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도 너무 빠른 유행]
디저트 좋아하세요?
건강을 위해서 즐겨하지 않지만 아메리카노를 좋아해서 어울리는 디저트는 좋아합니다. 유행의 복사 붙여 넣기가 참 빠릅니다. 탕후루의 인기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 중동 디저트가 유행입니다.
두바이 초콜릿은 판매와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겉보기에는 일반 초콜릿과 다르지 않은데 반으로 쪼개면 그 속에 초록빛, 갈색 등 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가 나옵니다. 꿀처럼 떨어질 것 같아 급하게 먹으면 바삭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납니다. 엄청 달아요. 카다이프는 우리에게 엄청 낯선 재료인데, 그 재료는 밀가루입니다. 두바이 ‘픽스 디저트 쇼콜라 티에’의 제품은 못 먹어봤지만 크게 맛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 믿지 않습니다.
밀가루를 얇게 면으로 뽑아 끓는 기름을 붓거나 볶아서 고소하게 만들고 그 위에 시럽, 꿀을 넣습니다. 초콜릿 하나에 가격이 3만 원이 넘어도 오픈하고 1분 만에 매진됩니다. SNS에서 유행이고 두바이의 부자 이미지까지 더해져 새로운 밈이 되고 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려고 한국에서도 수입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행은 빠르고 복제는 쉽습니다. 백화점 식품관 디저트 코너에서도 편의점에서도 두바이스타일의 초콜릿을 조만간 만날 수 있습니다. 초콜릿 자체도 달디달아서 많이 못 먹는데 안에 더 단 것을 추가해서 엄청 자극적입니다. 우리는 점점 중독되고 있어요. 인플루언서라는 사람들의 콘텐츠에 빠져 너도나도 따라 하면 그것이 유행이 되어 주위에 퍼 나릅니다. 우리는 왜 저항 없이 받아들일까요? 심지어 새로운 것이 등장할 때마다 ‘인생 00’이라는 말을 붙입니다. 그것도 너무 자주요.
이런 유행의 변화도 우리의 소통 방식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입고 먹고 생활하는 방식 그리고 삶이 빨라졌어요. 항상 새로운 걸 찾고, 즐겁고, 사라지는 소비와 문화입니다. 탕후루, 마라탕, 밤양갱 등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찾기도 전에 다른 사람의 취향을 따릅니다. 그것이 취향인지 자본주의 마케팅인지 모르겠어요. 모든 것이 다 핫합니다. 유행에 따르지 못하면 옛날 사람이 된 느낌입니다. ‘나는 국밥이 좋아요’,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예요’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느낌입니다. 두바이 초콜릿을 먹고 너무 달다. 난 별로 맛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면 유행도 모르고 맛도 모르는 ‘맛알못’이 됩니다. 그래서 가끔 대세를 따르는 것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지내는 방법입니다.
좀 피곤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유행하는 것 중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억할 수 있는 그런 것 말입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작품에서는 마들렌이 나옵니다. 그리고 마들렌은 어린 시절 기억을 찾게 해주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작고 단순한 조개 모양의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갑자기 강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합니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서 시간과 기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며, 디저트가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줍니다. ‘프루스트 효과’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것처럼 우리의 감각적인 경험 중 맛이나 향이 무의식에 숨어있는 과거의 기억을 강렬하게 떠올리게 합니다.
취향도 똑같아요. 그것을 좋아하는 시점부터 기억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낸다면 행복, 슬픔, 향수, 위로 등 다양한 감정이 포함됩니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내는 과정은 자기 이해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특정한 음식, 음악, 장소, 혹은 활동을 좋아하는 이유를 탐구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과거 경험과 감정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저는 계피사탕이 좋아요. 계피사탕을 먹으면 집중이 잘 됩니다.
처음 입안에 넣었을 때, 매콤하고 달콤한 향이 동시에 퍼집니다. 계피의 강렬한 향신료 특유의 향이 혀를 감싸면서 은은하게 단맛이 뒤따라옵니다. 매운 느낌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약간의 따뜻함이 입안에 남습니다. 그 후로 단맛이 점점 더 도드라집니다. 전체적으로 매콤 달콤한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계피 사탕을 먹으면서 포근함과 활기를 동시에 느끼는 것이죠. 유행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걸 알아차리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어떨까요?
P.S 아무리 돌고 돌아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