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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Aug 10. 2023

스마트폰에 탑재된 불안

스마트폰을 사면 불안이 기본 어플로 깔려있나 보다.

편리와 신뢰의 상관관계는 반비례 아닐까?



편리함이 올라갈수록 기술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다.


최근 기술 변화를 살펴보면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중요한 기술이다. 이것으로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수집되거나 유출될 위험이 증가하였고 개인정보 침해도 많이 발생한다. 


손가락 터치 한 번이면 몸이 편해진다. 은행에 방문하지 않아도 돈을 보낼 수 있고 손쉽게 대출할 수 있다. 오늘 산 물건이 내일 새벽 집 앞에 도착한다. 편리한 시대를 살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지나치게 스마트폰과 편리함에 의존하여, 기술 장애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 큰 혼란을 겪는다. 데이터 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멈췄을 때 큰 혼란이 생겼던 것을 기억한다.   


스마트폰이 해킹당하면 모든 돈이 5분 만에 사라질 수 있는 시대에 산다. 사이버 공격의 위협이 증가했다.스마트폰에 은행 앱을 설치해 금고도 만들고 인증서라는 마스터키도 같이 보관하며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도 사진으로 찍어서 스마트폰에 보관하기에 한 번에 다 털릴 수 있다.


여러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어떠한가!? 스마트폰에 비밀번호를 저장하고 노트북과 스마트기기에 구글과 네이버 계정을 돌려서 쓴다. 드라이브에는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이 가득하고 개인 정보가 들어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다.


아무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옛날 피처폰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나마 해보지만 이내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에 이내 고개를 저었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에 계정을 공유하여 사용하고 있어서 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로그인 기록이 나오면 혹시 해킹된 것 아니야!? 하면서 호들갑을 떤다.


착한 호들갑인지 단순히 예민한 반응인지 알 수 없지만 아이디, 비밀번호도 모두 스마트폰과 계정에 저장해 둔 상태라 해킹이 의심되면 누군가 내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아 삶이 힘들어지는 상상을 한다.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문자가 눈에 띄게 늘었고 실수로 클릭하면 상상했던 모든 일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닭살이 돋는다.


그래, 피처폰은 쓰지 못해도 삶이 스마트폰 때문에 휘둘리는 것은 참지 않겠어! 이런 다짐으로 평소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해놓는다. 


깨어 있을 때 전화나 문자는 가성비 넘치는 3만 원 스마트워치가 진동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연락이 단절되는 일은 드물다. 스팸 전화와 문자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스팸 전화를 걸러주는 기능이 있지만 가끔 스팸 인지 아닌지 애매한 번호는 받으면 여지없이 “안녕하세요. 고객님 좋은 서비스가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라고 상담원은 말한다. 바쁘다고 말하고 정중하게 전화를 끊지만 도무지 내 연락처는 공공재인지 어디서 알았나 싶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니 사람들이 전화를 더욱 기피하게 되는 상황이 왔다. 학습된 불친절함과 의심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퉁명스러운 대답을 하게 만든다. 사회적 현상이다.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 받기 싫은 전화가 온다. 


간단한 연락은 메신저나 SNS로 가능하기 때문에 전화나 문자가 오면 일단 지레짐작으로 스마트폰/인터넷 판매, 여론조사, 보험 가입 권유, 카드 가입 권유 등 귀찮은 마케팅 활동이나 보이스피싱이라고 단정 짓는다. 실제로 하루에 한 번은 꼭 귀찮은 전화를 받는다. 


또 일부 맡기도 하고 문자에 포함된 잘못 클릭한 주소로 전 재산을 날리고 본인 명의로 대출까지 받아서 한 순간에 인생이 어려워진 사람들의 사연은 시사프로그램에서 봤을 때 “저걸 누가 당해!? 당하는 사람이 바보 아니야?” 하는 생각보다 “와, 누구라도 당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앞서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새로 바꿨지만 4년을 쓴 휴대폰이 아직도 멀쩡해서 두개를 가지고 다니는데 항상 글을 읽는 입장으로 여간 편한 일이 아니다. 


아주 가끔 멈추기는 하는데 멈추기 만하면 이거 내 스마트폰 누가 조종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다. 알림이 너무 많이 떠서 그럴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내 취향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날 쿠팡으로 검색한 물건을 그대로 맞춤형 광고해주는 걸 보면 감시당하는 느낌도 든다. 흡사 트루먼쇼 느낌이랄까?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미숙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지능형 범죄는 아날로그 사람에게는 불안감을 준다. 지갑을 잃어버렸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잘 안다. 은행, 카드사, 통신사에 전화해서 분실신고를 하고 지급 정지 후 재발급받는 과정이 얼마나 귀찮은지 말이다. 그러고 보니 피해방지를 위한 조치는 엄청 어렵고 본인이 아니어도 이체와 대출은 쉬운 구조가 불편하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격하게 사회가 발전해서 우리는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당장 은행의 ATM기계에서 600만 원을 출금하여 강도를 당하면 눈에 보이는 강도가 나쁜 놈이 되지만, 스마트폰의 해킹 문자와 링크를 잘못 클릭해서 해킹당해서 전재산을 잃으면 그것은 피해자의 잘못으로 돌린다. 


무한경쟁에 쫓기듯 살아오고 승자는 다 가져야 하고 패자는 숨어야 하는 적자생존의 사회시스템에 피해자들은 위축된다. 스마트기기를 잘 다루는 사람도 지금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 않은 경우 사회적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위로와 도움의 손길이다.


P.S 스마트폰 해킹으로 큰 피해를 본 피해자를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위로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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