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히트작인데 우리나라에선 언급도 없었던 영화
인도영화 《Maharaja》를 소개합니다
2023년 여름부터 영등위에서 OTT 자율 심의가 시행됨에 따라 넷플릭스 같은 국제적 OTT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계약이 된 모든 영화들이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마치 존 카펜터의 《화성인 지구침공》 같은 영화의 설정처럼 ['특수처리'를 해야 비로소 보이는] 터키,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그리고 인도 등지에서 온 영어 제목의 영화들도 한국 넷플 서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중 인도영화는 세계적인 시청자 확보에도 불구하고 장렬하게 스넙되는데요, 2024년 일일이 다 꼽기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인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 한 편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Maharaja》라는 하드보일드 스릴러인데요, 인도말로 ‘위대한 왕’인데 이런 거창한 제목과 달리 잔인하면서도 고통과 상처가 느껴지는 요상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최대한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보는 게 가장 좋아서 가장 최소한의 시놉만 말씀드리면 아내를 잃고 홀로 딸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이발사 마하라자(주인공 이름이었군화…)가 어느날 자기가 아끼던 ‘락쉬미’라는 이름의 통레기쓰(?!)가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합니다. 당연히 경찰들은 이놈이 장난하나 하면서 무시하던 걸 거액의 포상금을 주겠다고 하니 그제야 수사에 착수하면서 범죄의 실체를 알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주인공 마하라자 역을 맡은 비제이 세투파티는 인도를 대표하는 National Awards 수상자이기도 한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인데요, 그가 50번째 영화로 선택한 작품인데 비평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팬들의 성원으로 현재 IMDB 인도영화 250선 상위권(한때는 1위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와시푸르의 갱들》이라는 영화로 유명한 인도의 작가 감독인 아누락 카쉬아프는 요즘은 배우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요, 재작년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게스트로도 참석한 적 있죠. 《레버넌트》로 유명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이 영화를 보고 아누락의 연기에 큰 인상을 받아서 우리 영화에 배우로 참여해달라 했다는 후문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번 신작에서 볼 수 있는 건가요?!?!!)
이 열기는 OTT로 이어져 2024년 가장 많은 시청자를 보유한 넷플릭스 인도영화가 되었는데요, 공식적으로는 1,970만 시청자 4,630만 시청시간을 기록한 영화라고 하네요.
뒷 이야기에 따르면 넷플릭스 내의 뷰 수를 수익으로 환산할 때의 수익이 실제 극장 흥행 수익보다 높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를 탐낸 《세 얼간이》의 배우 아미르 칸이 힌디어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인도 뿐아니라 동북아 주요 3개국인 중국, 대만, 일본에서도 이 영화는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 하게 되어 이참에 소개할까 합니다.
대만
이 영화는 대만 넷플릭스에 《谁偷了垃圾桶?(누가 쓰레기통을 훔쳤는가)》라는 제목으로 중국어 자막이 추가되어 2024년 9월쯤 서비스 되었는데요, 쫄깃한 스릴러라는 입소문을 타고 대만 넷플릭스 차트 6위로 데뷔하더니 4위 → 2위로 역주행해서 6주동안 차트에 머무릅니다.
그동안 영화는 장안의 화제가 되어 각종 매체에 리뷰와 분석글이 올라오게 됩니다.
중국
한 편 대만보다 일찍 2024년 8월경, 넷플릭스가 없는 중국엔 이 영화가 불법으로 떠돌게 되는데요,
영화를 보고 놀란(!) 네티즌들이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 포털 두반전영(douban)에 리뷰를 쓰고 입소문이 퍼져 무려 30만 여명의 유저들이 별점을 매겨 8.6/10이라는 놀라운 점수가 매겨집니다.
결국 대형 배급사인 알리바바는 이 영화의 성공을 감지하고 영화의 수입을 단행합니다.
중국 내 제목은 《인과보응(因果报应)》인데요, 우리에겐 ‘인과응보’로 유명한 불교 용어입니다. 영화의 주제인 ‘받은 대로 갚아주는 카르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죠.
참고로 판권료가 1억루피 (10 Crores), 우리나라돈으로 16억 5,600만 원이라고 하는데요, 이 수입가로 우리나라에서 흥행을 거두려면 전국 관객 40만 명은 넘어야 합니다… 설마 우리나라에도 저 가격으로 팔지는 않겠죠? ㅎㅎㅎ
그리고 지난 2024년 11월 29일에 중국 4만여 개 극장에서 개봉했는데 개봉 후엔 두반전영 평점이 8.6에서 8.7로 상향되기까지 했다고 하네요.
개봉 일주일만에 미화 환산 313만 달러를 벌어들여 이미 손익분기점은 넘었고 지금까지 중국에서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기록한 타밀어 영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저는 현지 반응을 보고 싶어서 중국에서 이 영화를 보고 왔는데요, 중국은 검열은 있지만 등급이 없어서 일부 잔인한 장면 몇 컷을 하고 그대로 개봉했습니다. 다른 일정 때문에 토요일(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 회차를 봤음에도 그 늦은 시간에도 관객이 좀 있더라고요. 영화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일본은 자주상영, 인도영화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배우 비제이 세투파티 배우 영화가 많이 소개되었고 팬층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 때문에 인도에선 상업적으로 실패한 스리람 라그하반 감독의 《Merry Christmas》가 자주상영 되었을 때 관객의 80% 이상이 일본 관객으로 채워졌던 놀라운 성과를 보이기도 했고요.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가 수입 체결되어 개봉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한국...?
뭐 이렇게 동북아 3국 분위기가 이런데 한국에서는 한국 넷플릭스가 한글자막을 주지 않아 넷플릭스 가입자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려면 영어자막으로 보셔야 합니다… 주소는 아래… (당연히 합법입니다. 다만 영어 자막을 곁들인… ㅎㅎ) 제목이 비슷한 '마하라지'에 주의하세요...
https://www.netflix.com/watch/816906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