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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Aug 09. 2023

악의 평범성에 빠진 사회

우린 언제든 악에 탑승할 수 있다.

[특별치안과 주저없는 총기, 테이저건 사용]  


특별 치안에 서울 한복판에 경찰 장갑차가 등장하고 사복 경찰이 중학생을 다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아니, 범죄자를 잡으라고 했더니 왜 애를 잡고 그래요!?


이 와중에 충격적인 것은 경찰의 잘못이 뻔한데 그럴 수 있다고 감싸주는 사람이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 폭력에 대해서 당연하게 그래도 되고 도망쳤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과거 군사독재가 떠오르는 말이다.   


잘못된 흉기 난동 신고로 사복을 입은 경찰 두 명이 중학생을 잡으려고 했고 겁이난 중학생은 도망치고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수갑까지 채워져 온몸에 찰과상과 멍이 들고 손, 등, 머리에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학생은 중학생이라고 소리쳤지만 멈추지 않았다.


끔찍한 칼부림 사고에 온라인에 칼부림 예고가 수 십 건 발생하는 상황에서 치안을 위해 애쓰는 경찰에 대해서 이해 하지만, 죄 없는 중학생을 다치게 하고 불심검문에 도주 했기에 검거 절차 상 문제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악의 평범성’이 떠올랐다. 다친 것에 대해서는 사과 했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후 편집>

칼부림 사건으로 인한 모방범과 살인 예고의 등장과 고담시로 변한 듯한 서울 한복판을 보면서 그저 명령이나 지시대로 따르기만 하는 경찰을 보면서 비판 없이 그저 명령이나 사회 분위기를 따르는 것은 때론 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악의 평범성]


악의 평범성은 한나 아렌트가 제안한 개념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잔인하고 극단적으로 나쁜 일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개념이다. 아이히만은 나치 독일에서 600만 유대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를 실행한 관리자로 단순히 본인은 명령을 따르고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Gjon Mili -  Eichmann, 1961 >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싸이코패스나 괴물, 악랄한 인간을 기대했지만 평범한 사무원처럼 보였던 부분에 놀랐고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악행은 반드시 악인이나 악마같은 괴물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각자 정치적인 상황이나 사회적인 상황에서도 나쁜짓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다.


학교, 군대, 회사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폭력 그리고 성 범죄들도 모두 권위에 따라 폭력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그 밖에도 악의 평범성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교권이 무너졌다고 과거의 학교처럼 폭력을 행사하거나 “애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려” 이러한 말도 공감 능력이 부족하여 때리는 행동이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신 차리도록 해야 하고, 도움을 주는 행동이라고 합리화 한다. 공감과 소통능력이 악의 평범성을 줄이기 위해서 도움 된다.


경찰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특별치안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안심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더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흉기소지 의심자와 이상행동자에 대해서 골라서 검문검색을 한다는데 관심법 같은 걸 쓰나? 


강제로 검문하고 쫓아다니면서 다치는 것보다 단순 경찰이나 보안 요원이 돌아 다니는 것으로도 효과가 클 것이다. 

<태조 왕건 갈무리>


[특별치안과 범죄 예방의 상관관계]


경찰이 존재감이 올라가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 연구를 좀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눈에 띄게 돌아다니는 경우에는 범죄 억제에 더 효과적이고 공격적으로 검문검색을 하거나 드러나는 활동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 법무부의 연구에서 발견했다. 


<Police Journal Volume: 58 Issue: 2 Dated: (April-June 1985) Pages: 118-131>


오히려 경찰의 수가 많은 것보다 드러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영국의 한 연구에서도 기차역에 경찰이 아닌 보안 요원이 순찰을 도는 것으로도 범죄가 줄어들고 경찰의 검거에 도움을 줬다. 경찰이 아닌 보안 요원도 범죄 예방에 효과적임을 알려준다. 


<PLoS One. 2017; 12(12): e0187392.>


경찰의 특별치안 활동이 범죄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도 칼부림 같은 묻지마 범죄의 특성에 효과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흉기를 소지한 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겠지만 죄 없는 시민이 다친다면 공무원의 지위나 직무를 남용해 폭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범죄자라고 머리 위에 써서 붙이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어렵겠지만 공권력은 최대한 절제된 상태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하는 사람이 쉽게 권위적으로 변하게 된다.  


6일 발생한 신논현 대피 소동 또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불안함에 노출되어 쉽게 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신논현 대피 소동 온라인 커뮤니티>


[작가의 논평]


직급에 따라 움직이는 경찰은 악의 평범성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직업이라 항상 경계해야 한다. 법과 정책을 직접 규제하고 지침을 제공하는 공권력인 경찰은 구성원 하나가 자신의 행동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에 실패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던 영국도 총리의 무능력이 아니라 국가 정책의 실패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사망했으며, 로봇과 인공지능 시대에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없는 AI는 단순히 명령을 따를 뿐, 그 명령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지 않기에 악의 평범성의 적절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타인에게 쉽게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서로를 혐오하는 것도 평범한 사람들에 의한 악행이다.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는 것도 결국 쌓이고 쌓인다. 상대에게 화를 내면 곧 내게 화가 돌아온다. 상처를 받은 사람을 벼랑 끝까지 몰아 간다면 둘 다 벼랑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소셜미디어에서 추앙하는 평균의 허들이 점점 높아져 모두의 숨이 막히고 좌절할 때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평균의 시스템과 사회의 규정을 따르기 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를 갖도록 해야하며, 스스로의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뉴스에 접할 때 그 행동의 결과에 대한 답을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도 중요하겠지만 국민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 문제에 대해 배우고 스스로 어떻게 기여하고 참여할 수 있는지, 모르겠으면 봉사활동이라도 하면 좋은데 그것도 귀찮으면 모범적인 행동을 하면 된다. 


국민이 사회적 책임감을 강화하지 않고 범죄자의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처벌만 강화한다면 과연 묻지마 범죄가 사라진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오히려 대중의 광기에 휩싸여 사소한 범죄도 큰 벌을 받게 된다. 정신을 차리려면 엄벌을 해야 한다 주장이 대세가 될 것이다.


악의 평범성에 빠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안전한 곳이 될 것이다. 


P.S 나도 모르게 출퇴근 길에 긴장하는 나를 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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