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유발 종이빨대]
"기업이 고작 플라스틱 빨대에서 종이 빨대로 바뀌었다고 환경을 생각하는 것처럼 마케팅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종이 빨대 이상의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해야지 플라스틱과 비닐은 누구보다 많이 배출하면서 고객에게 종이 빨대의 불편함을 떠넘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나이 먹고 카프리썬 종이빨대로 뚫지 못한 달빛소년
둘째 아이가 얼마 전 유치원에서 생일파티를 한다고 했습니다. 8월에 생일인 친구들이 아예 없기도 하고 유치원에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할 수 있도록 음료와 과자를 사 오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가족들과 마트 가서 비닐로 된 질소 가득 포장 과자 두 박스와 음료수를 샀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카프리썬을 샀어요. 종이 빨대인지 모르고 말이죠.
카프리썬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면 그림과 같이 질긴 비닐 포장에 가운데 구멍에 빨대를 콕 꽂아먹는 방식입니다. 종이빨대로 바뀌기 전에는 주황생 플라스틱 빨대라 내구성이 좋아 콕 뚫어 마셨죠. 농심은 2022년 2월 환경 보호라는 목적으로 빨대를 플라스틱에서 종이 재질로 바꿨습니다. 합성수지 코팅을 안 해서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빨대라고 하는데 이걸 어떤 목적으로 누가 재활용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져 불태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종이빨대로 바꾸고 나서 포장이 위로 구멍을 뚫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조금 과격한 발언과 '빨대 꽂기'를 실패한 사진과 농심에 항의했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큰 아이가 자기가 하겠다고 종이빨대 포장을 찢어 꽂다가 종이빨대가 뭉개져서 다시 꽂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래서 다른 종이빨대로 뚫으려고 꽂았지만 또 종이빨대가 뭉개져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칼로 찢어 종이 빨대를 꽂아 마시게 하고 불쾌해서 쓰는 글입니다. 한 번에 비닐을 뚫고 빨대를 뚫을 힘을 갖춘 아이가 얼마나 될까요?
여론도 이와 같은 불편함이 묻어 나옵니다. 빨대 꼽다가 꺾이고 찌그러지고, 어쩌다 성공하면 큰일이라도 한 기분, 처음부터 안될 것 같아서 포기하고 음료 입구를 가위로 잘라서 컵에 따라줬다, 아이가 좋아하는 제품인데 음료를 바꿔야 할까 싶다 등 불편한 점이 많이 보였습니다. 빨대를 교체한다고 했지만 결국 똑같이 잘 뚫어지지 않아요. 기업은 고객의 니즈에 따라 돈을 법니다. 빨대 때문에 음료를 못 마시는 불편한 경험을 한다면 의식적으로 나를 불편하게 했던 음료는 마시지 않죠. 심지어 주요 고객이 어린이 음료라고 하는데 어른도 종이 빨대를 사용해서 빨대 구멍을 뚫을 수 없는데 옆에 도와주는 사람이 꼭 있어야 마실 수 있는 음료수에 손이 가지는 않습니다.
종이 빨대의 교체가 과연 환경에 도움이 될까요? 카프리썬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할인해서 왕창 사는 사람 중에 카프리썬을 먹기 위해 결국 플라스틱 빨대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빨대를 꽂아서 먹는 사람도 등장했습니다. 소비자가 결국 추가 비용을 내고 플라스틱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친환경 정책은 아니겠지요. 카프리썬이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원가 절감을 위한 무수한 노력이겠습니다.
그 노력은 인정하지만 그린워싱 같아요. 그린워싱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은 그대로 두고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품은 제공하지 않습니다'처럼 난센스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죠. 호텔에도 말도 안 되는 환경오염의 이유라면서 씻어야 하는데 일회용품을 주지 않죠. 호텔이나 리조트 내의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당당하게 팔고 있습니다. 절감한 비용만큼 숙박비를 할인해주지도 않아요.
실제로 플라스틱 빨대를 만드는데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보다 종이빨대를 만드는데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더 많다는 재미있는 기사도 있습니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수를 재활용 가능한 병이라고 홍보해서 무라벨까지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재활용의 거의 진행되지 않아요. 전기차도 환경을 위한다고 하지만 배터리를 채굴하고 광산을 만들어 환경에 더 나쁘고 노동착취하는데 문제점도 많습니다.
의류 브랜드도 마찬가지예요. 가장 잘 팔리는 옷과 신발은 친환경이 아니면서 일부 재활용 소재,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을 이용해서 모든 제품이 친환경인 것처럼 거대한 자연과 산과 강, 바다를 이용해서 홍보하는 경우가 그린워싱의 예입니다. 종이 빨대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에 있는 나무를 베어서 만들어야죠. 카프리썬이 정말 인기가 많아 더 많이 팔린다면 종이빨대 보다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 포장재로 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저는 그런 걸로 환경이 더 나빠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결론적으로 빨대가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환경오염에 더하거나 덜 영향을 주는 건 없지만 그걸로 생색내서 ‘착한 기업’으로 거듭나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마케팅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은 이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는 걸 방해할 수 있습니다. 묵묵히 환경 보호에 진심으로 노력하는 기업들은 억울하겠죠. 환경에도 고객의 경험에도 좋지 않은 판단을 한 것이죠. 기업은 항상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소비자로부터 테스트를 해야 실패를 거치지 않습니다. 음료는 정말 많은 대체제가 있기에 불편한 경험을 한 소비자가 제품을 다시 선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사진에도 이미 종이빨대가 있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종이빨대라 바뀌지는 않을 것 같네요.
P.S. 카프리썬을 두 박스나 사버렸습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