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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합니다 인도영화
(메인스트림 영화편)

정식 소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써보는 리스트

by raSp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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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같은 데 소개되는 영화를 보면 수입작이 인기 있고 인기 있는 게 수입되고 그렇지 않은 영화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관심 없으니까 안 보는 거 아닐까요' 같은 무참한 발언을 하는데 과히 천 만 영화라는 괴물과 같은 신화의 이면에 영화가


누군가는 이런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는 공개적인 포커스나 발언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너그러움이 없는 이 땅에서 그런 걸 바라는 건 배부른 소리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긴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이젠 더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시대에 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시도가 애잔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소개해야죠. 인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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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ist Family


Synopsis

모라토리움 사태 이후의 스리랑카, 이곳에 거주하고 있던 네 명의 가족은 이곳을 빠져나와 인도로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접경지인 라메스와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면서 몰래 잠입해 살던 이 가족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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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 개인적으로 기대도 안 했는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스리랑카 특별전이 열렸습니다. 해당 영화제 초청작도 그랬지만, 20세기 후반 스리랑카 영화의 경향성 중에는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족 간의 충돌에서 촉발된 갈등을 그린 이야기들이 많은데(멀리는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차지한 자크 오디아르의 《디판》 같은 영화도 있습니다) 내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스리랑카엔 타밀족들이 많이 살고 있고 그들의 이야기는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모라토리움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도 몇 편 있지만 타밀인의 시각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했던 차에 이 영화가 등장했고 평단의 호평속에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가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스리랑카-타밀의 갈등을 이야기를 다루면서 비참한 상황이나 폭력묘사, 격정적인 대사 등으로 관객을 자극하는 것을 피해 가족을 중심으로 인류에 대한 믿음을 주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제 스물 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성공적인 데뷔작을 만든 감독이자 각본가인 아비샨 지빈트는 실제 주변에 스리랑카 타밀족 친구들이 많아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영화를 통해 영적인 연장선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합니다. 간결한 대사와 경제적인 내러티브 운용으로 두 시간에 영화를 담아 냈는데요. 저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제작비의 1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어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고 2026년 2월 일본 개봉이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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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sari Chapter 2


Synopsis

잘리안왈라 바그 학살사건 이후, 영국 정부는 영국으로부터 명예 훈장을 수여할 예정이었던 나이르를 보내 이 사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려 한다. 하지만 법대생 딜리트로부터 그날의 진실을 알게 된 나이르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다이어 장군을 학살혐의로 고발하는데



라구 팔라트라는 작가가 쓴 ‘제국을 뒤흔든 사건’이라는 원작을 토대로 영화 《간디》에도 그 참상이 묘사된 ‘잘리안왈라 바그’ 사건으로 촉발된 실제 법정 공방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에 제국에 항의 하는,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치기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잘리안왈라 바그 사건은 영국 점령기 시절의 인도, 평화 시위였으나 영국의 일방적인 학살로 피로 얼룩진 역사로 우리도 부당한 권력에 맞섰던 역사가 있는 민족으로서(독립기념일도 같다)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는 점이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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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인도에서 주로 코믹한 역할을 맡았던 배우 악쉐이 쿠마르가 이번에는 웃음기를 싹 뺀 정의를 추구하는 변호사 역할을 맡았는데 사실 그의 《Kesari》 1편은 실제 시크교도인 그가 소수 정예 시크교 전사들과 아프가니스탄 침략자에 맞선 (마치 《300》처럼) 액션영화여서 배우 외의 공통점은 … 패배가 자명한 싸움에 의연히 일어나는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은 있겠네요.


영화는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IMDB 인도영화 250선에 오른 2025년 영화 중 한 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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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kah Chapter 1: Chandra


Synopsis

초능력자들의 비밀 조직 소속인 찬드라는 지령을 받고 스웨덴에서 인도로 건너온다. 이곳에서 장기밀매 조직 범죄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찬드라는 이웃 또래들과 가까워지지만 이내 이들이 자신때문에 위험에 처하고 이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에 뛰어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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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면 힌두 신들은 마치 다양한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처럼 묘사가 되어 있는데 이런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본격적으로 슈퍼히어로 장르를 받아들인 건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늦은만큼 크게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국 시장 점유율 90%를 자랑하는 인도 영화시장이 유일하게 그 해의 1위 영화를 빼앗긴 2019년 1위를 차지한 영화가 《어벤저스: 엔드게임》이었다는 점에서 엿볼 수 있는데요.


그렇게 많은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선보였고, 아예 ‘라마야나’처럼 힌두 신화를 슈퍼히어로 영화로 겨냥하겠다는 대형 프로젝트도 나와있는 이 때, 《Lokah Chapter 1: Chandra》가 던져준 교훈은 ‘단지 규모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것이겠죠. 세계에서 코로나 이전 시점으로 시장을 회복한 인도영화 시장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올 해는 몇몇 대형 성공작에(그나마 올 해는 꿈의 100억루피 영화도 없는) 의존해서 겨우 체면을 차린 그들에게 마치 ‘징비록’과 같은 격의 영화가 이 영화, 더 나아가선 말라얄람어 영화 산업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세계적으로 29억루피(한화 460억 이상)의 수익을 거둠으로서 말라얄람어권 흥행수익 역대 1위, 인도 내 여성 주연 영화 역대 3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의 대성공으로 프랜차이즈 제작은 파란 불이 켜졌고 인도영화를 대표하는 ‘발리우드’라는 이름을 간신히 유지중인 힌디어권에서도 슬슬 말라얄람어 영화 시장에 투자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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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eraa


Synopsis

석유매장지를 발견한 재벌, 사업을 위해 위기에 처한 정부요원 디팍을 시켜 거지들을 사업에 동원해 이용하게 하고 이용가치가 끝나면 처리할 것을 이야기한다. 처리의 순간 가까스로 살아남은 거지 데바는 상황을 뒤집으려 하지만 디팍으로부터 집요한 추적을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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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루구어권 영화는 《바후발리》의 S.S.라자몰리 감독 영화처럼 화려한 액션 영화를 떠올리기 쉬운데 ‘인도영화’에 대한 편견 만큼이나 ‘텔루구어 영화’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은 더 많은 영화를 만나서 오해를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그걸 증명하듯 꾸준히 드라마 장르 영화로 텔루구어권에서 사랑받아 온 세카르 카물라라는 감독이 주로 그가 다루었던 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나 느와르 요소가 있는 영화로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각본가이자 감독인 세카르는 두 가지 세계를 탐구하려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모두가 보고 있는 세계이고 다른 하나가 거지들의 삶처럼 간과되는 세계인데 이 둘이 사실 본질적으론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영화라는 매체가 단순히 오락적인 요소를 넘어 책임의식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사회파 느와르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소명하는 그의 철학이 얼마나 담겨있을지 궁금하네요.


다양한 세대와 언어권에서 어필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해 지금의 범인도(凡印度/Pan-India)적 제작 경향을 보였는데, 모두 연기가 출중한 배우들이라 배우들의 연기엔 이견이 없었다고. 80년대부터 텔루구어권 영화를 대표한 나가르주나가 해결사 역할을 하는 디팍 역을, 비밀의 키를 쥐고 있는 거지 데바 역을 넷플릭스 대작 《그레이 맨》에도 출연해 존재감을 드러냈던 내셔널 어워드 수상자인 다누쉬가, 또다른 비밀의 키를 쥔 사미라 역을 《푸쉬파: 절대권력》 등의 영화에서 활약했던 라쉬미카 만단나가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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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aare Zameen Par


Synopsis

사고를 친 프로 농구팀 코치가 사회봉사 명령의 일환으로 지적 장애인 농구팀 프렌즈의 감독을 맡게 된다.




인도영화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세 얼간이》와 《피케이》 등에 출연한 배우 아미르 칸의 신작으로 스페인 영화 《챔피언스》의 리메이크입니다. 앞서 언급한 《Kesari Chapter 2》라는 영화가 주연만 같고 전반적으로 전편(?)과 무관한 것과 같이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도 개봉한 《지상의 별처럼》의 정신적인 속편인데 전편과는 무관합니다.


아미르 칸은 인도영화에 사회적인 메시지와 실험적인 시도를 함께 하는 인물인데요,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그는 이 영화에도 실제 장애인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개봉 후 OTT 판매 없이 유튜브 결제를 통한 방식으로 영화를 공개하는 도전적인 방식을 택했는데 넷플릭스에서 고액을 제시했음에도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한 덕분에 인도영화도 안 들어오는 우리나라의 관객인 제가 못보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여담인데 개인적으로 올 해 30주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이 영화와 아미르 칸 같은 배우가 오는 걸 살짝 기대하긴 했습니다. 유럽의 전주영화제 같은 로카르노에는 샤룩 칸한테 공로상도 주던데… 다른 나라에선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오던데 이쪽은 재미 없었달까요 ㅎㅎ





그밖에 언급하고 싶은 영화


저는 아직 못 봤지만 근래 개봉작 중 인도영화 팬들의 지지를 받은 영화들로 몇몇 영화들은 우리나라에서 공식 루트(넷플릭스)로도 볼 수 있는 영화이지만 환경설정을 영어로 해야하는 수고를 들여야 합니다. (넷플릭스 계약작은 *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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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2: Empuraan

넷플릭스에서 서비스중인 영화 《더 고트 라이프》의 배우 프리트비라즈 수쿠마란이 연출한 영화로 케랄라 정치판의 야인인 스테판의 행적을 찾아나가는 대작으로 《Lokah》가 등장하기 전까지 말라얄람어권 영화 1위를 차지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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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

마피아의 대를 잇게 된 남자가 미래를 약속한 여자를 위해 손을 씻기로 약속하지만 다시 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여자는 그를 떠납니다.

이 대목까지만 들으면 꽤 통속적인 전개가 펼쳐질 것 같지만 주인공은 예상 외의 선택을 함으로서 태생부터 결정되었던 폭력적인 운명에 대해 반기를 듭니다. 《Jiragthanda》 연작으로 타밀어권에서 주목받는 감독으로 부상한 카르틱 수바라즈가 연출한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로 주목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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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darum

스턴트맨 출신으로 지금은 조용히 운전기사로 활동하는 벤츠, 자신의 차가 부패한 경찰에 의해 마약 거래로 이용되는 걸 알게 되었지만 되려 경찰들은 그를 협박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허나 결국은 자신을 향한 함정임을 알고 벤츠는 이들을 단죄해 나간다.

한국 최초로 리메이크 되는 인도영화 《Drishyam》의 주연(앞서 언급한 L2의 주인공이기도 하다)이자 2025년 국가를 대표로한 National Awards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모한랄 배우가 왜 이 업계를 대표하는 배우인지를 보여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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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haava

마라따 왕국의 2대 왕인 삼바지와 무굴 제국의 아우랑제브와의 대결을 그린 시대극으로 꽤나 복잡한 정치상황을 대중영화 스타일로 잘 정리했지만 인도의 역사를 모르는 우리로서는 조금 더 친절했으면 어떨까 싶긴 합니다. 후반 일당백 전투신 등 처절한 전투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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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gra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홀로 동생을 키우던 사티아, 해외 여행에서 억울하게 마약 소지죄에 연루된 동생이 해당 국가법에 의해 사형수가 되자 동생을 구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건너가 교도소 탈출 계획을 세웁니다.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었던 《발리우드 러브스토리》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는 배우 알리아 바트가 동생을 구하기 위해 모든 걸 불사하는 누이 사티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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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중매결혼으로 시작된 결혼생활은 처음엔 온화해 보였지만 점점 보수적인 시집 분위기로 숨막히는 생활로 변모해 갑니다.

사실 이 영화도 탈린 블랙나이츠 영화제 같은 데 상영이 된 적이 있어서 ‘영화제’ 카테고리에 넣을 수도 있었는데요, 말라얄람어 영화 《The Great Indian Kitchen》를 리메이크 한 영화로 이런 류의 소재를 굉장히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걸 알고 있는데 말라얄람어 원작, 타밀어판 리메이크도 있었지만 유우독 힌디어판에서 엄청난 비난이 쏟아져 인터넷 상에서 감독과 네티즌과의 설전이 벌어진 케이스입니다.

원작영화도 일본에서 DVD를 구입한 이후로 아직 감상을 못하고 있는데 이런 사건(?!) 이후로 이 리메이크 작품에 더 관심이 쓰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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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iyazhagan

1990년대 타밀나두를 배경으로 22년 만에 사촌의 결혼식 때문에 고향에 돌아온 아룰모리, 이곳에 남겨진 고통스러운 과거와 화해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줄거리의 영화로 상당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감독인 C 프렘 쿠마르는 데뷔작이었던 《96》이라는 영화가 국내의 인도영화 팬들 사이에도 상당히 호평을 많이 받은 감독이었는데(한국의 인도영화 팬들이 소재가 비슷한 모 한국? 할리우드? 영화를 가루가 되게 깔 정도로 ㅋ) 이 영화 역시 차분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쌓아올리는 영화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IMDB 인도영화 250선에서 상당히 높은 순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