훈련병1, 소대장 훈련병6, 분대장 훈련병 15명까지 총 22명 수고의 의미로 PX를 이용하기로 했다. 1소대장 훈련병과 나는 함께 1생활관을 이용하기 때문에 동기들을 위해 각자의 돈을 쓰기로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는 것이며 우리를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는 의미였다.

핸드폰 사용시간이 끝나자 우리가 사온 과자와 음료는 순식간에 거덜났다. 나는 과자를 잘 먹지 않는다. 작년 애들을 가르칠 때도 서랍에 쌓아놓고 늘 애들에게 힘내라며 건넸다. (사실 많이 뺏겼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콜라 한 잔에 만족하기로 했다. "잘 먹을게!"라고 말하면서 허겁지겁 먹는 걸 보니 21~25살의 훈련병들도 18살 고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다들 평범한 세상에서 끌려온 거 아닌가.

남은 17일도 잘 부탁한다. 1중대 1소대 1생활관 분대장 훈련병으로서 그저 부탁할 뿐이다.

힘을 내라,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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