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해할 수 있다고 쳐, 근데 기자는 좀 아니잖소?

최소한의 검증은 하고 기사를 쓰는 바른 문화를 지향합니다.

by 달빛소년
과로에 대한 몸의 셧다운, 그리고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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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rnr8D3FNUNY


평소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몸을 혹사 하던 나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걸을 수가 없이 몸에서 서늘한 냉기가 으스스 스쳐갔다. 식은땀과 오한이 동반되고 심한 두통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누워 있었다 미리 써 놓은 글을 간신히 업로드하고 약 상자에서 흔한 진통제를 꺼내 입에 털어 넣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그대로 기절,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에 눈을 떴다, 아파서 다시 잠들기를 반복한다. 손과 발에 열 꽃이 피고 화끈거린다. 수포가 잡힌다. 두피에도 물집이 잡힌다. 너무 아프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일어날 힘이 없어서 놀랍게도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다음날까지 잠들었다. 침대에 누워서 깨고 글을 쓰고 비몽사몽 다시 누워 자고 아픈 아내가 날 대신에 육아를 도맡아하고 30시간을 넘게 잠을 자고 나니 간신히 걸을 만 해졌다.


얼마 전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수족구에 걸려왔는데 나도 옮았나 보다. 친구한테 물어보니 자기가 친한 필라테스 강사도 수족구에 걸렸다고 하여 나도 옮은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예정된 회의 일정으로 출근을 해야하는 오늘 더 많이 생긴 수포로 인해 걸음이 힘들었지만 이내 괜찮아지겠지 하며 먼 거리를 평소와 같이 출퇴근 했다. 발표는 예상대로 잘 마무리 되었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최근 이슈까지 이 정도면 미팅에 거리를 좁혔다고 생각했고 외부 식사와 한잔의 차도 아주 좋았다. 긴장이 풀렸는지 이내 걷기가 불편해서 조금 일찍 퇴근해서 집에 와서 양말을 벗어보니 터진 물집에 살점이 뜯겨 나왔다.


웬만한 상비약은 다 있는 편이라 병원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심하다고 생각하여 얼른 병원에 가서 지난주 둘째 아들에게 수족구가 옮았다고 하니 원장님은 고개를 갸우뚱 하시면서 열꽃과 수포를 살펴보시고 입안을 보시더니 입안에 수포가 없다며 한참을 고민하셨고 진단을 할 수 없으니 일단 수족구 약을 써보자고 하셨다. 처방전을 받고 집에 가려하던 찰나 갑자기 진료실에서 다시 나를 불러서 아무리 생각해도 헤르페스 인 것 같다며 약을 바꿔주겠다고 했다. 최근에 보고 경험했던 비슷한 증상이 나에게도 발생해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하고 생각해 버린 것 이었다. 문득 아픈 몸을 이끌고 집에 오는 길에 상황에 맞아 떨어지는 오해는 언제나 발생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몸은 조금씩 회복해가고 있지만 만약 오해를 해버린다면 병을 키울 수 있는 것이고 몸은 약과 수술로 치료하겠지만 그것이 정신에 박힌다면 고치기가 정말 어려울 것이다.


마약 투여에 대한 확신에 찬 보도


40대 아침 드라마 주연 배우 이상보 씨가 명절날 약에 취한 듯 보이는 남성이 뛰어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에 체포되어 간이 시약 검사에 양성 반응이 나와 언론사에서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40대 배우라고 기사를 쏟아냈다. 심지어 혐의를 인정했다고 보도된 언론도 있었고, 이미 수사 결과도 확인하지 않고 마약을 했다고 다수의 언론사가 확정 지어 버렸고, 대중은 마약 투약을 했다는 배우를 엄청나게 비난 했고 중립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댓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느 배우처럼 자숙 기간을 같거나 퇴출 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마약은 연예인에게 한방에 퇴출 될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 실명이 공개되지 않는 선에서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는 일부 네티즌이나 언론에 실명이 거론되며 추측되기도 하였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911500005


마약이 아니라는 해명


해당 배우는 언론사의 취재진을 만나 우울증이 심해져 치료용 약물을 복용한 게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가족의 연이어 세상을 떠나 증상이 심해져 복용했다고 확인 과정도 없이 쏟아진 추측성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기울어진 언론 환경은 그를 마약 범죄자로 낙인 찍기에는 충분했다. 다행히 안타까운 그의 사정이 알려져 부정적인 여론보다 동정 여론이 생겼다. 분명 사실이 아니고 우울증 약을 먹었고 혐의를 인정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https://www.ytn.co.kr/_ln/0103_202209140009467056


정말 마약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구속되지 않고 이틀 만에 풀려났고 마약 혐의가 없어 무혐의로 불송치 되었다. 하지만, 잘못된 오해와 왜곡 보도를 한 언론사들은 사과나 정정 보도가 없이 단순 사실을 보도한 기사만 쏟아 내었다. 어디에도 배우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정정 보도는 없었다. 심지어 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짜 맞추기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였는지 민망한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기도 하였다. 국과수의 정밀 감식으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언론사의 발 빠른 보도로 인해 실명에 안타까운 가족사에 우울증까지 공개되었지만 누명을 벗었다. 후속 보도는 처음 보도보다 발 빠르지 않았다.


https://www.news1.kr/articles/?4818833


미끼를 확 물어분 것이여


얼마전 유명 작곡가가 마약을 해서 긴급 체포되는 일이 있을 정도로 한국은 마약청정국에서 벗어나 누구나 손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게다가 비대면과 코인 결제로 수법도 다양해져 적발되는 것이 10건 중에 1건 정도로 드문 암수 범죄라고 한다. 이런 사회에서 정확한 보도는 사회에 경각심을 주겠지만 검증과 사실 확인 없이 보도 내고 아님 말고 하는 언론사는 적어도 책임지고 대대적으로 정정 보도하는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해당 배우의 행동이 합리적인 의심이라 하더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되어 아픈 가족사와 질환인 우울증까지 모두가 다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곡성의 대사가 생각난다.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끝까지 가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 내던지 언론사의 아님 말고 식의 보도를 바로 잡는데 일조하였으면 한다.


자네는 낚시를 헐 쩍에 뭣이 걸려 나올지 알고 허나? 그놈은(언론사는) 그냥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자네 딸내미(대중은)는 고것을 확 물어분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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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공개 포스터

출처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541570


그의 인터뷰 중 대중의 씁쓸한 진실이 있는 것 같아 곱씹어 본다. "사람들은 때때로 거짓에 열광하더라고요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거짓에 열광을 하더라고요...." 부디 상처 받은 배우의 명예가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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