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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Oct 21. 2024

험담 안 할 수 있을까?

[소인배들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험담 안 할 수 있을까?]


위대한 사람은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보통 사람들은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소인배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한다. - 엘리너 루스벨트  


회사는 소수의 위대한 사람과 다수의 보통 사람들 그리고 소인배가 더 많습니다. 우린 모두 위대한 사람이 아닙니다. 회사를 옮긴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옮긴 회사는 생각보다 너무 별로였습니다. 회사와 집이 가까운 것과 연봉이 조금 오른 것 빼고 모두 다 별로입니다. 특히 일이 너무 많은데도 팀 분위기 좋지 않습니다. 리더와 팀원들은 제가 사회생활하고 만난 사람 중에서 최악에 가까울 정도로 무례하고 사람 자체가 별로였습니다. 다들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여자 성비가 90%가 넘는 여초 회사라 입 닫고 눈감고 귀 막고 살면 된다고 하지만 막상 지내보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서로 인사도 잘 안 하고 일이 많으면 징징대며 이간질을 하고 일을 다른 팀원에게 넘기고 밥 먹을 때는 입을 다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아 팀 분위기를 박살 냅니다. 사내 메신저로 일은 안 하고 다른 사람이야기를 하기 바쁘죠. 성실하지도 않아요. 대부분 별로인데 그중 최악의 하나는 뒷담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이 험담을 나누고, 그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소외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입니다.



[같이 욕해 놓고 자기가 한 말을 빼고 말해!?]


사회에서 소인배들의 뒷담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이해하셔야 합니다. 험담의 대응법은 없습니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나이가 많고 적고에 차이가 없이 누구나 험담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사람은 소속감을 위해 누군가를 대상으로 삼아 다른 사람을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미국의 연구에서 험담이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놓고 상사에게 말하면 불이익이 오니까 어떤 행동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또 어떤 행동이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배우고, 그룹 내에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 욕도 하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이 나의 험담을 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기의 잘못은 빼놓고 말하며 잘못된 사실을 부풀려서 이야기해도 듣는 사람이 그걸 믿는다면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직적인 회사에서 험담의 대상은 대부분 팀장이나 상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일 사람들끼리 모여서 험담을 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지만 현장을 당사자에게 발각되지 않았는데 그 장소에 있던 사람이 그 말을 당사자에게 전한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도 황당한 일을 겪고 앞으로 입 조심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과를 평가하는 기간인데 어떤 여직원이 같이 험담 해놓고 자기가 비난한 것은 빼놓고 제 이야기를 그대로 팀장에게 전달했습니다. 팀장은 저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며 성과 면담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네가 내 욕을 했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너는 안 할 줄 알았는데? 이런 의미 없는 대화로 몇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상황만 보더라도 팀장이 얼마나 고등학생 같이 별로라는 걸 아실 수 있습니다. 그래요. 욕먹을만한 사람입니다.


팀장은 어디에서나 욕먹는 자리입니다. 팀장은 끝없이 회사의 입장을 말하면서 팀원들을 불편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괜히 팀장은 사측 팀원은 노측이 아닙니다. 눈치 없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팀장은 더 많이 욕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말을 그대로 팀장에게 전한 팀원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팀장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팀원들에게 팀장에 대한 안 좋은 소문과 일 년에 한 번 평가하는 리더 평가를 나쁘게 줘야 한다며 팀원들에게 몇 점을 줬고 어떻게 썼냐고 물어보고 다니던 사람이었습니다. 심지어 오래 육아 휴직을 가느라 팀장을 내려놓은 이전 팀장님이 언제 오시냐며 빨리 내려왔으면 좋겠다며 지금 팀장님을 무시하는 말을 툭툭 내뱉기도 했습니다.


사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역시, 험담은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지만 또 생각해 보니 험담을 안 했다면 내가 오히려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면 끝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겠죠. 역사적으로 어리석은 리더는 사탕발림하는 간신에게 속아 쓴소리를 하는 충신을 뒷담화해서 누명을 씌워 제거하고 결국 간신만 남았다는 건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된 이야기입니다.


험담을 당하는 대상자가 험담이 나올만한 원인을 제공한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에게 잘못보인 결과 그대로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휴,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뒷말을 전하지 않는 것인데 말이죠. 험담을 하는 자리에 있다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적절히 주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동조는 하지만 비판을 하지 않으며 필요한 경우 그 사람과 적절히 거리를 두세요.


P.S. 뒷담, 그냥 하세요. 적당한 뒷담은 정신 건강에도 좋아요. 다만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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