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어서 직접 찾아갔습니다
[지난이야기(제발 궁금하다고 해죠요...)]
https://brunch.co.kr/@52659e43026b40b/23
뭔가 배배 꼬였던 2024년 여행에 비해 올 해의 인도는 첫 날 기분나빴던 걸 제외하면 그렇게 나를 막을 순 없으셈 하는 느낌으로 다녔습니다. 케랄라가 좋았던 건 인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 깔끔하고 호객하겠다고 짜증나게 따라붙는 릭샤꾼 등등이 없기도 했지만 저부터가 주로 튼튼한 두 다리 혹은 메트로나 우버 등을 이용하면서 다녀서 걸리적 거릴 일이 없어서인 걸 수도 있습니다.
방문 시점으로 현재 인도 전역을 강타한 인기작으로, 사실 설렁설렁 봐야지하고 여유부리고 있었는데 10일을 기점으로 케랄라의 유일한 아이맥스 지점에서 영화가 《트론: 아레스》로 변경된다고 해서 부랴부랴 봤습니다. 사실 작년 인도여행때 《칼키 서기 2898년》을 아이맥스로 보려고 준비를 다 해 놨는데 영화 개봉이 한 달이나 늦어져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후문에 칼키 아이맥스판은 러닝타임이 조금 길다고 하더군요…)
이 영화는 2022년 인도 전역에 슬리퍼 히트를 기록한 영화 《칸타라》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칸타라》라는 영화는 우리나라의 인도영화제에도 소개된 적 있죠. 영화는 신과 소통하는 ‘다이바‘라는 사람들의 기원을 그리고 있는데, 정복전쟁을 벌이던 왕이 정체불명의 노인에 이끌려 신비한 숲으로 갔다가 왕을 포함한 대부분이 궤멸하게 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은 왕국으로 돌아가 왕이 되어 선왕과는 달리 평화로운 삶을 유지하지만 이내 망나니같은 아들에 의해 다시 왕국은 흔들립니다. 그의 정복욕에 본때를 보여주고자하는 신비로운 숲 ‘칸타라’의 부족민들과 충돌을 일으키게 됩니다.
힌두교가 아닌 토테미즘과 샤머니즘을 토대로한 믿음을 가진 칸타라 부족(어쩌면 원시 힌두 신앙인데)이 평화롭게 살았으나 왕국 사람들의 욕망과 충돌하며(하지만 문명대 비문명 같은 식상한 주제는 또 아닌)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는 칸타라인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로 1편은 적은 예산으로 소박한 시골 판타지였던 반면 이 작품은 액션, 드라마, 코미디, 호러, 로맨스 등이 섞인 인도식 엔터테인먼트로 무장하여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춤의 경우는 떼춤대신 규모감 있는 전통 왕실 연회 장면이 춤과 노래를 대신하고 있는데 커진 스케일을 반영하여 위용을 자랑하는듯 합니다.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리샤브 셰티는 전작 《칸타라》에서 보여준 접신 연기로 인도를 대표하는 내셔널 어워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이번 영화에선 접신한 상태로 기괴한 액션을 펼치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화제 속에 지난 10월 2일 막 개봉된 이 따끈따끈한 영화는 단숨에 50억 루피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전편 이상의 대박 흥행을 거두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네요.
한국은 한때 영화 예매사이트가 있긴 했으나 지금은 멀티플렉스는 해당 체인, 인디영화관은 ㄷㅌㄹㅅ(헌트릭스 아님)라는 곳에서 주로 하고 있는데요, 인도는 book my show라는 사이트에서 일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선 예매를 하기 위해서 앞서 언급한 UPI 시스템이 가능하게 해야 하는데, 저같은 인도 외 거주자가 UPI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mony, chek 등의 어플로 본인 인증을 먼저 해줘야 하고요 여기에 일정의 돈을 입금한 뒤에 진행해야 합니다.
book my show는 전용 앱이 있으며 외국 번호 사용자도 쉽게 가입할 수 있고요, 지역 설정 → 영화 선택 → 극장 선택 → 좌석선택 → 결제의 과정을 거쳐 영화를 예매합니다.
극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스크린에 가까울 수록 쌉니다. 허름한 단관 극장도 있지만 아맥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뺨치는 수준의 고급극장들, 골드클래스, 4DX 다 있습니다.
결제 전에는 UPI 등록을 해 줘야 하는데요, 제가 썼던 mony앱 메인에 자신의 고유 UPI 주소가 있습니다. 이 주소를 신규등록하고 결제하면 해당 UPI앱에서 ‘승인하시겠습니까?’하는 메시지가 오고 승인하면 끝. 카드 결제도 있지만 인터내셔널 카드는 안 먹습니다. 극장에선 해주긴 하지만 여러가지 번잡한 상황으로 이래저래요래조래 하기 싫어서 제가 악착같이 UPI 시스템을 뚫은 겁니다 ㅋ
아무튼 결제에 성공하면 이렇게 입장권 QR이 오고 극장에 들어갈 때 이걸 보여주고 들어가면 됩니다.
여담이지만 인도에서 영화 볼 때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면... 군인이 나오거나 애국적인 테마의 영화엔 영화 상영 전에 국가인 자나가나마나가 나오는데 요즘은 나라가 우경화 되어 있어서 국가 나올 때 안 일어났다가 두들겨 맞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그 뉴스를 들어서인지 저도 예전엔 뭔 일 생길까봐 일어난 적 있습니다만 ㅋㅋ 다행이도 이번 여행 당시엔 그런 영화가 없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러분에게 마음의 준비(?)를 먼저 하고 들어가고 싶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정말 최고의 위치에서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고 가정할 때 여러분들은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그 어떤 가치를 위해서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그런데 그게 무슨 ‘독립운동’과 같은 거창한 가치가 아닙니다. 만약 영화 《시민케인》에서 주인공 케인이 갑자기 촌구석 동네(이런 저급한 표현 죄송하지만 솔직히 알아듣기는 이게 쉽잖아요)에서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로즈버드를 발견해서 가진 걸 다 버리는 선택을 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어쩌면 《시민케인》은 걸작이 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선택을 하는 영화가 바로 지금 소개해드릴 《Idli Kadai》라는 영화입니다.
‘Idli Kadai’는 타밀어로 ‘이들리 가게’라는 뜻인데요, 이들리는 남인도, 특히 쌀이 많이 생산되는 타밀나두 지역 사람들에게 ‘소울푸드’라 불리는 쌀떡을 말합니다. 처트니라는 소스에 찍어먹기도 하고 커리에도 곁들여먹지만 무엇보다 ‘삼바르(Sambar)’라는 국물과 함께 먹는 것이 기본 세팅으로 여겨집니다.
주인공 무루간은 어린 시절부터 새벽 3시에 일어나 이들리 가게를 준비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자라지만 크면서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몇 십 년 뒤 방콕을 기반으로 한 인도인이 운영하는 요식업체의 중역이 되어 회장 딸과의 결혼까지 앞두고 있었는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노환으로 떠나시고 혼자 남겨지는데 두 분의 장례를 치르면서 두 분이 자신에게 가르쳐 준 가치를 생각(엥? 갑자기요?)하면서 문닫기 직전의 아버지의 이들리 가게를 손수 거두게 됩니다.
감독이자 주인공 무루간 역은 인도를 대표하는 영화상인 내셔널 어워드를 두 번이나 수상한 배우 다누쉬가 맡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엔 다국적 프로젝트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이나 넷플릭스 블록버스터 《그레이 맨》 등의 영화가 소개된 배우인데, 이번엔 각본-감독까지 맡고 있어 본인의 재능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내셔널 수상자가 감독 겸 주연을 한 영화를 봤네요 ㅋ)
이 영화가 왜 안맞았는지 생각해 봤는데, ① 영화의 소구 계층이 될 NRI(인도 비거주 인도인들 ≒ 교포)나 시골 사람들의 정서와는 먼 이미 도시에 토박이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느끼는 공감 할 수 없는 감정의 차이, ②순진(純眞)과 순수(純粹)의 차이. 이 둘은 글자 한 끝 차이일지 모르지만 그 의미는 꽤 크죠. 이 영화는 순수보단 순진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고요.
여담인데 영화는 이런 계승에 대한 순수함 외에도 ‘아힘사(ahimsa)’라는 비폭력주의 (간디도 주창했던)도 나오는데 작년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조폭도 쓸어버리는 영화를 만드신 분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뭐... 이런 영화도 찍고싶었는갑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긴 하지만 ㅋ 아무튼 저와는 많이 안 맞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 회가 내일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