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어서 직접 찾아가서 본 대망의 마지막 이야기
하루정도 짧게 있다가 델리로 넘어갈 생각이었으므로 가장 저렴한 6시 비행기를 예약하고 숙소는 공항 근처에 잡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날은 공교롭게도 텔루구어 영화인 《바후발리》 등을 만든 세계적인 감독 S.S. 라자몰리의 생일(10/10)이었습니다. 인도의 스타들은 다른 나라의 스타들과는 다르게 거주지가 크게 노출이 되어있는데 라자몰리도 검색하면 위치가 나오더라고요 �
샤룩 칸 같은 배우는 생일날 수많은 팬들이 집앞에서 군집하고 샤룩은 자신의 집 옥상에서 특유의 제스처를 보여줍니다. 일단 저는 라자몰리 감독을 좋아하지만 최애도 아니고 남의 생일에 관심도 없고 무엇보다 당사자가 영화 촬영 때문에 인도에 없기 때문에 굳이 가 볼 생각은 안 했습니다. ㅋ
그래도 명소 같은 곳은 한 번쯤 보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우버를 불렀습니다. 다른 도시들은 메트로로 커버가 되었는데 하이데라바드는 그렇게까진 아니었나봅니다. 버스를 타든 릭샤를 타든 해야하는데, 흥정이 싫어서도 있고 작년 여행부터는 우버를 불러 다니고 있습니다.
짜르미나르는 이름이 참 단순한데요, 숫자 4를 뜻하는 char와 탑을 뜻하는 minar가 합쳐져 이름이 그냥 '네 개의 탑'입니다.
근데 교통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을뿐더러 우버를 불렀는데 이상하게 손님이 가는데 중간에 막 주유해도 되는거임? 짜르미나르 입장시간은 오후 5시 까지였는데 굳이 입장 할 생각까진 아니어서 넘기긴 했는데 … 내가 성격이 좋아서 참았지 다른 승객이었으면 별점 하나에 환불감이다(로또사라)
여기서 상식! 도시 이름 뒤에 '바드'가 붙어있으면 무슬림들이 세운 도시입니다. 따라서 하이데라바드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짜르미나르 역시 무슬림들의 양식이고요, 우리나라 남대문 같은 느낌일 수 있지만 그거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람이 아주그냥 잡상인 반 여행객 반이라 환장의 도가니입니다.
원래 제목은 《They call him OG》라는 영화인데 OG는 ‘Original Gangster’의 약어이지만 영화의 전반에 일본색이 흐르는 동시에 배우 연세(54세)가 있어서 그냥 전 오지상(아저씨)의 OG라고 부르고 다녔고 얼마나 OG고 G-re는 영화인지 궁금해서 선택했습니다.
극장은 허름한 단관극장으로 인도영화 현장 반응 같은 걸 보면 이런 단관극장에서 관객들이 환호도 하고 춤이 나오면 스크린으로 몰려가 춤바람이 나고 그런데 제가 워낙 늦은시간(9시 회차)에 왔고 3주차를 맞아 이 영화는 볼 사람은 다 봐서 그런지 그런 활기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장점은 숙소에서 걸어서 10분거리에 100루피라는 싼 금액 �
극장은 허름하고 영사기는 전기를 별로 안 써서 화질은 둔탁했지만 사운드는 꽤 빠방하게 했더군요. 영화가 정신없이 주인공 활약때마다. '워어어 워어~' 하는 코러스에 전자음 쾅쾅 때리는 스코어로 무장해서 관객들이 귀라도 호강하게 해 줄 의도였나봅니다.
파완 칼얀(넷플릭스에 《브로》라는 영화가 있다) 이라는 분이 주인공인데 1970년대 일본에서 무사들 키우는 데 인도인 제자로 들어가서 무예를 익혔으나 야쿠자(우리영화 《봉오동전투》에도 나왔던 키타무라 카즈키가 야쿠자 두목으로 나온다)가 그곳을 쓸어버리는 바람에 도망쳐서 인도로 건너오는데, 마침 뭄바이를 기점으로 행동하는 밀수꾼을 도와 그의 조직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뭄바이는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때는 현대, 다음 세대의 아들들이 이권을 놓고 경쟁하다 피바람이 분다. 뭐 그런 내용입니다.
한때 인도에 할리우드의 웨스턴 장르가 유입 되었을 당시 인도인들만의 ‘맛살라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생긴 적이 있는데 이 영화의 감독 수지트의 전작 《Saaho》라는 영화가 일본에서도 나름 호응을 얻은 때문인지 뭔가 ‘맛살라 찬바라’를 표방해서 일본의 관객들에게 아리가또 저리가또를 하고 싶었는데 일단 파완 이 분이 연세가 있어서 본인의 액션 연기보다 알아서 썰려주시는 엑스트라분들의 노고가 더 커보였고요, 이런 문화 전유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본 관객들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 같더라고요.
여행 중 본 영화들이 모두 영자막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이 영화만 없었음에도 보는 게 그리 어려움이 없었던 건 어차피 조직 다툼이라는 내용이라 상황 파악은 빨리 되고 대사는 그닥 어렵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뭔가 성공을 확신했는지 엔딩에 OG 2를 예고하면서 끝났는데 흥행했다고 하니 건투를 빌겠습니다.
눈에 익은 사람들과 환경 다시 마주치기 싫은 악연... (이하이의 'WORLDTOUR'중)
대부분의 '델리 in'을 하는 여행객들이 선택하는 곳이 뉴델리 기차역이 있는 빠하르간지(Paharganj)라는 곳인데 처음 인도여행을 했을 때는 이곳에 묵었지만 저렴한 장기 여행이 아닌 영화를 중심으로 한 여행을 목적으로 하게 되면서 굳이 이곳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이곳은 피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왜 왔냐면 저는 코넛 플레이스라는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델리 메트로 매표소에서 UPI 결제 시스템이 안 먹지 뭡니까.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델리 메트로 공항 특급노선의 종착지인 뉴델리 역에서 내려서 걷기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것이 생각납디다. 첫 여행에서 델리 기차역 근처에서 호구잡히던 기억, 헬로 마이쁘렌드라고 하면서 접근하는 릭샤꾼들… 물론 아주 없는 건 아니고 어떤 놈은 제 옆에서 헤이 곤니찌와(한국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거) 하면서 꺼지라고 해도 끝까지 일본말을 놓지 않았던(달달한 말을 해도 감점인데 '아부나이(위험해요)'같이 주워들은 말을 다 지껄이면 어쩔? ㅋㅋ)
올 때마다 불쾌한 기억이 유쾌했던 기억을 앞지르는 까닭에 빨리 런하려 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와서인지 길을 잘못 들어서 좀 헤맸네요 ㅎㅎ 역시 여긴 나랑 안 맞아.
대안으로 현금을 인출했고요. 참고로 인도에선 패스권 같은 걸 파는데 1일 패스를 끊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교통카드 스타일로 일일이 매표소에서 전쟁하는 것도 싫고… 어차피 오늘 뽕을 뽑을 것 같아서 ㅎㅎ
코넛 플레이스라는 곳은 원형 모양으로 둥글게 조성된 거리로 델리의 중심지로,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장소로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는 분이 추천해 준 케밥집에서 케밥 롤을 시켰는데, 400루피(인도 치곤 비싼축)에 그래도 길이는 서브웨이 풀 사이즈로 나옵니다. 한끼는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뜻. 이렇게 배를 채우고 다음 곳으로 향했습니다.
잔타르만타르라는 곳이 있는데요. 굳이 비교하면 경주의 첨성대같이 시각적으로 오묘한 구조물인데 기하학적인 놀라움까지 더한 건축물을 모아놓은 곳으로 원조는 자이푸르에 있는 것을 델리에서 일부 재현한 공간입니다. 특히 타셈 싱 감독이 《더 폴》에서도 일부 건축물을 인용하기도 했고요.
원래 ‘로터스 템플’이라고 연꽃무늬 사원도 다녀오려고 했는데 거기서 한 할아버지가 “인디아 이즈 인크레더블 컨츄리! 웨얼 아 유 프롬?” 이걸 시작으로 별의별 시시콜콜한 걸 물어보는데 저같은 내향인은 뜬금 없이 치고 들어오는 거 싫어해요오… 적당히 맞춰주다 도망쳐 나왔습니다… �
원래 상영이 안 잡혀있다가 갑자기 편성되어서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는 ‘인도영화 소개글 영화제 초청작편‘에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관련글]
https://brunch.co.kr/@52659e43026b40b/21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 초청적으로 람 레디 감독의 12년만의 장편 영화로, 과수원을 운영하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내레이션은 디팍 도브리얄 배우가 맡은 과수원의 관리인인데 실질적인 주인공은 과수원을 운영하는 데브와 그의 가족들입니다. 전 영화가 내레이션을 주는 인물에 의해 사건은달리 기록될 수 있고 왜곡까지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특히 영화 속의 인물과 동일하지 않을 경우엔 어떤 확신까지 들기도 합니다. 인도영화로는 대표적인 경우로 《세 얼간이》가 있는데, 파르한이라는 인물이 보는 란초라는 인물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잘 말해주는 영화였다고 보고요.
이 영화의 경우는 1989년 (왜 이때로 설정한지는 모르지만) 그때 얼마나 가족에게 큰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고 시작하며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다 점점 미스터리한 전개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나무 하나가 병든 것을 발견하고 그 다음은 어떤 지역 일대의 나무들이 타고, 큰 불이 생기고 마치 도발하듯 데브의 집 앞줄에 있는 나무들‘만’ 탑니다.
이런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일꾼들의 잡무만 늘다가 화재진압을 하다 다치는 일도 생기고 누가 불을 냈는지 의심하게 되면서 데브와 일꾼들의 관계도 악화됩니다. 과연 이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향해 갈까요?
영화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해 놓았습니다. 이건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고 꼭 영화가 명확한 답을 줘야한다는 관객이 아니더라도 뜬구름잡는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도 그런 느낌을 한껏 줄 수도 있습니다. 16mm 촬영을 했던 걸 디지털 변환으로 해서 그렇기도 한데 (유형은 다르지만 《캐롤》 생각해도 되실듯) 초반에 개인비행장치로 비행을 하는 데브의 모습부터 판타지의 느낌을 자아내고 있달까요.
영화는 그럭저럭 괜찮게 봤고, 극장 분위기를 묘사하자면 저만 혼자 보는 줄 알았는데 주말 점유율 치고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는 꽤 들어온듯 한데, 심지어는 영화가 상영된지 10여 분 지나서 들어온 사람도 있고 비싼 상영관이라 300루피 정도 하는 극장인데 가족끼리 온 관객도 있어서 정말 이 영화를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한 게 맞는지 궁금하더라고요.
한국으로부터의 이동시간과 비용적인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이제 한국에서 인도영화 안 틀어주네 하고 징징대고 싶지 않고 가서 영화를 보겠지만 현실적으론 그게 안 되잖아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안에서의 영화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해지기를 원합니다. 인도영화를 떠나 그냥 영화 산업 자체를 바라보는 게 점점 피곤해지고 이젠 굳이 나 하나 없어도?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멀리 나가지 않고 이 땅에서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10년이 넘도록 답을 얻지 못했다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의 무력감을 늘 일탈로 해결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