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범죄]
‘지인의 라인, 텔레그램 아이디, 사진을 주면 야한 사진을 만들어 줍니다.‘N번방’ 사건 이후 별로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얼마 전 텔레그램에 지역별, 학교별 ‘겹지방’(겹치는 지인 방)이 만들어져 딥페이크로 성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 방의 참여자는 2천 명이 넘었는데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입니다. 그 2천 명이 SNS에 올라온 여성의 사진을 마음대로 가져가서 돈을 주고받고 합성하고 음란물을 만들어 공유하면서 능욕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겁니다.
기술이 점점 발전해서 진짜와 같은 가짜를 만들어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도 부족하고 형량도 매우 가볍습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제는 일반인까지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기술이 발전할수록 피해자는 쉽게 만들어지는데 수사와 처벌은 약합니다. 법적인 공백이 큽니다. 더 넓은 법적 해석 범위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경찰도 수사를 위해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딥페이크를 제작, 유포할 경우 가중처벌까지 더한다 해도 최대 징역 2년 6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이죠. 이것을 가지고 있거나 보는 건 처벌할 수도 없습니다. 주로 이러한 딥페이크 음란물은 피해자가 알게 되어도 충격인데 이것을 이용해 2차 범죄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도 함께 유출되기 때문에 나쁜 마음만 먹으면 접근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피해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기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직접 합성된 음란물을 확인하기도 어렵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증하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유독 딥페이크 영상의 유포가 빠른 이유는 인터넷 발달이 잘되어 있기도 하지만 텔레그램의 익명성에 의해 잡힐 수가 없다는 믿음이 있을 겁니다. 법이 우스운 것이죠.
수사기관도 해외에 서버가 있는 플랫폼은 수사할 수 없다고 하기에 범죄자들이 신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텔레그램 방에는 피해자의 사진을 이용한 합성물, 다니고 있는 학교, 실명, 출생연도 등의 개인정보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유출되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에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빠르게 삭제할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합니다.
수사는 법적 조항과 처벌 규정이 있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크게 될수록 더 잘될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규제가 부족한 지금의 현실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의 조항에는 반포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등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법이 있습니다.
처벌이 강한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대부분은 양형의 기준으로 선처가 됩니다. 실제 유포되지 않았고, 편집을 직접 했지만 결과물의 피해 정도가 경미하다, 제작 사례가 적다, 영리의 목적이지만 범죄로 인한 수익이 크지 않다, 또한 반성하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면 기소유예도 가능합니다. 성범죄에 대해 변호하는 전문 변호사도 꽤 많죠.
딥페이크를 활용하여 음란물을 만드는 비용이 싸고,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잡히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아는 사람’의 사진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 더 충격입니다. 여행 가서 찍은 사진, 수영장에서 찍은 사진, 일상적인 사진 등 아무거나 얼굴만 있으면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이걸 방치하면 청소년들의 놀이로 바뀔 수도 있어요. 범죄인지 알지만 잡히지 않고 용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이죠. 실제로 잡고 보니 가해자 대부분 10대 청소년이라는 기사도 볼 수 있어요. 청소년은 처벌이 더 약하고 온라인 환경에도 익숙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익명 뒤에 가려진 범죄 그리고 해외에서 활동할 경우 처벌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제작된 딥페이크 콘텐츠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데는 다른 나라와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조금 더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하루빨리 처벌이 강화되어 범죄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P.S. 많은 사람들이 아직 딥페이크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고, 피해자들이 자신이 피해자인지 모를 수가 있어 적극적으로 신고하기도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