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관전포인트 하나. 1950년대 매카시즘>
미국의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온 용어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마녀사냥’이다. 미국 내에서 공산주의자와 그와 관련된 활동을 한 사람들을 추적하고 몰아가는 활동이다.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와 불신으로 할리우드 감독부터 작가를 조사해서 감옥에 보내거나 블랙리스트에 올려 업계에서 일할 수 없도록 했다. 철저한 검증이 아닌 음모라고 해도 충분히 통했다.
군대나 과학계에도 이러한 바람이 불었고 매카시는 미국 사회에 불안감을 제공했지만 신뢰 있는 방법으로 조사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 의혹으로 직장을 잃고 사회적으로 격리되었다.
1950년대 후반에는 매카시즘은 약해졌다. 매카시의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피로감에 쌓였고, 군대에서 매카시즘 마녀사냥으로 억울하게 증거와 증인도 없이 퇴역한 장교가 언론에 고발해 보도되었다. 신뢰에 금이갔고 매카시는 더욱 군대를 향해 공산주의 색출을 즐겨했지만 잘못된 저격으로 아이젠하워에게 몰락당했다. 결국, 매카시즘의 광기가 미국사회를 망쳤다.
이러한 배경에 오펜하이머는 공산당에 가입한 아내, 친구들이 있고 스페인 공화국군 모금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와 연인이 공산당이었다는 이유로 보안 등급이 갱신하지 않았다. 공산주의자로 마녀사냥 당하면 목숨이 위험하거나 일자리를 잃어야 하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잔잔한 영화에 첩보와 같은 비밀스러운 작전의 느낌을 준다.
<관전포인트 둘. 천재와의 대립 오펜하이머 vs 루이스 스트로스, 에드워드 텔러>
[에드워드 텔러와 루이스 스트로스(wikimedia)]
에드워드 텔러는 수소 폭탄의 아버지다. 루이스 스트로스는 원자력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오펜하이머 보안 인가 재검토 과정에서 보안 인가를 취소했다. 두 사람은 오펜하이머의 보안 등급을 갱신하지 않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에드워드 텔러는 오펜하이머의 명성과 경력을 철저하게 박살 냈다. 둘 사이는 수소폭탄 연구로 갈등이 있어 개인적인 감정이 좋지 못했다. 텔러는 오펜하이머가 수소폭탄의 개발을 방해했고 그의 방해만 아니었으면 더 위협적인 폭탄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 여러 차례 증언했다. 덕분에 오펜하이머는 공산주의자 누명은 벗었지만 원자력계에서 추방당했다.
텔러는 결국 끝까지 수소폭탄을 개발해야 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본인의 재능을 아깝게 살리지 못했다. 원자폭탄을 만들고 죄책감에 시달렸던 오펜하이머와 다르게 그는 핵을 확산하지 말자는 주장 없이 많은 핵무기를 만들어 인류를 위험에 빠지게 한 인물이다. 오펜하이머가 수소폭탄 개발을 지지하지 않았기에 둘은 같은 길을 갈 수 없었다.
루이스 스트로스는 군인이자 정치인으로 오펜하이머를 미국의 핵 프로그램에 위협요소라고 생각했다. 그의 사상은 핵 에너지의 사용을 지지하면서, 미국이 핵무기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당연히 반대하는 오펜하이머는 눈엣가시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오펜하이머를 괴롭히는데 베토벤을 시기하는 살리에리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이스 스트로스도 핵 정책과 관련한 중대한 결정에 개입하여 미국의 핵 에너지와 핵무기 프로그램을 크게 발전시켰다.
오펜하이머는 수천 명의 과학자를 지휘했지만 모두와 원활하게 교류하지 못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과 그의 관계에 대해서도 볼만한 좋은 요소다.
<관전포인트 셋. 세상은 천재에 의해 바뀌지만 그것을 휘두르는 것은 결국 정치다.>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여를 승인한 대통령은 해리 S. 트루먼이다. The buck stops here!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대통령 재임 중에 책상 위에 놓인 명패에 글이다. 지금의 대통령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트루먼 전 대통령의 좌우명을 말해서 다시 돌아보게 한 그 인물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여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일본은 항복했다. 원자폭탄을 만들고 트리니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업적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면서 결과에 대한 후회와 핵무기로 인해 세계가 멸망할 것 같은 걱정을 느꼈다.
실제 원자폭탄 투하 후 많은 사망자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미국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갈등을 겪었다. 핵무기 경쟁과 냉전이 지속되면 전 세계가 핵무기를 추가 개발하고 확산하여 멸망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핵무기의 추가 개발과 확산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가 보안 인가를 잃어버렸다.
태평양 전선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일본과 전투를 하고 있고 이미 유럽과 태평양에서 많은 병력과 자원을 소모했던 미국은 일본 본토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미군 병사들의 목숨을 잃게 되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 일본이 항복을 하지 않고 자국민을 모두 사지로 몰아넣으면서 결사항쟁을 할 때 미국과 영국도 너무 큰 피해를 볼 것이 예상되어서 사용을 승인했다고 한다.
천재는 역할에 대해 쓰임을 다했지만 정치는 그것의 파괴력을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적인 상황에 활용하기 위해 주저 없이 사용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소련이 먼저 개발했으면 세계지도가 달라졌을 것이다.
P.S. 천재는 세상을 바꿀만한 놀라운 걸 만들어내지만 그것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지는 못한다. 세상은 만들기 이전으로 절대 돌아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