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쁨을 찾아서
[어른이 될수록 기쁨이 줄어든다]
뼈 때리는 ‘기쁨이’ 뼈 맞은 ‘어른들’
어른이 될수록 억지로라도 텐션을 올려야 한다.
우리의 다양한 감정은 어디서 온 걸까요?
감정은 가장 중요한 뇌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 전달 물질 그리고 호르몬. 신체 반응, 경험과 기억, 사회와 환경, 개인적 요소 등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과 정신적 요소들이 결합되어 발생합니다. 이런 사람의 감정에 대해 다양한 캐릭터로 표현한 인사이드 아웃은 2015년 이후 9년 만에 2편이 나왔습니다. 1편에서는 12세 이전의 아이와 초등학생의 비교적 단순한 감정을 보여줬는데 2편에서는 사춘기 소녀의 다양한 감정의 폭풍을 겪게 됩니다. 1편도 너무 감동적으로 봤지만 2편은 훨씬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춘기의 감정을 이렇게 잘 표현할 줄 몰랐어요. 무엇보다 13세부터 신념이 생겨 굉장히 중요한 자아가 된다는 점은 어른이 된 저도 감정을 재건축하는 기둥이 된 것 같았죠. 신념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12살 이전까지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뇌의 감정 컨트롤 본부를 조종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이에게 낯선 감정인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뇌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등장합니다. 불안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계산하고 항상 긴장 상태를 만들어 눈앞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게 합니다. 새로운 감정에게 쫓겨난 기존의 감정은 다시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떠납니다. 하키를 사랑하는 13살의 라일리는 사춘기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요?
저는 인사이드 아웃 2와 함께 어른이 되고 잊었던 새로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최근 연속적으로 발생한 불행한 일에 대해 ‘버럭’과 ‘불안’만 작동하고 있었던 저에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기쁨’을 느끼게 해 줬습니다. 아내와 영화관에서 영화 보고 데이트하는 걸 좋아했는데 두 아이가 태어나고 영화관에 같이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2 개봉은 6월 12일에 했지만 6월 초 불행한 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2의 올라가는 평점과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슬며시 영화를 링크했죠. 아내는 우선 인사이드 아웃 1편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자고 했습니다. 두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새로운 시작의 절반을 보냈습니다. 사회화가 시작되는 나이입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생활은 우당탕탕이죠.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를 겁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큰 아이는 인사이드 아웃이 뭐냐고 재미없다면서 자기가 보고 싶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보고 싶다고 징징댔습니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한 20번은 본 것 같은데 지겹지도 않나 봐요. 유치원이 된 작은 아이는 말도 제대로 못 합니다. 애써 보여주려고 노력한 저와 아내는 기분이 상해서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보겠다고 끝까지 징징댔습니다. 한 십 분쯤 틀어눴는데 너무 재미있게 보는 겁니다. 다시 봐도 빙봉에 대한 감동에 눈물이 났어요. 더빙이었는데 감정에 대해 이해하지도 못하는 녀석들이 깔깔거리며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때 용기가 났습니다. 이 정도 몰입감이면 4인 가족이 첫 영화관에 가도 괜찮지 않을까? 가족들에게 아빠가 돌아온 즐거운 주말을 선물하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습니다.
주변에 적당한 영화관을 찾아 바로 예매했습니다. 영화관에 올라가는 길에 풍기는 달콤한 캐러멜 팝콘 향기는 우리 가족을 기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관에 도착해서 캐러멜 팝콘과 일반 팝콘을 반반 큰 사이즈로 구매하고 음료도 샀습니다. 두 아이는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맛있다고 팝콘을 먹었어요. 작은 사이즈의 영화관 그리고 리클라이너라서 좌석이 누워지듯 펴져서 너무 편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팝콘을 다 먹고 나니 영화가 시작했습니다. 바다에 떠있는 배 하나가 감정의 폭풍을 지나가듯, 주인공 라일리에게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새로운 감정이 쏟아집니다. 12세 이전의 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하며 생활환경의 변화로 본능적인 감정에 충실하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작동했던 감정들이 13세가 되니 사회화가 되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고, 앞으로의 인간관계를 따집니다. 사회화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입니다.
인사이드 아웃 2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불안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는 끊임없이 평균을 통해 비교를 강조합니다. 불안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손에 잡히지 않고 환상으로 존재하는 ‘연봉 1억, 서울 아파트 자가’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불안이 상상하는 미래는 시간이 흐르고 직접 도착해야 알 수 있고 항상 우리의 상상의 시나리오를 벗어난 일이 발생합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된다면 참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굉장히 드뭅니다. 수학능력시험을 위해 사춘기를 모두 경쟁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 한국의 어른들은 불안과 부럽기에 공감할 겁니다. 사회적 압박이 존재하여 기쁨이 줄어든 상황에서 불안의 채찍질을 하니까요. 물론 저도 항상 불안의 채찍질을 이 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앞으로의 삶에서 더욱 많은 감정을 저와 가족들에게 느끼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자책하거나 과몰입할 필요 없습니다. 열심히 사는 당신은 충분히 좋은 사람입니다. 우리 감정 제어판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던 어떤 사람이 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항상 기쁨만 가득하고 실패한 기억을 항상 버리고 좋은 사람이라는 신념이 크게 성장한다면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불안이 가득하다면 우울증과 공황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한 모든 추억과 좋았던 기억과 부끄러운 기억들이 모두 모여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른이 될수록 기쁨이 줄어들 수 있지만 기쁨에 대한 추억은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세요. 그렇다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합니다.
P.S. 기쁨이는 항상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