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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살라 상영 프로젝트 설명서 part ①

영화가 축제가 되는 참여형 영화 감상 만들기

by raSpberRy

OTT 시대의 도래로 인해 집에서 손쉽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전통적인 극장 관람 문화는 더 이상 관객들에게 과거와 같은 새로움과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극장이나 영화사들은 ‘굿즈’같은 유인책을 제공하기도 하고 있고 극장측에서는 ‘체험’혹은 ‘체감’으로 만족도를 높이려고 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극장 위기의 시대, 기존의 극장 관람 방식에 대한 재고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저는 그 중 ‘체험의 효과’로 인도영화의 상업영화 관람 접근법, 소위 ‘맛살라 상영’에 대한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해보려 합니다.



맛살라 상영이란?

맛살라 상영(Masala Screening)’은 인도 영화에서 유래한 상영 방식입니다.

화려한 영상과 고감도의 음향으로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는 인도 상업영화들은 춤과 노래는 물론 액션, 로맨스 등 역동적인 분위기로 관객들을 자극하여 관객들이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리액션 관람 문화를 이끌어왔는데요, 여기서 ‘맛살라(Masala)’는 힌디어로 향신료 혼합물을 뜻하는데, 액션,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장르의 영화가 버무려진 인도식 상업영화를 뜻합니다.


이렇게 장르에 충실하며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하다보니 인도의 상업영화 팬들은 어느 부분에서 환호를 보내고 열광해야 할지 이미 체득이 되어 있는 까닭에 이들은 굳이 ‘맛살라 상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image (1).png 인도에서의 관객 리액션

오히려 이 개념은 외부에서 정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개봉한 ‘킹 오브 프리즘’이나 ‘러브라이브’ 등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응원상영(応援上映)’이 일본 극장 관람 문화로 정착되었고 이것이 《바후발리》와 같은 인도영화의 붐과 만나 공식적으로 ‘맛살라 상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활성화 되었습니다.



image (2).png 《바후발리》 응원상영 관람을 위해 모인 일본 관객들


맛살라 상영의 의의

일부 한식 음식점에 들어가면 대개 ‘○○의 효능’ 같은 문구와 함께 ‘○○은(는) 성인병 예방과 생식기능 개선, 비만 예방 등에 도움이 됩니다.’ 같은 글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이 글을 몇 분이나 보시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효능이 있다고 사기를 치면서 이 파트를 후닥닥 마무리 하고 싶지만 차마 양심이 허락치 않아 현 영화 시장을 근거로 해서 기술해볼까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리고 넷플릭스같은 OTT의 태동과 함께 관객들의 극장에서의 이탈이 심해졌습니다. 더구나 관람료 인상대비 서비스의 질적 저하 문제까지 더해져 극장은 진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지’ 하는 의리관객, 굿즈를 모으는 굿즈 마니아들, 아직은 극장의 스펙터클을 믿는 블록버스터 체험형 관객, 아트영화를 아끼는 영화팬 정도가 주 관람층으로 남아 이들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들이 모두 움직여도 극장 관람객 수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이 2억 2천만 명 대였다면 작년인 2024년은 1억 1,700만 명으로 절반 수준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영화 콘텐츠 자체로 승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가 가진 다른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요즘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특히 앞서 언급했던 OTT의 시대에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같이 느낀다’는 즐거움 역시 부각시켜야 할 요소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맛살라 상영’ 같은 응원 상영 형태의 상영은 극장문화에 활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유사사례 연구


국내엔 ‘맛살라 상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응원상영 형태의 공동체적 영화 상영 프로그램은 간혹 존재하긴 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상영 프로그램 세 가지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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웸등포의 전설 - 보헤미안 랩소디 라이브에이드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드라마로, 퀸의 명곡들이 가득가득 차 있어 싱어롱 하기도 좋았던 영화이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클라이맥스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었죠. 퀸의 폭발적인 무대를 재현한 이 장면에서 모 극장 영등포 지점의 관객들은 일제히 스크린 앞으로 튀어나와 강강수월래(진짜임)를 하며 ‘라이브 에이드 성지’로 만든 바 있습니다. (이른바 라이브 에이드가 진행된 ‘웸블리 스타디움’의 이름을 따 ‘웸등포’라는 이름이 붙기도…)


이 걷잡을 수 없는 열기로 무려 전국 994만명이라는 초대박 흥행을 낳았기에 아마도 폭스(현 디즈니)에선 부활도 해보고 싶었겠지만 여러가지 이권이 얽혀있어 부활이 어려웠다고 하네요.



고음불가 - 겨울왕국, 알라딘 싱어롱


뮤지컬 장르의 영화의 인기와 위용을 자랑하는 코드는 단연 ‘싱어롱’입니다. 비틀즈의 노래가 있어도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같은 영화는 싱어롱 회차를 못 만들지만 창작곡으로 도배해도 N차 관람형 영화는 결국 싱어롱을 만들어냅니다.


겨울왕국 1 & 2는 쌍천만 돌파, 알라딘 역시 천만을 돌파하며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삽입되는 노래 역시 인기를 끌어 싱어롱 회차가 오픈 되었는데요, 여전히 미스터리한 건 이디나 멘젤의 ‘Let It Go’나 나오미 스콧의 ‘Speechless’는 꽤 높이 올라가는 노래인데 우리나라에 복면관객이 있단 말인가!!!!


뭐, 부디 즐거웠던 관람이셨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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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있어도 신나는 드라마 - 슬램덩크 응원 상영


당신의 전성기는 언제입니까? 분명히 다 누가 이길지 결과를 아는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응원을 하겠다고요?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언더독인 북산과 최강팀 산왕과의 대결을 다룬 스포츠 드라마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긴장감 넘치는 경기묘사와 간간이 플래시백으로 삽입되는 인물들의 스토리가 재미를 줘 전국 49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는데요.


영화사는 이를 잘 활용해 단체 유니폼, 응원봉 등의 도구를 활용해 실제 경기를 보러 온 것 처럼 유도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를 통해 현장에서 축제 분위기로 즐기는 영화 문화는 국내에도 호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다만 퀸의 노래나 만화 슬램덩크는 이미 인지도가 있는 상태의 콘텐츠라 진입장벽이 높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참여형 관람이 어느정도 인지도에 기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 《록키 호러 픽쳐쇼》의 싱어롱은 어려운 이유 같은 거겠죠)


다음 시간에는 실제 준비작업과 필요한 것들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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