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 브런치를 시작하며
가끔 영화 커뮤니티에서 어쩌다 인도영화 이야기가 올라올 때면 ‘중간에 춤추나요?’ 같은 덧글이 달리는데, 그런 것들을 처음에 봤을 때는 ‘이것들이 장난하나, 어차피 보지도 않을 거면서 인도영화라고 비아냥댄다 이거지?’ 하는 불만이 폭주했지만 어차피 인도영화를 좋아하는 건 나를 포함한 소수이고 다수는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라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생각하며 '에휴 그냥 참아야지... (쭈글~)' 하고 말며 참는 게 예사 일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인도에는 법적으로 춤 노래를 넣어야 한다는 근거 없는 소리를… Hㅏ…)
예술영화들은 그 유명한 탤런트 겸 영화배우님이 수입해준다는데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는 착각이 있지만) 2년에 한 번 꼴로 인도영화가 수입-개봉 되는 이유는 사람들의 이런 인식이 고착화되어 수입도 안 되고 극장에도 안 걸리는 건 아닌가 하는 억하심정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10여 년 전만 해도 영화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영화 안 그런 영화도 있어요~’라고 하소연 하고 다닌 적도 있지만 결국 그 어떤 영화도 영업하지 못한 가운데 돌이켜보니 왜 그렇게 저자세로 나갔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네! 왜요?
SNS로도 자주 올라오긴 하지만 저는 EXID 출신의 배우 하니 씨가 모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네, 왜요?’라는 클립이 제게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짤을 본 이후로 지금까지의 인도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허튼 소리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자신감마저 들었습니다. 많은 설명과 자기 검열에 인정해주지도 않는 이들에게 쿠션어를 써가면서 존재를 납득해주길 바라는 태도를 이제는 지양하고 "네! 왜요?"하면서 어깨 펴고 당당해 질 필요가 있지 않나 저만 생각해 봐~요.
우리가 인도영화에 대해 아웃 오브 안중으로 일관하는 동안 몇몇 인도영화들은 세계적으로 이정표를 남겼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RRR》의 주제가상 수상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이 감독의 예전 영화에 비해 영화에서의 춤 노래의 비중은 확 줄었답니다…)
여전히 문화 유입은 단절된 와중에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이젠 인도영화의 춤 노래를 떠올리면서 “저렇게 춤 노래와 함께 내 인생도 행복해지는 전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것이죠.
202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파란을 일으킨 파얄 카파디아가 이미 2021년 칸의 문을 두드리며 골든 아이 상을 수상하면서 존재감을 알린 《무지의 밤》에 대해 누가 소개해보라고 하면 저는 ‘춤으로 시작해서 춤으로 끝나는 영화’라고 이야기 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사실임)
그리고 3년 후, 《우리가 빛으로 상상하는 모든 것》으로 20년 만에 인도영화 칸 영화제 본선진출이라는 화제를 낳은 감독 파얄과 출연 배우들은 레드 카펫을 인도 춤으로 물들이며 등장합니다. 칸 영화제라 프레스에서 ‘인도영화는 왜 춤 추나요?’ 같은 수준낮은 질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이들은 상업 맛살라 영화의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우리의 흥이고 정체성임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준듯 합니다.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인도 선정위원들의 말마따나 ‘프랑스 영화스러운’ 이 영화에 등장한 이들도 이런 인도식 바이브를 보여주고 있는데 내가 그런 정체성을 꽁꽁 감추고 '유니버셜리티 호소인'이 되어야 할 것인가...
끝으로 《우리가 빛으로 상상하는 모든 것》도 춤 노래가 나오냐고요?
네! 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