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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Dec 30. 2022

여기가 기사 맛집이라면서요?

Ctrl+C, Ctrl+V 덕분에 저도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출처 - unsplash


수도권에서 작은 족발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오후 1시에 매장문을 열자마자 불편한 주문을 받았다. 주문에는 불족발 중을 시키는 아이엄마로 보이는데 추가사항에 '아이가 먹을 안 매운 족발 몇 점 주세요 ^^ 이 동네 토박이에 OO망 운영진이에요 서비스 많이 주시면 사장님 킹왕짱!' 요즘 근처에 다른 족발집이 생겨서 매출도 줄어 기분도 안 좋았는데 따로 족발을 주는 예외를 둘 수 없어서 주문을 취소했다. 곧 다시 주문이 들어왔고 '어머 실수로 주문을 취소하셨나 봐요 ^^ 아이가 먹을 족발 낭랑하게 주시고 콩나물 국, 계란찜도 서비스, 날치알밥 주시면 리뷰 잘 써드릴게요'라고 다시 주문이 들어왔다. 기분이 나빠진 A 씨는 주문을 또 취소했다. 취소하자마자 앙칼진 여자가 전화 와서 장사 접고 싶냐고 항의한다. 이 동네에서 장사를 계속하고 싶어서 일단 요청대로 보내주고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접속해서 주문서를 휴대폰으로 찍어 사진을 올리고 글을 써본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내가 쓴 글이 유명 언론사에 기사가 됐다. 속이 시원하다 블랙컨슈머는 사라져야 한다는 댓글도 직접 작성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액땜하는 것 같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회원수 112만 명을 넘어서는 네이버 소상공인 자영업 창업 카페입니다. 2021년 대표 인기카페로 선정되었고 전체글은 89만 개로 하루 방문자 또한 굉장히 많습니다. 사장님들이 주로 장사하면서 겪은 힘든 부분을 토로하시는 부분으로 한쪽의 입장만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주로 자영업 사장님들의 고민과 고통, 직원과, 손님에 대한 험담들이 주로 올라옵니다. 최근에도 주문을 취소한 아르바이트생, 가게에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소변을 담고 사라진 어머니, 블랙컨슈머 사례들이 기사화되었습니다.

언론들의 쉽게 쓰인 기사


빅카인즈에서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2018년 4건, 2019년 6건, 2020년 38건, 2021년 317건으로 보도가 폭등했습니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으로 조회수와 댓글이 성공적으로 인기 기사가 되자 너도나도 해당 카페에서 상주하며 글과 사진을 그대로 쓰는 것입니다. 여기에 이미 검증이나 취재는 없습니다. Ctrl+C, Ctrl+V만 있을 뿐입니다. 

분노를 유발하는 기사와 감정 쓰레기통


사장님의 입장에서 감정적인 글은 여과 없이 독자들의 분노를 유발하여 악성 댓글과 분노를 유발하여 감정쓰레기통으로 전락합니다. 실제로 찾아본 기사들에는 분노한 사람들의 댓글이 대다수입니다. 차라리 순화된 표현으로 표기되었다면 기사자체가 재미가 없어서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거친 표현은 자극적인 세상에 적합한 먹이가 됩니다. 만약 사장님의 글과 다른 반대쪽 입장, 반박하는 글이 올라오면 그것은 또 하나로 쓰일 소재라 오히려 좋다고 생각합니다.

검증하지 않는 독자들


뉴스나 TV, 유튜브, SNS 등 우리는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쏟아지는 정보 중에 사실이 아닌 것이나 검증되지 않은 뉴스들도 대단히 많죠. 예전에도 이런 검증 없는 기사들은 많았으나 SNS와 카페 등의 발달로 급격히 전파되어 검증 안된 기사가 사실이라고 믿어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내용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고 배포한 언론사의 신뢰도와 그것을 나에게 알려준 사람의 신뢰가 진실이 되어버리죠. 

언론사에게 개선을 요구합니다.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고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강제할 수 있는 권력이 있음을 인지하여 주시고, 그 권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신중하게 활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자극적인 기사는 출처를 꼭 밝혀주시고 양쪽의 의견을 검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 법이나 행정절차상 말이 안 되는 사실은 찾아보면 금방 나오니 보도전 검증 부탁드립니다.
3.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라면 전문용어를 빼고 이해하기 쉽게 써주세요.
4. 신뢰받고 싶으시다면 전문가의 자문이나 조언을 받아서 연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고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글의 서두에 밝혀주시면 좋겠습니다. 


달빛소년's 생각


1# 기자들은 기사를 쓰고 돈을 받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취재하고 발로 뛰며 진실을 알리는 기자는 우리에게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를 쓰는 기자는 풍부한 전문지식과 균형적인 시각과 정의, 양심과 같은 도덕성이 요구됩니다. 글을 그대로 복사하여 붙여 넣기하고 뉴스화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문제제기 되었으나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이 조회수가 보장되고 댓글도 많이 달리기 때문에 공산품처럼 양산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들이 너무 많습니다. 언론사의 주 수익은 광고이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쓰여도 비슷한 주제에 동일한 내용입니다. 


잘못된 식견과 관점을 갖고 있는 것보다는 아예 모르고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사의 의도가 분노한 감정을 유발하는 것이라면 기사를 어떤 식으로 접했든 읽는 독자는 분노라는 감정이 표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집단은 그럴 것이다라는 편견이 발생하죠. 아이는 식당에 오면 안 된다는 노키즈존, 아이 엄마를 비난하는 맘충, 여성의 인권이나 권리를 신장하면 무조건 페미 등의 편견이 이런 형태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사는 재미와 흥미를 끌기에는 적합하죠. 영화관에서 먹는 팝콘과 콜라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이것을 본 사장님들은 손님은 역시 진상이다 라면서 경계하지 않을까요. 사장님과 고객도 신뢰 관계라고 생각하며 만족스러운 경험이 재구매로 이어지며 신뢰가 무너지면 추가 주문은 힘들죠.

2# 무관심이 정답입니다. 이런 기사를 양산하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언론사의 인턴이나 취재 없이 글을 양산하는 온라인 언론사입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과 믿는 것만 내편으로 끌어 들어 공동체를 형성하는 요즘 시대의 특징입니다. 여기뿐만 아니라 우리는 네이트나 유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형태의 기사는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도 잘못된 사실이나 가짜 사실로 조회수를 빨아들여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상당수 많습니다. 


정보는 쏟아지는데 그것을 필터링하여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실 이런 기사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요소이며 삶에 도움은 되지 않기 때문에 안 보고 살아도 무방합니다. 팔리지 않으면 만들지 않겠죠. 복잡해 보이지만 당연합니다. 사회가 힘들고 각박하다 보니 나쁜 감정의 배출처로 기사가 이용되는 것 같아 속상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것 또한 사람의 성향인 것을요.

3# 휘둘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은 완벽하게 중립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글을 쓰고 수많은 언론사의 뉴스를 보면서 치우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대한 같은 기사를 다양한 언론사를 통해서 읽곤 합니다. 사실 글을 반복적으로 읽는 재미는 없지만 이렇게 라도 중심을 잡으려는 노력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나 한겨레와 같이 성향이 다른 기사들이 같은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대하는지 맥락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만 자신에게 울림을 주는 뉴스나 기사를 만났다면 검증을 해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자기의 입장에서 주장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싸움이 붙어 치고받고 싸워 경찰서에 가더라도 서로의 진술이 다른 경우는 흔합니다. 자신의 눈을 통해서 1인칭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역지사지가 이렇게 힘이든 일입니다. 저도 역지사지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온전히 상대방의 입장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을 생각해 준다는 것은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습관이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사회 이슈와 약자를 대번 하는 것을 하고 싶지만 제가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은 최대한 빙의하여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4# 글을 읽는다는 것은 좋은 경험입니다. 많이 읽어야 하는데 읽으면서 생각을 해야 합니다. 모든 기사는 거짓일 수 있다는 것을요. 요즘은 뉴스 생산속도가 검증하는 시간보다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새로운 뉴스가 나오면서 검증하기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조회수 경쟁 때문입니다. 기사를 접할 때 출처를 확인하고 공신력 있는 언론사인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또한, 알고 있는 지식과 어떻게 다른지를 찾아보시고 의미 있는 뉴스만 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의미 있는 뉴스를 찾으셨다면 동일한 기사를 3개 이상 찾아보시는 방법도 좋습니다. 사회에서 전문가라고 불리시는 분들의 의견과 일치하는지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고쳐야 할 언론사들의 나쁜 습관이자 관행입니다. 오늘도 불철주야 취재하고 기사를 써주시는 분들을 응원합니다!


P.S 사실 기자 여러분들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고마운 것은 저의 끄적임이 원천이 되어주신다는 점이겠죠. 대단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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