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를 가장한 사법불신, 사적제재의 카타르시스!
[다 좋은데 빌런은 마동석과 급을 맞췄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감정은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내 눈앞에 해결책을 내놓는 걸 선호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더욱 빨리빨리 결과가 나오는 걸 좋아합니다. 법으로 해결하는 건 너무 오래 걸리고 시간을 많이 씁니다. 결과가 나와도 종이 쪼가리에 적힌 재판 결과는 시원하지가 않아요. 결과에 따라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다고 느끼기도 하죠.
그래서 우리는 또 법을 가장한 주먹으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힘으로 철창을 뜯어내고 아주 형사들이 UFC 챔피언들만큼 잘 싸우네요. 한국 형사들도 좀 살인, 강도, 성범죄 등의 강력범죄나 사기에 마동석처럼 반쯤 죽여놓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다르죠. 범죄는 점점 더 진화하는데 경찰의 대응은 한계가 있어요. 이 영화는 잘 짜인 패스트푸드예요. 영화가 꼭 스토리와 반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재미있고 스트레스만 풀어주면 된다는 걸 시리즈 내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범죄도시 4가 또 1,0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1편부터 4편까지 범죄도시 시리즈를 모두 본 관객은 4,000만이 넘습니다. 흥행 역사를 새로 쓴다고 하지만 한국 영화의 몰락인 것 같아 조금 씁쓸합니다. 전국 극장의 스크린 점유율이 85%가 넘어 다른 좋은 영화들을 도무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리즈를 모두 봤어요. 재미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재미있는 편에 속한 영화죠. 요즘같이 스트레스가 과도한 사회에서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형사 마동석의 모습에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느낍니다.
4편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소탕하는 과정입니다. 필리핀에서 납치, 감금, 폭행, 살인으로 온라인 불법 도박을 운영하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악당 김무열과 그의 뒤에 있는 상사 이동휘를 쫓아다니며 범죄를 소탕하고 전작에서 함께했던 장이수와 케미가 상당히 좋습니다. 전작과 똑같이 주인공의 힘으로 해결하고 약간의 유머코드로 해결하는 모습이 일부 관객에게는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마동석이 너무 강해서 악당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죠.
마동석의 주먹에 맞아 악당이 날아가 벽에 부딪혀 벽이 부서지고 저렇게 맞으면 한방에 죽을 것 같은데 관객의 시원함을 위해 버텨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백을 하지 않는 범죄자는 진실의 방으로 보내서 어떻게든 자백을 받아 냅니다. 속이 다 시원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정도면 마동석은 폭력 중독이 아닌가 싶어요. 나쁜 놈을 때려잡는 경찰이니까 착한 사람이죠. 마동석의 덩치에 빌런의 총과 칼은 그냥 세 살 아이가 장난감 칼과 총을 들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폭력을 동반한 착함은 과연 괜찮을까요!?
근데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옳다고 생각하는 착한 사람이 더 귀찮고 싫을 때가 있습니다. 착한 것인지 착한 척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본인만의 신념에 사로잡혀 적당한 것이 하나도 없어요. 예를 들면 회사에 과잉 충성하여 부하를 괴롭히는 상사나 회사를 위한다고 같이 일하는 동료를 배려하지 않아 일을 더 하게 만드는 동료를 떠올리면 됩니다. 본인이 하는 행동이 나쁜 짓인지 모르죠. 멍청한데 부지런한 것이 어떨 때는 꼴 보기 싫을 때가 있어요.
액션 영화를 좋아해서 자극적인 장면을 좋아하지만 범죄도시가 시리즈가 계속되면 사람들이 폭력에 많이 중독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폭력에 대한 역치가 높아집니다. 다크나이트처럼 사적제재를 하는 누군가를 신봉하게 되죠. 옳고 그름이 아닌 본인이 속 시원함을 먼저 생각하는 나쁜 문화가 퍼져나가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에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는 걸 보면 화가 납니다. 가끔 마동석처럼 무서워서 스쳐도 사망하는 주먹을 갖고 싶습니다. 그러면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도, 주차빌런도 모두 처리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사람들은 마동석의 강함에 더 열광해서 마동석은 더 강해집니다. 마동석이 강해질수록 빌런은 약해집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빌런이 약해 보일수록 자잘하게 악당을 많이 출현시켜야 해서 관객 입장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이런 흐름을 이어가려고 코인 스캠, 마약 등의 잡다한 범죄를 넣고 중간중간 마동석은 최종 빌런만 때려잡지 않고 일상에서 보이는 양아치도 참 교육을 합니다. 경찰이지만 법을 어겨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범죄자를 처벌하는데 법치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처럼 주먹을 휘두릅니다. 대중의 사법불신과 사적제제에 대한 감정을 주먹으로 해결합니다. 폭력에 대한 갈증이 이렇게 해소됩니다. 관객이 보고 싶은 걸 시원하게 보여줍니다.
대중문화가 발달하면서 스토리나 짜임새가 약해지는 대신 허위와 과장이 많아졌습니다. 과정이 없어 그냥 완성형입니다. 등장부터 난 지금 너를 반쯤 팰 거 야하면 정말 그렇게 됩니다. 사람에게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분들은 영화를 보면서 악당의 얼굴을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으로 상상하면서 보는 걸 추천합니다. 악당이 쓰러지면 기분이 조금 좋아질지도 모르잖아요.
P.S. 현실이 영화보다 답답하니 영화에 열광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