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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Dec 04. 2022

경주마의 일생, 한국이라는 트랙에서 달리는 사람들

좁지만 오래 뛰지 못하는 경기장

ㅁ 경주마 : 경마에서 달리는 말


오늘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 일찍 출근하고 회사에 도착합니다. 첫 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나갑니다. 간밤에 악몽을 두 번이나 꿔서 기분이 매우 불쾌하지만 꿈은 꿈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찝찝합니다. 말이 있으면 전철역까지 타고 가겠지만 아쉽게도 말이 없어서 걸어가며, 돌아올 때도 걸어서 돌아옵니다. 이렇게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내 모습을 보면 경마장에서 달리는 경주마가 생각납니다. 열차 시간이 가까워지거나 조금 늦게 나오면 급히 뛰어야 하죠.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인 성기훈은 경마 중독자로 마지막까지 경마장에서 배팅을 합니다. 출근길에 읽은 뉴스 기사에서 퇴역 경주마를 도축하는 모습에 늙고 쓸모없어지면 나는 어떻게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Olt577JtPM0


경주마의 일생


경주마는 태어난 지 2년 뒤에 경주마 등록을 하고 2살부터 경주마 트레이닝을 받고 경마장에서 경주마로 뜁니다. 경주마 생활을 4년 정도 하고 6살이 되면 경주마로 전역하는데, 전역 한 뒤 10-20년 정도를 더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데 30살까지 산다면 정말 장수하는 케이스입니다.

혈통이 우수한 말들이라면 1-2년 빨리 은퇴하고 세 개의 주요 경주에서 우승한 말을 가리키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말이라면 일찍 은퇴하고 종마로 전역합니다. 종마는 번식을 목적으로 기르는 수말을 말합니다. 만기 전역을 못하는 말은 도축되어 말고기나 동물성 사료가 됩니다. 골절 상을 당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도축이 되는데요, 도축의 기준은 달릴 수 있느냐 못 달리느냐 상품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데 달리지 못하면 죽습니다.

퇴역 경주마의 통계


제대로 된 조사가 없기에 신빙성은 다소 떨어질 수 도 있다고 하는데 5년 간 매해 평균 1,400여 두 의 경주마가 퇴역되고 있으나 어떻게 되는지 추적이 어렵다고 합니다. 식욕 및 사료화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한국마사회에서 '말 산업 정보 포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퇴역한 말 전체 1,776마리 중 퇴역 후 '용도 미정'은 1080마리로 60%를 넘습니다. 올 초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고꾸라진 후 사망한 경주마 출신 '까미' 사건 이후 국회에서도 동물보호법을 일부 개정해서 발의된 상태로 신속한 도입이 필요합니다. 퇴역 경주마에 대한 전수 조사와 신고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인생


말과 사람을 비교할 수 없지만 말은 돈벌이 수단으로 오랫동안 이용하며 더 이상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면 그 마저도 도축하여 말고기나 사료로 이용합니다. 저는 일정 부분 돈벌이 수단으로 일을 하는 사람의 은퇴에서 경주마와 같은 점을 생각해봤습니다.

1) 1등을 위한 경쟁 합니다.

경주마와 같이 어린 시절부터 좋은 대학교를 들어가기 위한 입시를 위해 엄청나게 공부를 합니다.

2) 다른 말을 제쳐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제쳐야 내가 좋은 대학교를 갈 수 있으며, 졸업 후에도 다른 경쟁자를 제쳐야 좋은 회사에 취업하며, 회사에서도 동기나 선배들을 제쳐야 승진할 수 있습니다. 무한 경쟁입니다.

3) 1등을 못하거나 다치면 은퇴입니다.

공부를 못하거나 좋은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 두면 사회에서는 좋지 못한 인식에 주눅 듭니다. 승진에 누락되면 나이 어린 후배에게 눈치를 보이다 나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재충전하여 다시 이직하거나 회사에 가지 않는 한, 회사 생활에 문제가 있으면 폐쇄적이며 연공서열이 심한 대다수의 회사에서는 집단 괴롭힘과 눈치로 버티기 힘들기도 합니다. 심지어 요즘 세상에 임신, 출산휴가를 다녀오면 불이익을 주는 회사도 있으니 더욱 서글픕니다.

4) 더 이상 못 달리게 되면 도축되어 고기나 사료로 쓰입니다.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해 경제적으로 불안하면 자신감, 자존감이 저하되며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되는데 이 것은 일을 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올 수 있습니다. 사회적 도축이라고 표현하면 과할지 모르겠지만 10년 - 20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던 직무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쳐서 안락사 당해 도축되는 말을 보며 문득 생각났습니다. 사람의 경우 회사에서 쓸모가 없어지면 어떻게 든 밀려나게 되겠지요. 회사에서 좋은 관계들은 회사를 떠나면 대부분 멀어지게 되어 외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nF8xhLMmg0c


사람은 제각각 다른 인생을 살기 때문에 하나의 범주로 포함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부자가 아니라면 일을 해야 합니다. 사업을 하는 것은 잘되면 큰돈을 벌지만 실패하면 집이 원래 잘살지 않는 인생을 벼랑 끝으로 몰 정도로 위험하고 힘들어지며, 회사를 다니는 것은 정년이 60세이지만 다수의 회사원들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꾸역꾸역 회사를 다닙니다. 27살 - 28살에 졸업해서 운이 좋게 회사에 들어가거나 졸업을 미뤄 30살에 취업을 합니다.


주변에서 결혼하라는 성화나 연인과 결혼하며, 모아 놓은 돈이 있는 경우 20년 ~ 30년 장기 대출로 집을 삽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돌봐줄 환경이 없으면 둘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합니다. 7살 이전까지는 그렇게 돈 들어갈 일이 유치원 비용밖에 없다 생각했는데, 아이 주변의 친구들이 다 영어 학원에 다닌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둘째가 태어납니다. 아이가 둘이라 두 배로 행복하지만 부담도 됩니다. 하나둘 학원비가 들어가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안간힘을 써봅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자 다시 둘 다 일하기 시작하며, 경력 단절로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간신히 20살까지 키워내지만 아직 아파트 대출이 남아있고 회사에서는 퇴직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경주마처럼 달리기를 멈춰야 할지 생각해봐도 남아있는 대출과 두 아이들에게 물려줄 게 없어 지친 몸을 이끌고 야간 경비 일에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의 삶이 이렇기에 혼자 사는 1인 가구 비혼족,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이 늘어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의 복지는 존재하지만 복지 혜택을 받는 가구 입장에서는 부족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냥, 많은 돈을 벌어 개인들이 각자 가구를 책임져야 합니다.


이미 한국은 이렇게 고령화 사회가 오면서 노후를 준비하게 어려운 상황이며 경제적 기반이 약해져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나마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며 그마저도 몸이 아프거나 못하는 경우에는 퇴역한 경주마처럼 살아야 하죠. 심지어 40이 넘어도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 족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자식들이 앞가림을 못하는 경우 지쳐 쓰러 질 때까지 먹고사는 것을 걱정해야 하죠. 2020년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에서 노인 빈곤의 실태와 사회 경제적 영향 분석 연구에 따르면 1) 소득 하위 20%의 가구가 고령화되고 있으며 2) 핵가족화에 따른 1,2인 가구의 증가 3) 고령화로 인한 실업, 비 경제 활동 인구의 증가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달빛 소년's 생각


1# 말과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정말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며 경주마도 돈을 위해 뜁니다. 몸이 피로해도 N 잡을 뛰며 경주마처럼 달리다 과로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연을 종종 뉴스로 접합니다. 경주마도 채찍질과 고삐가 당겨지며 죽을힘을 다해 달리며 1등만 주목받습니다. 말이라는 동물이 튼튼한 근육에 비해 하체가 뼈가 부실하고 빠른 속도와 육중한 무게로 골절된다면 다리뼈가 산산 조각나서 말이 너무 고통스럽고 원래대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말은 항상 서 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이유도 더해져 안락사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락사 후 고기와 동물성 사료가 되죠. 오로지 경주마는 돈을 위해 길러지고 돈을 위해 달리고 돈이 안되면 죽음을 당하는 처지입니다. 그놈의 돈, 돈이 문제입니다.

2# 일이 미치도록 즐겁게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농담처럼 우리는 '당신이 욕먹는 비용과 스트레스받는 것이 월급이야'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능력을 강요하며 아주 어릴 때 부 터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 가서 전문직 아니면 대기업에 들어가 남들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꿈인 나라이며 거대한 한국 사회 자체가 경마장이며 오천만 국민이 경주마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정해진 길과 타인의 희망은 공부해서 좋은 회사 들어가서 결혼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 이죠. 트랙을 이탈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주변에서 걱정 실린 잔소리가 돌아오는데, 그게 잔소리인지 그냥 자기보다 못나 보이는 사람 지적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본인의 만족감을 높이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평범함이 제일 어렵고 모호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하기 어려울 때 평범하다는 주관적인 판단을 내세우거든요. 회사에서도 가끔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퇴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피해 갈 수 없습니다. 나이가 많던 적든 도저히 정년을 채워서 다닐 수 없을 것 같으며 2년, 3년 안에 관리자가 필요 없을 정도로 업무가 고도화되어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서로 예측합니다. 지금 입사하는 신입들은 더 빨리 배우고 훨씬 더 젊기에 나만의 무기와 전문성을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3# 경주마가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경주마의 삶보다 속도와 경쟁을 하지 않는 목장 안에 가끔 타는 용도의 말, 취미로 길러지는 말들은 그나마 더 상황이 좋아 보입니다. 이번 글을 쓰면서 새롭게 발견한 사실은 말은 인간에게 매우 종요한 가축이지만 인간의 손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말발굽에 장착하는 편자를 만들어 보호해주고, 먹이도 챙겨 줘야 하고, 돌봐주지 않으면 야생에서 생존할 능력이 없어서 죽는다고 합니다. 야생마는 거의 멸종했고 인간의 도시 건설로 초원이 사라져 개체 수도 급감했다고 하네요. 말은 당근, 사과 등의 과일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사람에게서 당근, 사과는 일을 통해서 버는 수입, 월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능이 높고 의뢰로 겁이 많으며 좁은 공간을 싫어하고 혼자 있는 것을 대단히 싫어하는 동물이라고 하는 것이 인간과 똑같습니다.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다는 사실과 말의 특징들을 알게 되니 길들여진 말과 사회에서 교육받아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도 비슷하다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언도 있듯 말처럼 달리기만 하면 사회적 고리가 약해져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정신 건강이 안녕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4# 산업 시대 이후 인류가 추구해온 자본주의의 규칙과 가치가 이미 경마장의 트랙처럼 굳어져 버렸기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 다양하게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네이버 웹툰, 프랑스 어메이징 페스티벌에서 작가 사인회를 가졌고 많은 사람이 몰렸고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인기 웹툰 작가들은 지금 20억이 넘는 연봉을 받기도 합니다. 야옹이 작가가 그렇죠, 만화가가 된다고 하면 부모님한테 두들겨 맞고 다시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있었고, 만화가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꿈이 만화가, 이모티콘 작가일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잘 그린 웹툰은 영화나 드라마로 되어 엄청난 명예와 부를 가져다 주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사회의 다양성이 하나 둘  늘어난다면 경마장의 트랙이 아닌 경마장을 벗어나 달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어렵겠지만 개인의 역량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여 선두로 나서도 멋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당장은 경주마로 살아야겠지만, 경주마가 되지 않는 법 그것은 다양성이 존중되고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회일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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