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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Jul 26. 2024

진짜 이혼

진짜 이혼 얼마 안 남았네...     


서류상 이혼을 보류한 채 우리 부부는 졸혼 상태로 떨어져 살기로 했다.

23년 12월 31일 자로....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을 나누고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의 양육과 이제 대학생이 된 딸을 내가 데리고 살기로 했다.

한마디로 남편만 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 이혼 도장만 안 찍었지 사실상 남남으로 살기로 한 것이다..

나야 살던 집에 아이들과 함께 해서 그런지 별다른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신경 쓸 사람이 나가니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나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고 어찌 보면 배려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혼자 집을 나간 남편은 신혼살림 장만하듯 집을 꾸미기 시작했고 새로운 집에서 적응하면서 본인의 자유를 느낄 새 삶을 살아가는 듯 보였다.

난 아이의 양육비를 받고 내 월급으로 대출이자와 집 생활비를 감당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맘을 다잡고 나름 즐기며 생활을 해 나간 몇 달이었다..

남편하고 나쁘게 헤어진 게 아니라서 종종 근처에 사는 남편과 같이 밥을 먹거나 술 한잔 하기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기도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예전 성격이 서로에게서 나오면 다시 안 볼 사람처럼 서로를 멀리하며 지내기도 했다.

근데... 이것 참.... 서류가 정리 안된 상태라 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느낌도 들고, 큰아이가 20살 되면 성인이라 기숙사비 이외에 학비며 생활비며 아이가 알바를 하든 대출을 받던 알아서 해야 한다고 어릴 적부터 얘기한 거라 남편은 아이가 스무 살 되자 기숙사비 이외의 모든 지원을 끊었다...

이게 좀 원인이 돼서 우리는 도장을 찍기로 했다.

큰아이 대학이 지방이라 그곳에서 아르바이트하기가 쉽지 않았고 대학등록금을 손수 다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해도 부부의 소득이 합산해서 거의 끝 커트라인에 들어가서 반 정도밖에 못 받는다고... 아이가 한숨을 쉬면서 얘기하는데... 너무나 미안했다...

작은 아이가 어려 사춘기 끝나면 도장 찍기로 했지만, 큰 아이를 생각하면 당장 도장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는데, 아이에게 원서비조차 주지 않는 남편에게 순간 화도 나고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그랬다.

남편은 나가서 작은 아이에 대한 양육비만 주면 되지만 난 성인이지만 이제 대학 들어간 아이까지 내가 챙겨야 하는 입장이라 어느 아이에게도 소홀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라도 없어야 할 것 같아. 남편에게 이혼 절차를 진행하자 했고 다행히 내 의견에 동의해 줘서...

우린 정식 절차를 밞고 있는 중이다.... 9월이면 완전 서류상으로도 남남이 된다.

어찌 됐든 우린 모든 상황에서 아이의 부모로만 남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난 더 늦기 전에 대출을 받아 작은 아파트를 계약했고, 8월 중순이면 이사를 들어간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롭게 아이들과 새 출발을 할 것이다.     

다들 나에게 이혼을 왜 하냐고 물어본다....

폭력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다정해 보이기도 한 남편을 아는 사람들은 더욱더.... 

딱히 눈에 확 띄는 이혼에 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남편이 아니라서 나도 대답하기 곤란할 때가 있긴 하다...

오히려 나보고 남자 생겼냐는 사람도 있지만... 아니올시다... 

나도 결혼 후 20년을 남편만 보고 산 사람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난 남편을 너무 사랑해요라며 말하고 다닌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과연 나의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나였는지..     

결혼 생활 내내 명치에 무언가 막혀 있는 듯 답답하고 항상 남편의 눈빛과 말투에 신경 쓰며 숨죽이던 생활과 이대로 죽고 싶다고 생각을 하던 난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살기 위한 몸부림 아니었나 싶다.     


힘들어서 헤어져요... 뭐가 힘드냐 물어보면..... 어찌 나름대로의 한 많은 세월을 다 얘기하리오..... 

단지 남들이 단번에 알만한 불륜, 폭력이 아닐 뿐인데...     


이혼은 남들이 아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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