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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Jul 21. 2024

우리는 왜 비를 싫어할까?

[‘여행은 날씨가 팔 할’ 지금 휴가인 사람은 참 속상하겠네요.]


날씨의 요정이 오다가 삐졌나?


기후 변화로 장마가 길어지고 비가 더 많이 오고 불규칙하게 옵니다. 지난달 시작된 장마는 한 달째 계속됩니다. 비가 지겹게도 옵니다. 비 오는 날은 더 많아졌고, 비도 더 많이 옵니다. 이제 곧 대부분의 사람들이 맞이하는 휴가철인데 여름 장마는 끝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아야 휴가를 잘 보낼 텐데. 여행 가신 분들은 비가 미워지겠네요. 


최근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정말 비가 오면 할 것이 없습니다. 물가도 올라서 비싼 돈을 내고 멀리 여행 갔는데 비가 온다면  모든 것이 아까워집니다. 돈도 시간도 그리고 나의 노력도 모두 허공에 날려버린 기분이 듭니다. 얼마 전 기사에서 한국 직장인들의 여름휴가가 평균 3.7일이라고 하던데 날씨가 이러면 울고 싶습니다.


원래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출근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비가 더 싫어졌습니다. 출퇴근 시간도 늘어나고 차도 막히고 우산을 챙기느라 짐도 많아집니다. 비를 막아준 고마운 우산을 고이 접어 버스에 타면 이제부터는 짐입니다. 무거운 백팩에 업무용 노트북에 우산 그리고 큰 덩치의 몸을 비좁은 좌석에 욱여넣으면 둘이 앉기도 부족합니다. 비가 오면 사람들의 표정이 더 우울해집니다. 


우리는 비가 오면 왜 더 우울해질까요? 


화창한 날의 햇빛은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을 생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좋게 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햇빛이 부족하면 세로토닌 수치가 감소해서 우울한 기분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씨는 자연스럽게 어두운 환경을 만듭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는 비와 관련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학습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를 부정적인 상황과 연관 짓습니다. 비가 오면 야외 활동이 제한되고 교통이 불편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깁니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아져 불쾌지수도 상승하죠. 


비에 대한 기억은 문화적, 심리적 그리고 사람들이 비가 오는 상황에서 경험했던 복합적인 기억을 적용합니다. 많은 문학 작품과 예술에서는 비를 슬픔, 고독, 절망과 같은 감정과 엮어서 묘사합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비 오는 장면은 주로 비극적이거나 주인공이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에 자주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시각적 이미지가 쌓이면 비를 부정적인 상황과 연결할 수밖에 없죠. 짧은 시간에 보는 사람을 몰입하려면 이만한 것이 없죠. 그래서, 비 오는 날 주인공은 이별하고 미스터리나 스릴러에서 비 오는 날 꼭 사건이 발생합니다. 


따지고 보면 비가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비가 많이 오는 날 폭우를 뚫고 출근 전쟁을 해야 하는 우리네 직장인의 슬픔이 비를 미워하는 것이겠죠. 비가 오는 휴일은 재충전을 하기 좋을지도 모릅니다. 


창밖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며, 밖이 아닌 실내에 있는 걸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더 소중하게 느끼게 합니다. 창문 너머 보이는 흐릿하게 보이는 회색빛 도시 풍경은 마치 수채화처럼 부드럽게 퍼져 나가고, 그 속에서 여유와 편안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 즐기는 활동은 줄어들지만, 대신 실내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영화를 볼 수 있으며 차 한 잔을 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매우 바쁘잖아요. 이럴 때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입니다. 햇빛이 뜨지 않는 비 오는 날 카페 창가에서 최대한 빛을 받으면 기분이 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긍정적인 마음이 아닐까요?


P.S.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좋고, 날이 좋으면 날이 좋은 대로 좋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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