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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Dec 30. 2022

사회에 절반만 걸쳐진 반지하 슈뢰딩거의 고양이

반지하 대책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습니까? 

출처:unsplash


상자 안에 들어있는 고양이가 들어있으며, 고양이를 죽일 수 있는 장치가 들어있다. 우리는 상자를 열기 전에는 고양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알 수 없다. 반지하는 가난을 의미하지만 우리는 그곳에 살지 않은 경우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기록적인 폭우에 반지하에 사는 가족들이 국가에서 제공하는 소방, 경찰 시스템에 보호를 받지 못하고 국민들이 참사를 당했다. 경찰, 소방에서 도착했어도 구조 장비가 없어서 아예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빠르게 구조를 한다고 해서 살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안전을 위한 지침이나 매뉴얼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잘 고쳐야지 그런데 지금 하는 행동을 보니 소가 없으니 외양간도 부셔보자 그럼 아무도 모를 거야 하는 행태가 보여 안타깝다.

반지하의 추억


고등학교 내가 제일 좋아했던 친구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형과 단 둘이 살았다. 그 친구는 생계를 위해 늘 알바를 했지만 집은 반지하였고, 일 때문에 잠이 많고 피곤해 항상 학교에 나오지 않은 친구를 나는 항상 문을 두드리며 깨우곤 했다. 가난했던 우리는 함께 알바를 하며 모은 돈으로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 먹으며 같이 게임을 하는 것이 낙이었으며, 일본의 가수 라르크 앙 시엘을 동경하며 나중에 같이 밴드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곳엔 슬램덩크, 오늘부터 우리는 등의 꿈을 키워주는 만화책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반이 달라졌고 졸업을 앞두고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한 친구는 나쁜 담임 선생님을 만나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퇴학을 당했다. 비가 오면 바가지와 빨간 플라스틱과 고무재질의 양동이로 같이 물을 퍼내고는 했다. 대학에 입학한 나는 마지막으로 친구와 함께 소주 한잔을 하고 그 후로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지금 쯤 성공해서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곰팡내 나는 작은 공간, 자주 막히고 높은 이상한 화장실은 친구에게는 삶의 터전이었고 나에게는 학업에 지쳐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반지하의 탄생


반지하는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 사건을 계기로 건축법을 개정해 국가비상사태에 빌라의 저층 주택 지하를 벙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여 탄생했다. 지금은 33만 세대가 반지하에 거주 중으로 서울은 20만 세대이다. 세계에도 반지하는 존재한다 네덜란드와 스페인, 영국 같은 유럽, 미국, 중국 등에도 존재하지만 대다수는 반지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한국 반지하에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있다. 건축주나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지하실의 공간을 놀리기에는 아깝기 때문에 반지하를 저소득층에게 임대해 준다. 일반 건축은 4층까지만 건축허가가 나기 때문에 지하에 건축하면 층수에 포함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 

반지하의 장, 단점


장점은 오직 싸다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단점은 무수히 많은 거주지로 살고 싶어서 사는 공간이 아닌 현실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사는 거주지다. 어둡고, 시끄러우며, 매연등의 이물질 바퀴벌레, 모기, 파리 등의 해충이 많이 등장한다. 비 오는 날은 물이차기 때문에 잠에 들 수 없고 물이 저 란만 차도 무게와 압력 때문에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번 신림동 반지하의 안타까운 참사도 이런 취약한 주거 환경 때문에 발생했다.

20년 안에 반지하 퇴출은 판타지


옥탑방은 낭만이라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반지하는 비참함을 나타낸다. 서울시내 보증금 2,000에 월세 30 이하로 찾을 수 있는 거주지가 없다.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 일자리 구하러 서울, 수도권에 왔는데 지상에 있는 집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월세는 못해도 2배 ~ 3배 차이가 나는데 당장 없애겠다니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아무 말 대잔치이다. 그럼 반지하보다 평수가 적고 비싼 고시원이나 쪽방에 살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국가가 건설사 등의 기업을 불러 사람이 살만한 주택을 지어서 장기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지하에 사람이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임대주택을 적게 짓는데 무슨 대책을 내놓으려고 하는지 매우 궁금하다. 물난리를 겪은 후 겨울이 되었고 장마까지 7개월 남았다. 과연 이번에는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번외) 말을 안 하려고 했으나 엉망진창


반지하가 주거 취약계층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보통의 집보다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저렴하면서 사람이 살기 좋은 주택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일터와 가까운 수도권에 집이 위치해야 한다. 수도권은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집을 지을 수 없다. 완벽한 딜레마이며 고착상태가 된다. 지금의 임대주택의 문제는 땅 값이 싼 외각에 지어져 있다 보니 교통편이 불편하여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힘든 구조다. 결국 주택의 문제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구조와 함께 얽혀 있어서 쉽게 해결이 어려워 장기간 난항이 예상된다. 


달빛소년's 생각


수해 현장에 와서 웃지 말고 사진 찍지 말아라 정치하는 사람들 모아놓고 초등학교 선생님이나 할 말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말해야 한다니 한국의 정치 현실은 암담하다.  한국 정치의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입법부에서 모두가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장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아 반지하를 모두 없애 버리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몸 하나 눕기 힘든 고시원으로 가야 할까? 언제나 재난은 힘든 사람들 위주로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이번 비 피해로 없는 살림마저 모두 수해쓰레기로 전락했다. 그것들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차곡차곡 모은 그들의 소중한 재산이리라.

피해를 본 국민들 취약층의 삶에 진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심도 있게 고민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욕을 먹지 않게 교묘히 대책인 척 말만 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욕먹는 것이 두려워 나타나지도 않는다. 익사는 매우 고통스럽다고 하며 물에 빠졌다 구조되어 살아난 사람들은 모두 시간이 매우 천천히 가는 느낌에 숨을 쉬지 못해 몇십 분이 지속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신림동 반지하 방에서 3명이 사망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언니와 10대 딸을 둔 엄마가 그 순간 느꼈을 공포와 고통을 생각하니 익사할뻔한 몇 번의 경험이 생각나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갑자기 지하, 반지하를 주거 목적으로 짓는 것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한다. 어리석은 생각이고 그러면 지하 주거가 사라질까? 오히려 불법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받고 더욱 안전하지 못한 주거와 단속이 나온다고 문을 잠가버려 사고에 취약할 것이며 더 큰 범죄에 노출될 것이다. 이렇게 대책 없는 금지는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누가 반지하에 살고 싶어서 살겠는가? 장기적으로 반지하를 없애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렇다면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엄청난 인구가 사는 서울, 수도권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에서 모두 책임져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최소한 반지하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쾌적한 반지하도 있을 것인데 모두 금지를 하는 것은 너무 아이러니하다. 재난은 명백하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여기에 피해자의 책임은 없다. 가난은 죄가 아니며 국가 행정과 안전망이 무너진 것으로 즉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반지하 세대의 거주지 대책과 재해방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 소득층을 위해 1) 주거 비용을 지원 2) 임대 주택을 국가주도하에 건설하여 공급 3) 기존 주택들을 매입해서 장기간 임대하는 방법 등의 현실적인 대책이 나왔으면 한다.

반지하도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다 무조건 없애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 궁극적으로 없애야겠지만 현실적인 대책 없이 순간을 모면하려는 말은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제발 대비를 잘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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