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곰 엄마 Jun 07. 2023

이혼... 집행유예하다..

이혼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을 하고 아이들과의 미래.. 또 이혼 후의 삶... 경제적인 문제까지 고려한 후 내린 결정에 더 이상의 미련도 없어 남편에게 말하고 결정할 시간을 주었다.

남편은 정말 생각도 못했던 말이라 당황해하고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건지 물어봤다.

그동안의 내 감정과 내가 못 견뎌한 일까지 담담히 말한 후, 남편은 침묵으로 답을 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답이 없는 그에게 생각을 물어보니 오늘은 너의 말을 들을 거다라고 말을 했고 이것저것 나에게 물어보고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내 감정을 궁금해했다.

난 최대한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 주고 최대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이렇게 얘기를 끝내고 며칠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그가 답답했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말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제저녁을 먹으면서 넌지시 생각을 물어봤다... 대답을 꺼리는 모습에 그럼 며칠 동안 생각했던 거 좀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잠깐 얘기하자는 그를 따라 밖으로 나와 근처 카페에 들어가려는 내게 술이나 한잔하자고 말을 했지만, 난 멀쩡한 정신으로 얘기하고 싶고 술 때문에 감정 조절 못 할까 봐 그냥 카페 가서 얘기하자고 말한 뒤 들어갔다...

커피가 나온 뒤 한참 침묵하던 그가 얘기를 꺼냈다... 내가 그 정도로 생각했을지 몰랐다고 내게 이혼이란 걸 말하기 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안다고... 힘들게 말하는 그에게 알면 그냥 이혼해줘라... 아님... 내가 생각한 몇 가지 안이 있는데 들어보고 결정하던가... 하면 세 가지의 안을 내놨다.. 첫째, 깔끔하게 합의하에 이혼하자. 둘째,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각자 따로 살자.. 셋째, 이혼은 하되 같이 노력하고 살아도 역시 안 되면 이혼 상태니까 그때 편하게 헤어지자...

내 머릿속에 말은 안 될 것 같지만 여러 가지 나름의 방법을 생각해 봤다... 한참을 들은 남편은 셋째는 좀 말이 안 된다며 웃었고, 첫째, 둘째 방법밖에 없는데,, 다른 건 없냐고 물어봤다.. 그럼 당신이 한번 말해봐라... 어떤 방법이 있는지..

그제야 본인이 생각한 얘기를 하는데 요점은 내가 힘들어하는 자신의 행동을 바꿔보겠다는 거다... 엥?? 이건 생각도 못했는데, 이 사람은 자기가 바꾸겠다고 말할 사람이 아닌데.. 뭐지?? 생각도 못한 변수가 생겨버린 거다... 남들은 당연한 거 아냐? 고쳐본다는 게??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아는 남편은 정말. 정말이지 이렇게 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래 어차피 애들은 네가 키울 거고 난 자유롭게 살면 되고 오히려 양육비만 얼마 주면 훨씬 지금보다 풍족하게 잘 살 사람이니 헤어지자..라고 말할 사람인데.. 예상을 뒤엎는 말에 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면서 50이 되는 해에도 우리가 변함없이 서로를 힘들게 하면 그때 이혼하겠다는 대답을 했다.. 50이면 1년 6개월 정도 남았다...

나의 의사를 물어본 후 자신이 바뀌었으면 하는 걸 받아 적을 테니 말하라고 해서 들으면 못 할 텐데...라고 말해도 말해 보란다... 한 6가지 정도였다.. 맨 첫 번째가 가장 힘들었고 본인도 어려울 것 같긴 한데도 해 보겠다는 그의 말에 난 믿을 수가 없었다. 

혼자 살면 정말 편하고 잘 살 수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렵게 지내왔던 시기를 거쳐 조금 더 노력하면 잘 살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다며, 그 이면에는 나를 사랑해서 노력하겠다는 그의 말에 난 할 말을 잃었다. 뭐야.. 난 외로웠는데 사랑했다고?? 

난.. 몰랐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지.. 표현하지 않는데 어떡해 그걸 아냐고... 그저 애들 엄마고 맞벌이하는 전우고 형제로 필요에 의한 존재로 알고 있었다고..

여기까지 말하고 난 잠시 생각을 해 봤다.. 난 이미 결정했는데... 손바닥 뒤집듯 바뀔만한 감정이 아니었는데... 어떡하지??

남편의 진심과 아이들 아빠의 자리 또 내가 남편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복잡한 마음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그저 연인이었을 때 또 결혼한 사이일 때 그리고 그 사이에 아이들이 있을 때 흑과 백처럼 명백한 논리와 답을 낼 수 있는 확률이 점점 어려워진다.      


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믿어보려 한다. 일 년 반이란 시간 동안 우리가 얼마나 변해 있을지 말이다.      


나의 이혼...... 집행유예기간을 갖겠다...     

작가의 이전글 이혼... 지나가는 바람으로 말한 게 아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