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휴가철이 다가왔다..
우리 회사도 연차를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는 시간은 여름휴가 밖에 없는데 단 3일~
이번엔 휴가를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사를 앞둔 휴가 기간이라 좀 정신이 없을 듯해서 그냥 집 정리나 하면서 쉴 생각이었다.
근데.... 몸이 근질근질.... 나도 모르게 일본행 비행기표 가격을 검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 가을에 갔던 오사카 생맥주를 잊지 못하고 다음에 다시 한번 가야지 하고 엔화를 조금씩 환전하고 있던 터라 비행기랑 숙소만 예약하면 될 듯해서.....
근데 막상 가려니 혼자서 식당 돌아다니는 게 익숙지 않아 같이 갈 만한 사람을 알아봐도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딸도 알바 중이라 빠질 수 없어 엄청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혹시 일본 오사카 갈래?? 했더니 바로 응 하고 대답을 하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건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바로 대답이 나와서 좀 놀라웠다.
이렇게 둘이 중간에 우여곡절이 좀 있었긴 했지만, 같이 오사카를 갔고 가는 중간에도 변수가 있어서 예민하게 반응할 만도 한데 그런 거 없이 너무 조용히(?) 따라와 줬다...
우리가 작년 12월이 결혼 20주년이었는데, 신혼여행하면서 결혼 10주년 때는 신혼여행지를 한번 더 가보자고 약속했지만 그건 형편상 이뤄지지 못했다.
그래서 20주년 때는 둘이 꼭 대만이라도 가자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 왔던 것이다..
참... 내가 말해서 같이 오긴 했지만,, 조금 어색했다..
남들이 들으면 둘이 뭐 하는 거지?? 할까 봐 애들한테만 얘기하고 떠난 것이다.
남편 말이 우리 이혼 여행 온 거냐고....
이혼 확정기일 앞두고 온 여행이니 이혼 여행이 맞긴 하지...
이렇게 우리 둘은 더운 오사카에서 쇼핑 다니고 맛집 다니고 그토록 마시고 싶었던 생맥주를 찾아 원 없이 먹고 돌아다녔다.
정말이지 그 더운 날씨 속에서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고,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다닌 남편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리고 고마웠다.
서로에 대한 배려로 가급적 싫은 내색 안 하고 맘에 안 들더라도 조금 더 참는 우리 둘의 모습에서 앞으로의 둘 관계에 희망적인 모습을 본 게 아니라, 하필 이미 감정이 정리된 지금에서 나온 건 뭐지.....
하지만, 그 배려도 며칠만 유효할 수 있는 기한이 있는 배려였을 것이고, 다시 우리가 합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이내 지워버렸다.
현재 우리 둘은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부부로 살 수는 없지만, 인생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서로를 응원하며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