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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유럽 축구 여행_0

by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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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여름부터 한학기간, 교환학생 신분으로 독일에 머물게 되었다. 유럽에 지내며 많은 곳을 여행하고 많은 일을 겪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내게 가장 중요했던 건 '축구'였다.

내가 처음 축구를 보기 시작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양박쌍용'을 필두로 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선전과 함께 아프리카라는 미지의 대륙이 주는 신비로움, 그간 몰랐던 스포츠가 주는 생동감과 온갖 감정들. 뮐러, 외질, 포를란, 스네이더, 카시야스 등 가슴 뛰게 만들던 스타들. 이 이후로 새벽에 일어나 해외 축구를 챙겨보던 내게 유럽에서 직접 그것을 보고 싶다는 마음은 커져만 갔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난 후 군대와 코로나 등으로 생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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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사이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던 축구는 새로운 시대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호날두와 메시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떠났고, 전쟁 같았던 2010-2012년의 엘클라시코 멤버 중 남아 있는 선수는 벤제마와 부스케츠뿐이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앳된 얼굴과 앙상한 다리로 신인왕과 골든부츠를 탔던 뮐러는 여전히 앙상하지만 급격한 노화와 함께 팀 내 최고참 선수가 되었다. 벵거와 퍼거슨은 아스널과 맨유의 감독직을 내려놓았고, 무리뉴는 토트넘을 거쳐 AS로마의 감독을 역임하고 있다. 제라드, 램파드, 차비, 아르테타, 피를로, 알론소 등은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또, 2000년생 홀란드가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2004년생 가비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선수들 뿐 아니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캄프 누, 산시로 등 축구사의 성지와도 같던 경기장들은 이전의 모습을 뒤로한 채 새로이 태어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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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내가 사랑했던 축구의 마지막에 작별을 고하고, 또 내가 사랑하게 될 축구에 안녕의 인사를 건너기에 지금이 가장 적기이며,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교환학생 그리고 그 안에서의 축구 여행을 결심하고 떠나게 되었다.


2022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기간 동안 14경기를 직접 보았고 이외에도 몇몇 경기장 혹은 축구와 관련된 장소를 다녀왔다. 보고 듣고 다니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 그 외 하고 싶은 의미 없는 말들까지 흘러가는 대로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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