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차. 자대배치는 ♡♡사단으로 간다

by 윤원

마지막 사격날, 어째서인지 사격장으로 가는 길부터 비가 한 방울씩 내렸다. 나는 1조 1사로로 들어가 사격을 실시했다. 20발 중 12발을 목표로 하는 기록 사격에서 신 분대장님과 함께 타겟을 노렸다.

소총은 완전히 앞으로 밀고 어깨에 견착해 한 발씩 타이밍을 맞춰 쏘았다. 결과는 15발 적중으로 합격을 받으면서 성공적인 사격이었다. 소대장님의 1조 사격 이후 결과를 발표하실 때 15발이라는 말을 듣고 함박 웃음을 지으며 사격장에서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기다리던 생활관 동기들과 탄알집 수거를 한 뒤 오전, 오후 일과를 마무리했다. 중간중간 연극 배우 출신이었던 4소대장님과 얘기로 주고 받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뭘 해도 넌 잘하겠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다고 생각해 안심됐다.

문득, 일기를 쓰는 지금 530일 후 제대하면 무엇을 하지 계획하는 동기들을 보며 나도 포기하지 않겠다...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멀리 오지 않았는가.


선거날이다.

감기 및 코로나 환자가 1중대에 많아졌다. 때문에 점심을 먹고 2시간 낮잠을 갖은 후 핸드폰을 사용했다. 오후 각 생활관 분대장들끼리 모여 제식 경연대회 시나리오를 받게 되었다. 종이 반 장을 꽉 채우는 시나리오에 머리가 아파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분대장 훈련병은 앞에서 지휘하는 것뿐이라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제식에서 많이 약하다)

별로 큰 이벤트가 없는 하루다. 시 한 편에 소설 한 쪽 쓰는 하루가 돼야지.


말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천냥을 요즘 가치로 13억이라고 해본다면 말 한 마디로 13억을 벌기도 혹은 빚을 지게 된다는 말이다.

1중대 1소대 1-3 생활관이 함께한지 22일 차다. 조금은 편해졌으면서도 생활 제식 (밥 먹으러 갈 때 팔과 다리 맞추기, 점호 등)에서 불협화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오늘 일기의 주제가 말인 이유는 불협화음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되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15번 훈련병이 2생활관 앞에서 한 말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2생활관 분대장 훈련병은 나를 보자마자 하소연하듯 속상하다면서 다가왔다. 최근 2생활관이 다른 교관, 소대장님들에게도 깨지는 만큼 1소대 인원들이 지지대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15번 훈련병의 탓하는 말을 들으니 상처가 된 모양이다.

나는 말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말 하나로 사람은 살릴 수도 말 하나로 12년 동안 2천원을 보고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걸 경험해서 잘 안다.

44명이 하나가 되도 부족한 이곳에서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은 크다. 이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작년 첫 제자들을 가르칠 때도 말 가지고 화낸 적이 없었던 내가 21-25살들을 데리고 화를 낸 것이었다. 평소 조용하던 나의 화 내는 모습에 다들 빠르게 수긍하고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다음부터 화 안 낼게, 1생활관!


나는 53사단 (부산)으로 간다. 보직은 모르겠지만 또 새로운 곳으로... 뭇별에 닿을 때까지...


꿈을 꿨다.

텅 빈 방 안에서 문득 '아, 엄마, 아빠한테 자대 배치 받은 곳 알려줘야지.'. "엄마, 나 53사단이야."하고 문을 여는 순간 잠에서 깼다. 엄마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지 알았는데 정철의 속미인곡에 나오는 계셩과도 같은 뻐꾸기 소리만 들려왔다.

이제 남은 훈련은 각개 전투와 행군. 무릎이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감행해볼 생각이다. 모두가 1차 자대배치가 끝나고 좌절과 행복이 교차했다. 다들 하는 말이 슬슬 헤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서로 안아주기도 하고 격려도 하면서 서로의 자대배치의 결과에 축복하기도 불안했기도 했다.

핸드폰을 받고 나서는 그동안의 정보들로 누가 성공한 사람인지가 결정되었다. 나는 부산 해운대구 혹은 울산 도심으로 가게 된다. 무엇이 됐든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요즘 시를 쓰는 게 즐겁다. 시를 읽고 쓰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최근에 다시 깨달았다. 내가 어째서 고등학교 3년을 시동아리 (물론 농구 대회 훈련으로 많이 빠졌다.)에 충성했는지 다시 깨달았다.

주말이라 특별한 건 없지만 점점 연인이 있던 동기들이 헤어지고 솔로가 되어 풀이 죽어갔다. 안타깝지만 이곳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위로밖에 할 수 없었다.

씁쓸한 나날의 연속이 될 우리에게 잿빛 한 줌의 희망이라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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