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오면 큰아이가 재잘재잘 엄청나게 말을 건다. 야근이 잦아 작은 아이는 자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둘 다 깨어 있으면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 대화가 실종된 사회에서 이렇게 말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말이 많은 것이 좋지 않다고 철학자들이나 자기 계발 유튜버들이 말하고 있지만 나는 거기에 동감하지 않는다.
사회가 너무 말이 없어지는 와중에 말을 잘하면서 주위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은 귀중한 보물이다. 물론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기는 한데 꽁해서 아무 말도 없이 뒤에서 욕이나 하는 그런 음흉한 사람들보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이 훨씬 솔직한 사람이다.
디지털 소통의 확신으로 문자 메시지, 소셜미디어와 같은 편리한 소통 수단이 등장하면서, 특히나 젊은 세대는 만나서 대화나 전화를 하는 것보다 이러한 방법을 더 선호한다. 이러한 변화는 당연히 사람들 간의 지속적인 연결을 가능하게 하지만, 대화의 깊이와 감정적 연결이 어려운 점이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속일 수 있다. 음성, 표정, 신체 언어와 같은 비언어적 단서가 사라지면 전통적인 대화에서 중요한 공감과 이해가 사라지게 된다. 모두가 침묵하고 밥을 먹으면서 스마트폰,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어지면 사람은 점점 주위에 무관심해지고 그 조직은 생기를 잃는다.
사회가 점점 겉돌고 있으며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것이 못마땅하다. 물가가 오르고, 월급이 작고, 연예인들이 사귀고, 누가 음주운전을 하고 등의 사회적 이야기는 다양한 주제로 넘나들지만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주변 이야기만 하느라 정작 중요한 자신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것이다.
뭐, 나도 회사에서는 딱히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말을 걸지 않는다.
주말을 잘 보내고 와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도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부터 매일 한숨을 쉬고, 채팅창을 3개나 띄우고 하나는 남자친구, 하나는 유관부서 사람, 하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과 하루 종일 수다를 떠느라 일을 하지 않고, 온갖 힘든 척을 혼자 다하는 사람과도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 하루 종일 다 해도 못하다는 일을 집까지 끌고 와서 하고 있는데 쉴 새 없이 회사 메신저로 말을 거는 동료를 보면 '얼마나 일이 없길래..' 하는 생각이 들고 사회적 대화조차 하기 싫다.
사회적 대화는 굉장히 중요한 대화다. 대화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을 나누며, 신뢰를 쌓을 수 있다. 회사에서 꼭 회사 사람이랑 친해져서 뭐 해 하면서 선 긋는 사람이 있는데 우연히 회사가 아닌 곳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회사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리저리 재고 따지느라 친한 사람이 별로 없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데 무슨 자기 친구나 가족한테는 잘할 수 있을까? 어려움을 겪을 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어 등 고립감을 줄이고 정서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주위를 건강하게 만든다.
수많은 갈등의 상황에서도 대화는 갈등을 해결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도구로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모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대화는 발전하고 발전해 세대 간 지식과 가치가 전수되며, 사회의 일원으로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게 한다. 세대차이도 결국 일방적으로 잔소리를 대화라고 인식하는 기성세대와 무조건 꼰대라고 듣기 싫어하는 MZ세대의 합작이다. 내 세상이 아닌 다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묻고, 자신이 듣고 있다는 걸 상대에게 알려주고, 내 의견도 말하는 건강하고 의미 있는 대화가 많아지는 사회를 꿈꾼다.
P.S. 응, 그래도 월급루팡하고는 말 안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