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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May 31. 2023

ISFJ... 참을 만큼 참았다.

5월 21일 작은 다툼(임플란트 후 주말에 힘드니까 집안일 도와주길 바랐고 그럭저럭 하고 있던 남편과 일요일 아침부터 쌓여 있던 설거지 언제 할 거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나의 말투에 남편은 화를 냈고, 난 남편이 저녁 약속 있다는 거 알고 있기에 설거지를 언제 할까 궁금해서 물어봤으나 왜 자기가 설거지하는 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물어보냐는 대답에 아니 맞벌이 중인 난 당연한 거고 누군 특별한 건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다. ) 

암튼 그 작은 다툼으로 우리는 금요일 친구네 부부와 만나기까지 대화를 거부했고 만나서도 서로에게 다시 상처를 받고 또 줬다. 당연 다시 대화 거부 중이다.

솔직히 예전 같으면 대화 없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하루 이틀 지나면 내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내 생각에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풀었지만 이젠 그것도 싫다.

왜 내가 먼저 풀어야 줘야 하는 건지 왜 미안하다고 빌어야 하는 건지... 싸워봐야 분위기만 나쁘고 성격상 이런 분위기를 답답해하고 힘들어하는 나이기 때문에 좋은 게 좋은 거다.. 나만 참으면 평화롭지 하는 맘으로 20년을 살아왔다.. 

물론 결혼 후 몇 년간 나의 성격대로 대응해 봐야 목소리만 커지고 흥분해서 조곤조곤 잘잘못을 따지지 못하는 내가 냉정하게 하나하나 따져가며 눈을 매섭게 뜨는 남편의 행동과 말에 기가 죽어 결론적으로 내 잘못으로 끝이 나는 상황을 여러 차례 겪다 보니 나중엔 속앓이만 할 뿐 이렇다 할 반항도 못해보고 끝이 났다.

그리고 내가 먼저 좋다고 만났고, 결혼 준비 중에도 시댁에서 온갖 갑질을 하던 상황에서 조차도 결혼을 강행한 거라 난 이 사람에 대한 사랑만으로 모든 역경을 이겨낼 거란 착각에 빠져 오랜 시간을 사랑이란 단어를 앞세워 버텨왔던 거 같다....

 사는 동안 욱하던 성격은 남편 앞에선 삼켜야 했고 남편이 눈을 부릅뜨며 저음의 목소리톤으로 잘잘못을 따지고 들면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반항 조차 하지 못하고 분한 마음에 방으로 들어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는 다정다감한 아빠다. 물론 나한테도 다정한 남편일 때도 많았다.

근데 말이다.... 난 많이 외로웠다... 사는 내내 이 사람한테 사랑받고 있구나 하고 느낀 시간보다 혼자 짝사랑만 하다 20년을 보낸 것 같다...

아이들을 생각하자... 그래도 착한 사람이니까... 남들처럼 도박이나 외도를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냥 전쟁터의 전우로.. 때론 피를 나눈 형제로... 이렇게 지내면 되겠지... 그럼... 되겠지... 서운할 때도 눈빛 레이저에 주눅이 들 때도 또 어이없는 발언에 화가 날 때도 난 지금만 넘어가면 될 거란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냈다.

 작년 코로나 걸렸을 때 나에게 보여줬던 행동들은 다시금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었고, 뭐랄까 이 사람에게 나란 존재가 과연 사랑의 존재보다도 필요에 의한 존재 같아 보였고, 더 이상 내가 끌고 왔던 사랑이란 단어를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더 큰 싸움에서도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했던 때와 다르게 정말 사소한 싸움이었지만, 난 더 이상 숙이고 싶지 않았고 이제는 이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다. 

 누가 뭐라든 난 아내로서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고 사랑이란 이름하에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그와 함께 잘 살아보고자 내 성격대로 하지 못하고 스스로 분노를 표현조차 하지 않았다. 

 난 할 만큼 했고, 더 이상 미련도 내겐 남지 않은 것 같다.. 둘째가 좀 더 크면 생각해 보기로 한 문제지만 나도 내 인생이 불쌍해서 더 이상 안 되겠다.

 신혼 초부터 친구 좋아하는 사람이라 외로웠고, 지금까지도 외롭게 만드는 사람이다.

나이 먹어 무슨 사랑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미운 정도 사랑이라 세뇌하며 보낸 세월이다.. 

이 사람의 말투와 행동에서 더 이상 주눅 들고 싶지 않고 뭐든 본인의 잘못은 잘 인정하지 않고  본인이 옳다는 생각도 이젠 참을 수가 없다... 아니 상대하고 싶지 않다.

남편이 이 글을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난 더 이상 물러서지 않을 거다.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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