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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Oct 30. 2022

[일상 고찰] 축의금 얼마가 적절할까요?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고민되는 부분

* 본 글은 6월 7일 타 플랫폼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다시 돌아온 결혼식의 계절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다시 결혼식장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회사 지인의 결혼식에 먼 거리를 다녀왔는데 축의금을 얼마 내야 할지 참 고민이 되더라고요.


결혼식 비용을 생각하지 않는 재력가라면 모르겠으나 평범한 사람은 몇 천만 원씩 하는 결혼식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축의금은 상당수 신경 쓰이는 부분이긴 합니다.


보통 결혼을 희망하는 커플은 한꺼번에 결혼식을 몰아서 하기 때문에 청첩장을 너무 많이 받는 경우가 있고 이때다 싶어 소위 청첩장을 뿌리는 상황인데요, 아무래도 직장 동료다 보니 축의금이나 방문에 차별을 주면 회사 내에서 평판이 떨어질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솔직히 받기 부담스러운 게 저는 결혼한 지 오래되었으며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갑자기 친한척하면서 청첩장을 주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이면 서로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는 게 결혼식에 가기도 애매하고 다녀오더라도 급격하게 친해질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여러분들도 중고등학교 때나 대학 친구가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결혼한다고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으셨을 겁니다.


그냥 이런 경우는 경솔하고 예의가 없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요즘 식대도 올라서 10만 원씩은 내야 하는데 한 달에 5명이 결혼한다고 하면 50만 원입니다. 주는 사람은 한 장 주는 상황이지만 받는 사람은 한꺼번에 받는 거라 직장인에게 50만 원은 정말 무리이며 참석하지 않는 경우 5만 원 정도 카카오톡으로 송금하고 맙니다. 저는 보통 사원들 결혼식에는 5만 원 정도 보내고 정말 친하거나 상사의 경우 10만 원 이상을 내거나 직접 갑니다. 


그러던 중 SBS의 기사가 눈에 띕니다. "결혼식 차로 왕복 4시간.. 축의금 5만 원에 실망했대요"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MltyEEAnWiw?utm_source=unsplash&utm_medium=referral&utm_content=creditShareLink


사연


온라인 커뮤니티에 차로 왕복 4시간에 달하는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으로 5만 원을 냈다가 당사자로부터 '실망했다'는 반응을 들어 황당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직접 운전해서 4시간 거리를 갔고 밥도 안 먹고 답례품을 받아 갔다고 하는데 나중에 다른 동료로부터 왜 5만 원을 했냐. 그 언니가 실망했다는 말을 들었고. 같이 일할 때 종종 커피도 사고 많이 챙겨줬는데 배신할 줄 몰랐다더라. 이게 정말 배신인 거냐며 당혹스러워했다고 합니다.

축의금에 대한 설문조사


4월 6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3백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적정 축의금 액수로 48%가 5만 원, 40%가 10만 원이라고 응답해 평균 7만 9천 원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축의금 액수를 정할 때는 당사자의 친밀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청첩장을 받을 때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관계의 애매모호함과 경제적 부담, 참석 여부의 불확실성이 있었습니다.

누구의 잘못일까?


잘못된 것은 축의금 문화와 서로에 대해 이해를 못 해주는 관계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혼 자체도 안 하는 마당에 지금은 돌잔치, 환갑, 칠순 잔치는 소규모로 하거나 안 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결혼식도 점점 이런 형태로 바뀌겠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MZ로 불리는 2030 세대는 합리적인 인간관계로 주는 만큼 받지 못하면 인간관계를 지속해서 유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혼식 당사자가 참석자에게 커피를 샀는지 밥을 샀는지 모르겠으나 5만 원 이상의 물질적이나 정신적으로 제공했다면 서운함이 있을 것이고, 참석자는 먼 길을 달려간 고생과 정성이 축의금 때문에 무시되는 것이 속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일을 커뮤니티에 게시해서 잘잘못을 따지는 순간 기사회 돼서 논란이 되었다는 것이죠.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글을 읽는 독자들은 단편적인 행위인 축의금 5만 원에 대한 결혼 당사자와 참석자의 갈등밖에 모르기 때문에 자칫 당사자를 정성도 모르는 사람으로 오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축의금 문화


축의금은 원래 농경사회였던 조선시대부터 잔칫집에 음식이나 쌀을 가져가거나 돈이나 물건을 보내던 게 현대에 와서 돈으로 바뀐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대에서는 이 돈을 얼마냐 내느냐에 따라 서로 관계의 중요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돼서 꽤 부담스럽기도 한데요, 대한민국 직장인이 평균 한 달에 16만 원 정도 비용을 경조사비로 쓴다고 하는데 월급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또한 축의금을 낸 만큼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오로지 현금으로 준비해야 하는 게 정신적으로도 큰돈으로 인식됩니다. 흰 봉투에 자기의 소속이나 이름을 적어 반드시 자신이 방문을 했음을 알려야 하며, 가급적 방명록도 작성하면 좋겠습니다. 결혼식은 집안의 대소사라고 부모님들이 경조사를 다니면서 낸 금액을 회수한다는 인식이 있는 한국의 문화 특성상 소위 원금을 회수한다는 개념이 있어서 돈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안 좋아지며 자식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돈이 아깝다고 결혼을 강요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보여주기 식 결혼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경제 사정에 맞춰 상대방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갖도록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글에서 나온 것처럼 장거리라면?


기름값도 비싼 나라에서 4시간이나 걸려서 결혼식장에 참석해서 얼굴도장 찍고 바로 올라간다면 교통비와 시간적 기회비용도 축의금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축하하는 자리에서 서운함을 토로할 정도면 그냥 그 사람하고 인간관계는 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2년 동안의 거리두기가 끝나서 결혼식이 몰려있어서 하객들도 굉장히 부담스러워합니다.

마치며


결혼식을 돈으로 계산하는 물질만능주의가 안타깝고 돈 몇 푼에 실망할 관계면 그냥 점점 멀어지는 게 어떨까 조용히 생각해봅니다. 결혼식의 목적에 맞게 양가에 경사스러운 일이며 신랑, 신부를 축하하러 멀리 오신 손님을 귀하게 대접하는 것이 본래의 도리입니다. 축의금도 중요하지만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이 더 값진 것임을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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