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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에서 새롭게 출발~

-액땜.....-

by 불곰 엄마

남편과 정리하면서 재산분할로 몇 푼 남지 않은 돈이 전셋집에 묶여 있었다.. 전세대출 빼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단 몇천뿐....

전세 연장을 해야 하나 하고 있던 중 너무나 비싼 대출이자가 맘에 걸리고, 또 나도 아이들도 뭔지 모르게 안정감을 느끼려면 내 명의의 집이 있으면 좋을 듯싶었다.

그래서 동네 부동산 시세를 알아봤는데, 집에 비해 턱없이 비싼 듯해서 집을 사기엔 좀 아쉬웠다... 아들이 6학년이라 전학가기도 그렇고,,,,

그리고 왠지 지금 아니면 집을 구매하기 어려워질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어 본격적으로 알아봤다..

평소 잘 가던 동네... 관공서가 다 몰려 있고 길 건너을 사이에 두고 주택가와 관공서 주위 먹자골목으로 지하철이 바로 앞에 있어 아주 좋은 위치였다.

근데 문제는 가격.....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대출일지 생각에 생각을 더해 고민을 하고

현재 살고 있는 나 홀로 아파트보다는 구축이지만 어느 정도 단지를 구성 한 아파트가 좋을 것 같아 부동산 중개인분과 함께 여러 채의 집을 구경했다.

틈틈이 회사에서 인터넷으로 그 아파트의 인테리어 된 집을 본 적이 있는데 마침 그 집이 매매로 나온 것이다.

무슨 운명인 것처럼 그 집만 들어왔고 다른 집에 비해 2천만 원이 더 비싼 집이었지만, 그 집으로 난 계약을 했다

이렇게 일사천리로 주변의 도움과 또 내가 구할 수 있는 돈은 전부 구하고 나머지 돈... 대출을 받아 그렇게 이사를 했다

당일 이사 나가고 들어가는 거라 도배장판도 하지 못하고 입주 청소와 붙박이장만 잠깐 시간을 내서 부랴부랴 하고 들어갔는데 혼자서 이사하랴 잔금 하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앉아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고생을 했다

이삿짐 업체분들이 다 가시고 마지막 인터넷과 에어컨으로 마무리... 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들어온 딸과 밥을 먹으러 갔다.

맥주 먼저 주세요를 외치며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니.. 이제 살 것 같은 느낌.... 이제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됐다.

딸과 오늘 하루 있었던 거 얘기하며 저녁을 먹고... 정신을 차린 뒤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삿짐 들어올 때는 솔직히 내 맘대로 여기요 저기요 그러면서 정리를 할 수가 없고 그저 내리기 급급한 맘에 대충 넣어주세요..라고 했으니 난 내가 원하는 대로 정리를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금요일 이사여서 토 일은 새벽부터 정리하고 9시엔 마쳤다...

대충 정리된 새로운 보금자리

너무 피곤한데 잠은 또 왜 이리 오지 않고 뒤척이던지... 한숨도 못 자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그러다 정신이 어디 갔는지... 아님 귀신에 씐 건지...

운전이면 베테랑이라 자부하던 난데...

글쎄 어이없는 사고를 낸 것이다.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려고 나가는데 갑자기 드르륵 하면서 세게 박은 느낌이 들었고 그때까지도 설마 사고 냈을 거라 생각도 못 했다..

너무 놀라 차를 세우고 봤더니..

차를 돌리면서 뺐는데 옆 차를 아주 시원하게 박고 지나간 것이다... 주차된 차를 말이다..

과실 100%.....

옆 차보다 내 차는 더 심각했다... 아직 7개월 밖에 안 된 새 차인데 옆에 문짝을 갈아야 할 만큼 찌그러져 있었다...

뭐지.... 내가 이런 실수를..... 경력이 25년인데.... 한 번도 사고 낸 적도 없는 난데...

나 뭐 한 거야??? 하며 현실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다...

옆 차주분한테 전화드리고 보험사에 연락하고.....

이사하느라...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

좋게 생각하자.... 혹시 밖에 나가서 사고 났으면 더 큰일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이 정도로 끝난 걸 거다....

다들 내 사고에 의아해하면서 이사하고 액땜한 거라고 앞으로 더 잘 되려고 그런갑 보다 하시면서 위로해 주셨다.


그래.... 액땜한 거다...

내가 생각해서 너무 어이없는 사고였다..


오늘 공업사에서 차를 가지고 가 견적을 보내주셨는데.... 너무 큰 액땜이다.... 문짝 갈고 휠 갈고 등등.... 250만 원..... 상대방 차는 100만 원.....

이사한 새집이 아직 낯설기도 하고 출퇴근하는 위치도 낯설긴 하지만 빨리 익숙해져야겠다.

그리고 급한 성격으로 3일 동안 쉬지 않고 정리해서 그런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

이젠 좀 쉬면서 천천히 해도 될 것 같다..

정신도 차리고... 더 이상의 액땜이 필요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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