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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Apr 27. 2024

왜 사람들은 민희진 기자회견에 열광할까?

하이브(HYBE)는 뉴진스를 키워낸 민희진 대표를 소속 레이블인 ADOR의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내부 감사에 들어갔고 처음 언론에 공개되었다. 민희진을 몰랐던 사람은 언론의 보도에 따라 그녀가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 넘는 그녀의 거친 기자회견으로 방시혁과의 갈등에 대해 내부폭로 하면서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에서 데뷔한 걸그룹 ‘아일릿’이 어도어의 ‘뉴진스’와 컨셉이 똑같아 카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더니 갑자기 자신을 짜르려 한다며 경영권 탈취 시도를 부인하며 팬을 만들었고 여론을 뒤집었다. 하이브는 민희진의 기자 회견에 대해서 모두 서면으로 반박했다. 진흙탕 싸움에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1조 2천억 원이 증발했고 K-pop의 이미지와 하이브의 가치는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 


[채널 A 뉴스 갈무리]

하이브와 민희진이 서로 주장하는 내용이 다르고 수사도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론은 민희진을 응원하고 있다. 민희진은 2시간 20분의 기자회견에서 X저씨들, 시바루세키 등의 거친 욕설을 사용하면서 감정적으로 분노했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 전체적으로 SM을 그만두고 당시 방시혁 빅히트 대표가 입사를 제안하고 뉴진스 멤버 영입 과정 데뷔 준비와 갈등 과정의 이야기를 감정적으로 호소했고 경영권 찬탈 시도 증거는 그저 직장인 한명이 힘들어서 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일과 자신의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고,여론이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민희진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고민했다.


첫째, 대기업과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


하이브는 65개의 회사와 11개의 레이블을 가지고 있다. 중견 기업인 하이브는 내년에 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규모만 약 5조가 넘는다. 플랫폼 기업을 추구하면서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생각한 기업이 있다. 바로 카카오다. 플랫폼 산업이 성장하면서 어쩔 수 없는 구조이지만 카카오의 독점과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면서 골목 상권 등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현상을 미리 경험했고 카카오 택시처럼 대안이 없어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사실 카카오택시는 국내에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택시를 이용하는 사용자와 택시 기사 모두 장점을 줬지만 일부 사용자들은 독과점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하이브도 결국 대기업이고 음악 레이블 중 하나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는 소속 회사 중 하나다. 이 구조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착취를 당하는 구조가 생각난다. 국내 경제에 대기업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집중되어 있으며 사회적 불평등이 크다. 한국 기업의 대다수는 중소기업이며 근로자의 80%는 중소기업에 일한다. 뉴진스를 홍보하지 않았다던 민희진의 말에 언론과 대중은 방시혁의 SNS도 찾아보면서 방시혁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어도어의 대표도 바꾸고 뉴진스의 운명도 쉽게 결정할 수 있다는 걸 잘 안다. 자본력을 가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대기업의 횡포가 생각난다. 


여기에 강자와 약자의 구도가 추가된다. 그녀가 입었던 옷과 모자를 포함하여 기자회견을 통해서 정확하게 노동자 이미지를 만들었다. 나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개 같이 일했다, 일에 대한 성취 때문에 재미가 생기는 인간이다, 법인카드를 보면 야근 식대 밖에 없다 등 열심히 일만 했다는 표현에 사람들은 각자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1차 공감했다. 그녀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싫은 소리를 아무도 안 한다며, 방시혁 의장 주위에 그런 사람이 많다고 주장해서 듣기 좋은 달콤한 말만 좋아하는 회사의 경영진과 아부하는 리더나 동료를 떠오르게 해서 자신 주변에 싫은 사람들에 대해 2차 공감했다.


마지막 3차 공감은 너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마시냐, 골프를 치냐 등의 발언에 기존 아저씨와 기성세대가 누리는 문화와 비즈니스 방식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현실과 타협하느라 부조리에 싸우지 못하는 모습을 내부폭로하는 민희진을 보면서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느낀다. 각자의 자리에서 대기업과 기성세대에 대해 경험한 부조리가 쌓여 대중의 공감을 불렀다.


둘째, K-POP의 지겨운 자기복제


최근 2022년 데뷔한 르세라핌이 코첼라 입성했지만 가창력 논란으로 진통을 겪었다. 유튜브에 쉽게 영상을 접할 수 있는에 음정도 불안하고 음은 이탈하고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에서 망신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방탄소년단의 전 세계적인 흥행을 시작으로 K-POP이 떴지만 조금 식상하다. 그리고, 뭘 해도 방탄소년단처럼 다시 대박을 내기 힘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새로운 모험을 꺼리고 안전한 선택을 한다. 걸그룹을 하나 키우는데 약 32억이 든다고 하니 회사 입장에서 최대한 보험을 들고 싶은 것이다. 


귀를 자극하는 강렬한 비트, 한국어가 아닌 영어 가사, 보이즈 또는 걸즈의 모두가 한 몸인 것처럼 추는 칼군무 등 매번 반복되는 패턴이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K-POP 산업에서 신규 그룹이나 아티스트가 시장에 진입할 때, 이미 검증된 음악 스타일, 콘셉트, 마케팅 전략을 따라가는 것이 물론 안전하다. 팬들과 대중도 특정 스타일이나 콘셉트에 익숙해져서 지속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컴백하는 아이돌의 음악이 비슷한 이유도 그렇다. ‘청량감’을 내세워 성공한 걸그룹이 있다면 다른 기획사들도 비슷하게 그룹을 데뷔시키는 것이다. 히트곡을 제작한 몇몇 유명한 프로듀서와 작곡가들이 많은 제작사와 아티스트와 협력하면 당연히 음악적 스타일과 사운드가 유사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창성과 다양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신선함을 느꼈던 음악이 반복되면 대중은 지루함을 느낀다. 뉴진스의 독특한 콘셉트의 성공에 대중은 비슷한 콘셉트의 걸그룹이 쏟아져 나올 것을 안다. 대중문화는 어쩔 수 없이 유행을 따라간다고 하지만 같은 회사에서 복제품으로 오해될 수 있는 그룹이 나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거대한 시장을 독점하여 승리자가 된 하이브의 결과물이 단순히 따라하기라니 이것은 대중의 기대에도 맞지 않는다. 팬들의 지나친 소비에 의존하여 성장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새로움이 필요하다. 어쩌면 대중들은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 1세대부터 이어진 아이돌의 반복에 식상함을 느껴 ‘뉴진스’라는 걸그룹에 본인만의 예술적인 재능을 표출한 민희진에게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P.S. 대기업의 등장은 결국 음악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지금의 과정은 K-POP의 성장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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