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정부가 환자의 목숨을 가지고 서로 싸우고 있다. 이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 병원에서는 수술 일정이 밀리고 진료에 차질이 생기고 병원 의사와 관련된 업무가 마비되는데 이제는 의대교수까지 그만두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긴 싸움이 될 예정이다. 내가 아는 의사는 이 모습을 보면서 ‘쯧쯧 요즘 MZ를 그렇게 모르나’라며 그들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행동이라고 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며 흘려들었다. 그냥 아무도 환자를 생각하지 못하는 점이 매우 이상하다고 느꼈고 혹시나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다쳐서 진료를 받지 못할까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SBS NEWS 갈무리>
시간이 지나니까 내가 일하는 많은 부분까지 영향이 있었다. 관련해서 글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성인이 된 자녀를 위해서 시위에 나온 부모를 보니 참 복잡한 마음이다.
지난 3일에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근처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정부와 의료계 둘 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뉴스를 보니 1만 2,000명의 관계자가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중에는 의사와 의대생은 그렇다고 해도 학부모들도 참여한 그러면서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했는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전공의와 학부모들은 아들과 딸을 공부 잘 시켜서 의대에 보내고 전문의를 만들기 위해 수련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자녀들이 의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학부모의 입장을 대신했다.
이미 많은 뉴스를 통해서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그들이 파업하는 이유는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의 정책이다. 쉽게 말해, 의사를 많이 뽑아 지방에도 의사가 많이 가고 필수 의료는 급여를 올리고 비급여와 미용은 강하게 관리해서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이다. 첫 단추가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려서 5,058명을 뽑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의료 시스템은 개선하지 않고 의사를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을 사용하여 갈등을 불러온 점이 황당하다.
전문가는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수요를 늘린다. 로스쿨로 변호사가 늘어나니 이혼, 명예훼손 고소 전문, 파산 전문 등 다양한 분야가 생기는 것처럼 의사도 의료보험+실손 보험의 무적의 조합으로 수입을 늘릴 수 있다. 건보 재정과 보험사의 손실만 더 심해진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직업과 상관없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의 최대치를 원한다.
의대를 보내서 걱정을 놓았던 부모가 시위에 함께 나왔는데 참,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부모로서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지금 죽어가는 환자가 있으니 빨리 병원으로 돌아가서 환자를 살려라”라고 훈육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훈육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다 큰 성인이 부모와 함께 시위하는 모습이 정말 내 기준으로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훈육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오히려 부모라면 자신이 시위에 나간 것이 대중에게 알려지면 비난의 화살이 더 쏟아진다는 점을 알았어야 한다. 자기들 힘으로 안되니 부모님을 모시고 온 모양으로도 보인다.
밥그릇이 줄면 가만히 있을 직업이 별로 없지만 사회를 위해서 반드시 존재하는 직업은 꼭 필요하다. 의사도 그중 하나다.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야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이외에도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다. 여기서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직업 자체가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본인들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버린 이런 방식은 안타깝다. 환자들의 불편도 불편인데 환자가 위독하거나 사망하면 여론은 더욱 안 좋아지고 정부와 의료계 모두 대중들의 분노를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안정적인 수입과 직업 안정성이 있으면 본인의 노력에 따라 65세 이상 정년이 넘어서도 경제활동을 아주 잘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전 세계적으로 고소득 직업군에 속하는 의사를 만들려고 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존경을 받는 직업을 가지고 원하는 경력을 쌓기를 희망한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를 기준으로 높은 교육열을 가진 한국은 자녀가 최상위 대학에 입학하고 돈도 잘 버는 최고의 직업을 얻기를 바라기에 의대는 부모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의대에 가기 위해 최소 N 수를 하고 공부가 어려워 유급도 하고 약 7년에 졸업하여 면허를 가지고 인턴 1년, 전공의 5년, 군복무 4년을 지나 37세에 제대로 돈벌이를 하는 직업을 한다고 자녀에게 미리 말해줬을 때 “네, 할게요”라고 말하는 자녀는 드물지 않을까?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생각보다 힘들다. 의사는 실제로 정말 공부도 많이 하고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소송의 위험이 있다. 일부 판례들을 살펴보면 환자가 사망하면 도의적 책임으로 돈으로 배상하라고 한다. 직업 중에 할 일을 하다가 감옥 갈 위험도 있다. 사실 국회의원이 더 좋은 직업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한 번에 의대에 못 가는 상황도 충격이고 교육 시스템에 따라 경쟁도 해야 한다. 너무나 치열한 과정이다. 결국, “공부 잘하니까 의대 가야지”하고 부모가 자녀의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없고 진료비를 내는 환자도 각자가 사회에서 없어서 안 되는 일을 하며 산다. 부모들이 자녀를 설득시켜 병원으로 복귀시키지 않는 건 더욱 돈 때문에 의사를 시켰다는 것의 증명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결정에 대해 의사와 부모가 함께 시위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들 사이에 공통된 걱정이 있다는 점이다. 그 걱정은 보장된 미래를 걷어 차려는 정부이고, 정부는 바른 해결책을 제시해서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를 잘해서 이공계와 다양한 과에서 갈 수 있어 R&D가 꽃피는 그날이 오길 기원한다.
P.S. 세계적으로 어떤 식의 의료 문제도 제대로 해결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