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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Dec 30. 2022

당신은 재활용을 할 수 있나요?

전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어요.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1970년 세대 팀장을 팀원으로 내리고, 1980년 세대 팀원을 팀장으로 올렸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2년 전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하였습니다.


용산 아모레퍼시픽


1# 기업의 재무적인 요소가 아닌 ESG를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남양유업 지역 대리점 물건 강매, 포스코 임원 기내 승무원 폭행 사건, 프라임 베이커리 회장 호텔 직원 폭행사건 등으로 대기업의 갑질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 불매 운동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한번 뱉은 말과 엎질러진 물은 뒤돌 릴 수 없는 것은 자연의 법칙인 것일까요? 사과를 했지만 이미 떠난 민심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악덕기업 상품은 사지 않겠다, 제품이 좋아서 믿고 먹었더니 더러운 기업인 줄 몰랐다' 등의 소비자의 반발로 불매 운동의 결과 한때 매출이 15% 이상 줄고, 대형마트에서도 28%나 줄었습니다. 


기업의 갑질에 대응하는 소비자의 응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남양유업은 회사의 로고를 감추고 숨기고 1+1 행사와 50% 할인 등 대대적으로 대응을 했으나 매출이 감소하였고 그 해는 적자로 돌아 섰습니다. 남양유업의 브랜드 평판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제품의 빨대 부분에 교묘하게 로고를 숨기는 행태까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남양유업 제품이라면 사기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죠. 그 당시 농심이나 크라운 베이커리, CJ대한통운, 아모레퍼시픽 에도 논란이 제기되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물량 밀어내기와 인력 빼가기도 진행하여 당시 유통업에 밀어내기는 관행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잘 지키는 회사가 지속 경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 아모레퍼시픽에서 대규모 인사이동이 발생했습니다. 1970년생 팀장들을 팀원으로 보내고 1980년생 들을 팀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수명이 다한 전자 제품처럼 40대의 젊은 사람들이 '재활용'가능한 물건처럼 되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아모레퍼시픽의 인사에 대해서 회사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 적 있습니다. 화장품 분야는 유독 유행에 민감하고 젊은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그들과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학위를 취득했는지 고민됩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화장품들이 모두 고급화되고 다양화됨으로써 대기업 제품들을 선호해야 할 이유가 많이 사라졌고 높은 중국 의존도의 한계 때문에 전성기 시절의 영광은 아득히 멀리 있어 보입니다. 


지금 일하는 모든 사람들  모두 상품화되기 위해서 애썼던 것인지 돈 되는 분야에 몰두하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회사라는 배에 올라타 인생이라는 망망대해를 경영자라는 선장에 의지해 갈 뿐입니다. 가끔 항구에 정박하여 선원들이 나가거나 들어오는 교체는 있지만 우리가 배를 떠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배에서 벌어오는 돈이 우리의 생계의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화폐의 독점, 자원의 독점, 거대 자본의 부의 독점이 이렇게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매출이 5조 3천 억 가량 하는 회사가 사람이 없다고 회사가 돌아가지 않을 리 없습니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잘 운영되겠죠. 그렇지만 이렇게 오래 다닌 사람들을 팀원으로 내려버리는 행위는 사실상 회사에서 나가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 팀장이 된 30대들 또한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겠죠. 30대가 40대가 되면 나가야 하는 것인지 다른 직원들도 회사에 최선을 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겠네요.



3# 한국은 유독 주식회사의 경영진이 회사를 모두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법이 약해서 일까요? 이러한 행동은 사회 곳곳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아모레퍼시픽인 유독 오너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는 회사로 주요 언론들에서는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의 시각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3세 입장에서는 1970년대의 팀장들을 지휘하고 소통하는 것이 어려워 이렇게 말 잘 들을 것 같은 30대와 직접 호흡을 맞춰 보겠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화장품 업계의 요즘 트렌드라고 하는데, LG생활건강, 코스맥스, 한국콜마, 신세계인터내셔널 등도 상대적으로 젊은 팀장들을 승진한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회사가 폭풍 성장 할 때 같이 애써준 사람들을 이렇게 처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젊다고 해결책이 되지 않죠.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닌 실력입니다. 소비자이자 회사원인 우리 중 누군가는 사회에서 유통기한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90년대 생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은퇴하려는 나이 많은 회장님들의 경영 승계를 위한 행위는 오래된 일입니다.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이 그러한 일이며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은 언제나 인적 자원으로 치부되어 소모되고 버려질 뿐입니다. 법적으로 정년은 점점 늘어나는데 회사들은 인격적으로 다니기 힘들게 만들어 누군가를 반드시 제거하고 퇴출시킵니다. 배를 타고 있는 우리는 배에서 내리게 된 선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가끔 읽는 뉴스처럼 다른 사람을 통해 근황을 듣고 어쩌다 술자리를 갖는 것이 전부입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치의 판단은 돈이며 인간도 상품이자 돈 혹은 끝없이 돌려야 하는 부품이나 장비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타서 유행을 선도하거나 유행이 꺼진다면 버려지는 옷처럼 퇴직 후 회사를 찾아 돌아다니지만 운 좋아야 정규직,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 아예 경력과 상관없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2020년에도 아모레퍼시픽은 희망퇴직을 하고 회장이 직원들의 자택에 편지까지 썼지만 퇴사를 종용했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4# 인사권은 회사의 권리이지만 노동자의 피해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가끔 노조에 대해 매우 안 좋은 시선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이렇게 회사에서는 파격적인 인사를 해 놓고 비상 경영 차원이라고 해명하면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경영진과 깊은 관계가 아니라면 우리는 모두 회사라는 배에 타 있는 동료입니다. 어떤 회사는 회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동료들끼리 싸움을 붙이기도 하는데요 이번 사례가 그것이라고 합니다. 서로 불편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안 좋은 감정으로 서로 미워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노동조합이 이상해 보이시나요? 충분한 혜택을 받고 있지만 과격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조는 저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노조는 헌법으로 보장하는 권리이며 우리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보상이나 구제를 받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회사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면 되지 않겠냐고 오만한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일을 특별하게 잘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매출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 회사는 사람이 아닌 회사의 시스템과 브랜드로 운영이 가능합니다. 아닌데? 나 없으면 회사 안 돌아가는데라고 하시는 분들은 과연 그런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대체 가능한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 1970년대 회사원들은 전부 앞으로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삶을 재 설계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회사에서 오래 사용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에 일자리 창출, 기부 등의 약속을 지키는지 국민들이 철저히 감시하거나 사면할 때 약속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들 때 기업이 역할을 한다고 알 수 있도록 말이죠.



참고기사


1) 아모레퍼시픽의 어떤 인사, "하루아침에 팀원 된 팀장들은 울었다"

2)"팀장 하다 하루아침에 팀원"... 유독 아모레퍼시픽만 시끄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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