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했을 때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이 설렜습니다. 그들이 설렜던 이유는 다시 수능을 보면 의대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좋은 회사에 취업한 사회 초년생, 재수생을 포함한 삼수생, 이름만 들면 알 수 있는 자연과학 대학교에 합격한 학생들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인 의사가 되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갈무리>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을 실천하는 메가스터디, 대성학원 등 대치동의 유명한 학원가는 의대 입시반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의대 입시반의 가격은 대략 월에 400만 원이 넘습니다. 학원비만 3,200만 원이 넘죠. 정부에서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비웃듯이 금방 인원이 찹니다. 이렇게 몇 자리 없는 ‘황금티켓’을 위해서 많은 돈이 사교육에 쓰입니다.
의대 2,000명의 단순히 계산하면 1년에 3,058명에서 늘어난 5,058명입니다. 솔깃한 것 같지만 결국 학원들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 합니다. 2,000명을 늘려도 전국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에서 2등만 들어갈 수 있고, 수능을 다시 보는 회사원, N수생까지 포함하면 여전히 좁은 바늘구멍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메가스터디, 대성학원 등 입시를 위한 사교육은 이러한 상황으로 당장 많은 돈을 벌게 된 겁니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몇 문제 차이로 삶이 달라졌다고 생각했을까요?
망설이지 않고 공부를 시작한 그들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2,000명을 증원한다고 했지만 내년 의대 모집정원 확정 기한을 5월 중순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있으며 2025년도 한정 32개 대학에 증가한 의대 정원의 50%에서 100% 범위 내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조정해서 선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이 심해지자 정부가 한 발 물러섰습니다. 의료계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고 또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이러한 상황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재수를 마음먹었지만 막상 많은 수의 의대생이 증원되지 않으면 시간만 버리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회사원도 회사를 다녀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지역인재전형이라도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정시와 수시 전형을 진행해야 합니다. 수시 모집은 원서접수까지 5개월이 남지 않았습니다.
의대 쏠림 현상이 커지면 의대를 포함한 치대, 약대, 한의대, 수의대 등 이공계에서 선호하는 학교들에 합격할 수 있는 커트라인에 영향을 미칩니다. 의대로 많이 쏠리면 나머지 학교와 학과들이 빈집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입학하기 쉬워집니다. 한국에서는 수학능력시험이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교가 갖는 가치가 너무 큽니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 높은 학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는 걸 넘어 의사가 되면 노후까지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잘못된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죽자고 공부하는 이유는 아마도 빨라진 퇴직연령 때문이겠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도 평균 퇴직을 50세에 합니다. 한참 돈 들어갈 일 많은 시기에 퇴직하고 벌어오는 돈이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남은 인생의 절반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다른 일을 억지로 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습니다.
의대 말고도 교대도 난리가 났습니다. 최근 교대도 12%의 정원을 감축해서 교대에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혼란스럽습니다. 사교육이 심한 한국에서 급격한 교육 정책의 변화는 그대로 학부모에게 전가됩니다. 그래서 입시 제도는 항상 예상이 가능해야 하고 사교육 비용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인턴은 돌아오지 않고 병원에서 진료하는 의대 교수들은 한계 상황입니다. 1주일에 1회 휴진한다던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애가타지만 결국 피해는 환자의 몫입니다. 전공의가 그만두는 것하고 교수가 그만두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전공의는 그냥 학생이고 의사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배우는 입장이며 환자들의 치료를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한국 의료계의 기형적인 구조가 그들의 헌신과 착취에 의해 종합병원들이 유지된 것이죠. 만약 교수들이 휴진을 한다면 당장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나쁜 상황을 마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술도 몇 달 전부터 밀린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지금은 휴식을 위해서 휴진하지만 정말 그만두지만 교수마저 병원을 떠나게 된다면 그렇게 자랑하던 한국 의료 시스템은 붕괴됩니다. 의사 부족 현상은 현실화되고 있고 의대 정원은 늘려야겠지만 조금 더 정교하게 진행되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은 불안하면 학원으로 달려갑니다. 자녀를 교육시키는데 등골이 빠집니다. 그런데도 나라에서는 출산율이 낮으니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기성세대는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더 받자며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겼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아무도 양보를 안 하는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 더 우울하지만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랍니다. 몇 문제만 더 맞았으면 의대 갔는 데가 아닌 의사가 아닌 다른 직업도 충분히 안정적일 수 있어야 합니다.
P.S. 올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큰 혼란을 겪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