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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Apr 22. 2023

중요한 건 의사를 꺾는 맘(Mom)

진료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진료만!


의사가 진료할 때 일(?) 해라 절(?) 해라 하지마세요.


출처 : unsplash


# 전문가는 실력 좋으면 됩니다. 친절 = 부가서비스 입니다.


“제가 인터넷에 찾아봤는데요.. 친한 언니 친구가 의사인데요..”  


수도권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8억을 대출받아 소아과를 개원한 김 원장은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개원 하기전부터 시작되었다. 소아과에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맘 카페 운영진으로 대뜸 홍보를 해준다고 한다. 빚이 3억이 넘는데 돈을 달라고(?) 했다. 먼저 개원한 선배에게 물어보니 무조건 들어주라고 한다. 알았다고 했더니 아직 오픈하지도 않았는데 우리 병원이 너무 좋고 진료를 잘본다고 한다.


개원 후 맘카페에서 블로그에 후기 잘 써줄테니 공짜로 진료를 해 달라고 하거나, 오은영 선생님처럼 1+1으로 진료에 양육상담까지 하지 않으면 좋은 평을 얻기 힘들다. 진료만 잘 보면 되겠지? NoNo! 엄마들의 눈치를 살펴 짜증내지 않는지 불편한지 살펴야 한다. 어디서 알아봤는지 약이 잘 듣지 않는다고 다른 약으로 처방해 달라고 하면 그냥 해주면 된다. 나도 가족이 있기에 오늘도 버텨본다. 


시도 때도 없이 친절을 강요하지 마세요.


# 애들은 꼭 평일 진료 시간을 넘어서 아프다.


소아과 의사 진료 의지를 꺾는 맘(Mom)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이 그렇지 않겠지만 일부는 선을 넘기도 한다. 얼마 전 친 형에게 전화가 왔다. 


그날 따라 졸려서 일찍 잠에 들었는데 나중에 전화해보니 조카가 친구집에서 놀다가 탁자에 인중을 부딪혀 얼굴이 찢어져 병원에서 꿰매는 시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대형 병원 3곳을 돌아다녔는데 소아과 의사가 없어 간신히 조치만 받고 다음날 가서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니 병원을 좀 알아봐 달라는 전화였다. 이제는 돈을 주고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의료 붕괴가 시작 되었다.


[얼마나 붕괴 했을까?]


5년동안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약 600 여곳이 문을 닫았고, 2023년 전공의 모집결과 리포트에 따르면 대학병원 50곳 중 38곳은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지원자가 없다. 거의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다. 입원치료와 응급실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도 같은 처지다.



[소아과 의사 왜 안해요?]


# 좋으면 하지요! 근데, 미래가 없어요!


1) 낮은 수가


스타벅스 커피 한잔 가격도 안되는 진료비!


2) 법적 책임의 두려움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으로 ‘무죄’가 확정되긴 하였지만 진료를 하는 것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대중이 의사를 나쁘게 보게 되었다. 환자를 일부러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의사는 없다. 진료 행위의 결과에 형사 재판을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감옥에 갑니다. 세상 어떤 직업이 이런 위험을 가지고 직업을 할까요? 산부인과도 공통된 사항입니다.


3) 심각한 저출산


최근 출산율 0.78% 환자가 없다. 진료비를 의사 마음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성인과 아이가 동일한 수가를 받는다면 당연히 성인을 많이 볼 수 있는 과로 가는 것이 좋다. 앞으로는 가정의학과가 살아남기 위해 다른 과들의 영역까지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4) 보호자 


글을 쓰기 위해서 맘 카페 여러 곳을 염탐하고 왔다. 실제로 자아성찰(?) 없이 낮은 수가와 저출산 때문이지 왜! 맘 카페를 표적으로 삼느냐는 항의 글도 여러 가지 봤다. 그런 행동은 아이를 둔 부모들이 모두 불편해질 수 있는 행동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감기를 달고 사니 소아과, 이비인후과는 꽤 자주 가는데 무례함과 폭언(욕설, 협박, 모욕)의 정도가 확실히 다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비인후과는 더 신뢰받는 존재가 되었고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화했다.


물리적인 폭력만 폭력이 아니다. 폭언이 더 심할 때가 있다. 내뱉는 말에 우선 짜증과 불만이 가득한 부모의 말에는 존중과 배려가 없다. 저신뢰 사회 한국에서 언론은 소아과 의사의 현실에 대해서 너무나 쉽게 잘 알려줬고 부모들은 존중보다 하대를 택했다. 소아과 의사에게 특별히 더 나쁘게 구는 이유는 ‘내 아이’ 때문이겠지만 일상에서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는 사람이 드물다. ‘내 아이’가 소중하다고 예민한 부모, 비 오는 날 아이가 한 밤 중에 열이 나서 등에 업고 달려가는 그 부모의 마음은 이해한다. 근데, 의사에게 소리 지르거나 약 같은 것을 던지고 위협하는 것은 심하다.  


소아과가 없으면 내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에서 하면 안 되는 거냐고 물으실 수 있지만 절반은 맞다. 절반은 살릴 수 없다. 태어나자마자 미숙아, 심각한 질환이 있는 아이, 사고를 당한 아이는 전문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살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60세 이상 의사들의 고령화도 문제다. 내가 다니는 소아과 원장님들도 연세가 많으시다. 10년 뒤에 그분들이 모두 은퇴하면 Big5 병원(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외에는 진료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곳에서는 간단한 진료도 엄청 기다려야 한다. 


[실제 경험 사례]


애들은 연휴에 다치거나 아프다. 부모도 긴장이 풀려 평소와 다르게 아이끼리 놀라고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형, 동생들하고 노는 것이 신나서 텐션이 올라가 활발해진다. 큰 아이는 놀다가 세워져 있는 상을 건드려 쿵 하고 넘어지는 바람에 발등이 찍혔고 부러진 것 같아 아이를 들쳐메고 병원을 돌아다녔다. 병원들도 문을 닫았고 응급실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다음 날 20km 떨어진 곳에 문을 연 병원을 찾아 도착하니 2 시간을 기다리라고 한다.


둘째 아이는 감기가 왔는지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나오고 목도 부어서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데리고 갔다. 고맙게도 동네에 달빛 어린이병원 있다. 달빛 어린이병원 제도는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도 소아 경증환자 진료가 가능하며 전국에 20곳밖에 없는 고마운 제도다.


오픈런을 한다고 아침 9시 40분에 아이 둘을 데리고 병원에 방문했다. 연휴라 그런지 예상대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고 두 시간이나 대기해야 했다. 모두 저처럼 애들이 갑자기 아픈 바람에 연휴에 진료하는 병원을 찾아 헤매다 기다리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저를 불편하게 하는 말이 들렸다. 9시에 이미 진료가 마감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근데, 여기 별로 친절하지 않은 것 같아. 다른데, 갈 걸 그랬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생각났다. 연휴에 이렇게 진료를 하는 병원이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들과 달리, 전광판에 대기 인원이 30명씩이나 걸려있는 병원에 친절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친절을 바라는 현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친절한 병원에 가고 싶으시면 연휴가 아닌 평일에 아이를 데리고 조금 더 친절한 병원을 가면 된다. 스스로 아이를 치료할 수 없어 휴일에도 진료하는 고마운 분들에게 데려왔으면 그분들에게 친절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게다가, 약국에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있고 기다리는데 약을 제조해야 하는 약사를 붙잡고 20분 넘게 꼬치꼬치 캐묻는 아이 엄마 덕분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이 빌런은 뭐야? 돈을 지급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선을 넘는 사례들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의문이다. 3,000원 내고 개인 상담까지 해야 하는 사회, 분명 피곤한 감정노동이다.


[기출 변형이다. 하고 싶은 말은 이것 : 당신은 타인에게 친절을 강요하면 안 된다! ]


# 친절을 바라는 사회


우리는 전화 상담을 했을 때 상담원으로부터 엄청나게 친절한 설명을 듣는다. 사실 상담원은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친절에는 잘못이 없다. 그렇지만, 친절을 베풀기 위해서는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더 소비된다. 


한국은 이웃들에게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도로에 운전을 하다 보면 양보해 주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층간 소음으로 싸움이나 살인을 하기도 하며, 피해를 봤다 싶으면 보복을 일삼는 화를 몰고 다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받는 서비스는 친절하지 않으면 망하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사람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물건은 조금이라도 상하거나 다른 사람이 다치게 하면 멱살을 잡고 욕을 한다. 


이상한 친절은 전문가의 영역에 침범하기도 한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복약을 지도하고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는 간호사들 이런 의료인과 의료진은 실력이 좋아야 사람을 적절히 치료하고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손님은 왕이다는 생각으로 전문가의 영역에 친절을 강요하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두 가지 의사에게 수술을 받을 선택할 수 있다면 1) 친절하지만, 실력이 없는 의사 2) 불친절하지만, 실력이 있는 의사 당연히 2번을 선택하겠지?


인간은 친절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인간이 의식하에 친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감정노동자라는 말이 생겼을까?


감정노동이 등장한 것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의 사회로 진입하는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다. 일하면서 업무에 적합하지 않은 감정을 자아가 먹고살기 위해 창조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기분 나쁜 상황에서도 웃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고객의 전화, 욕을 하는 고객의 전화도 그냥 웃어넘겨야 한다. 억지스러운 호의를 베풀어야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친절한 미소를 짓기 시작한 것은 과도한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고객을 유치하려는 중요한 수단이다. 우리 사회가 의료에 엄격하고 돈을 벌지 못할수록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은 기피된다. 그리고, 인기과인 피부과, 성형외과와 비교된다. 경쟁이 심한 압구정 성형외과 골목에는 상담실장 등이 있을 정도로 친절하다. 시도 때도 없이 친절을 강요한다는 것은 전문가를 밀어내기도 한다.


[작가의 논평]


물론 친절은 나쁘지 않다. 내가 나쁘다고 하는 것은 친절을 강요하는 거다. 전문가의 영역을 포함해서 친절함을 강요할수록 친절을 베푸는 상대방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AS 후 친절 평가가 곧 실적인 서비스 기사님들과 전화 상담원들은 친절을 베풀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고객의 행동이 근로자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9시부터 18시까지 주중에 반복한다고 하면 퇴근 이후에도 감정이 분리되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친절은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에서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친절은 상대적으로 낮은 자세여야 가능하다. 유교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에서 친절은 무조건 베풀어야 한다는 강요가 존재한다.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을 당연하고 우습게 보는 시선이 있다.  


굿닥,똑닥 들의 앱들은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스텝들의 친절에 따라 평가를 하기도 한다. 진료 볼 때 내 이야기를 얼마나 들어주는지에 따라 잘 봐주는 의사가 되기도 한다. 의료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은 때에 따라선 필요하다. 그런 앱들은 솔직한 후기에 따라 좋은 병원을 별점으로 나누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좋은 병원을 찾아보실 수 있다. 좋은 병원의 조건은 1) 집가까운 곳 2) 전문인력이나 장비들이 있으면 좋겠다. 심평원에서 평가해놓은 자료가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3) 원장의 이력이나 보건복지부에서 인증한 전문병원도 괜찮다. 


친절하다고 평가받지 못한 병원이 폐업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그 지역의 주민이다. 연휴나 휴일에 사고로 다쳐서 병원을 돌아다녀 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중에 문을 연 병원을 발견하는 것은 사막에 오아시스를 찾는 경험일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2.4명 그마저도 50이 넘은 고령 의사가 태반인 한국에서는 최소 서비스라는 요소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냥, 억지스럽지 않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고객은 모두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탈이 나서 병원에 갔으면 진료를 보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정도면 넉넉하다. 휴대폰을 고치러 가서 휴대폰만 잘 고쳐주면 된다. 전화 상담도 마찬가지로 해결하고자 하는 서비스 상담만 받으면 된다. 태도에 대해서 평가하려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친절은 상대방의 존중에서 나오는 마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습관이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음식이 맛없는 식당에서 친절하다고 사람들이 가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은 기본이다. 그리고, 의료는 음식점과 다르다. 연휴 때 진료한 병원 대기 인원이 200명이었으며 병원 다 쉬는 연휴에 그런 병원에 친절을 요구하면서 비난을 하는 것이 바로 갑질이라고 생각한다. 


친절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진료를 10분씩 더 친절하게 하여 200명을 200분을 더 기다리게 하는 것이 친절인지 그냥 불친절의 이유로 평가받은 병원들이 진료를 하지 않아 다수의 사람들이 불편을 겪어 응급실만 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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